韓 관객 '극호' 놀런 '오디세이', 천만 비결은…감독 명성·스토리 [천만특집]②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영화 '오디세이' 개봉 33일째 만인 6일 1000만 관객 돌파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 뉴스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올해 두 번째 천만 영화가 탄생했다. 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에 이어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디세이'가 '천만' 왕좌에 올랐다.

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에 따르면 '오디세이'는 이날 오후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난 8월 5일 개봉 이후 33일째 만에 이뤄낸 쾌거다. 개봉 31일 차에 천만을 돌파했던 '왕과 사는 남자'(약 1692만 명)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천만 영화 탄생이다. 외화가 국내에서 천만 고지를 밟은 것은 '아바타: 물의 길'(2022) 이후 약 4년 만이다.

흥행 돌풍을 일으킨 '오디세이'가 한국 관객의 선택을 받은 가장 큰 이유로는 국내에서 특히 강한 놀런 감독의 브랜드 파워가 꼽힌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놀런의 인기가 한국에서 워낙 높다 보니 개봉 초반에는 감독과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다크 나이트'(2008) 428만 명, '인셉션'(2010) 592만 명,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 639만 명, '인터스텔라'(2014) 1027만 명, '덩케르크'(2017) 279만 명, '테넷'(2020) 199만 명, '오펜하이머'(2023) 323만 명 등 놀런 감독의 국내 개봉작 누적 관객은 총 3600만 명을 넘는다. 특히 '인터스텔라'는 국내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북미와 중국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높은 흥행 성적을 거뒀다.

'오디세이' 개봉을 앞둔 지난 8월 초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던 놀런 감독은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인터스텔라' 때부터 오고 싶었는데, 한국 관객들이 그 영화를 정말 좋아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송 프로그램인 '유 퀴즈 온 더 블럭' 및 여러 유튜브 콘텐츠에 출연하며 국내 관객과 적극적으로 접점을 넓혔다.

문화적 배경은 낯설지만 국내 관객에게 익숙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원작으로 삼았다는 점도 관심을 높였다. 특히 2000년대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고 자란 세대가 현재 극장가의 주요 관객층인 20, 30대로 성장하면서 '오디세이' 열풍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배급사 유니버설 픽쳐스 측은 "어린 시절 책과 만화, 애니메이션을 통해 신들의 이름을 외우고 영웅들의 모험에 빠져들었던 90년대생들이 극장가의 주요 관객층으로 성장하면서, 오랫동안 친숙하게 접한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관심이 놀런 감독의 '오디세이'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4일 오후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영화 '오디세이' 조형물 앞으로 관람객들이 지나고 있다. ⓒ 뉴스1 김진환 기자

무엇보다 문화권을 넘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서사가 폭넓은 관객을 불러 모았다.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원작으로 한 영화는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사건을 그린다. 신화 속 영웅의 고뇌와 죄책감 등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하며 고대의 이야기를 현대 관객과 맞닿은 서사로 재창조했다.

윤 평론가는 "'오디세이'는 우리 문화권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죄책감에 시달리면서도 집으로 돌아가려는 오디세우스의 인간적인 모습과 보편적인 서사를 통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탄생했다"며 "원작보다 인간적인 오점을 강조해 관객들이 인물에게 더욱 친밀감을 느낀 것 같다"고 평했다.

이는 앞서 천만 관객을 모은 '왕과 사는 남자'와도 맞닿는 지점이다. 윤 평론가는 "'왕과 사는 남자'가 단종을 친근하고 인간적인 리더로 그렸듯, '오디세이' 역시 오디세우스를 강력한 힘을 지닌 영웅으로만 묘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두 작품 모두 익숙한 역사·신화 속 인물을 인간적으로 재해석하며 관객의 공감을 끌어냈다는 평가다.

극장에서만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시청각적 체험도 흥행에 화력을 더했다. '오디세이'는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전 분량을 아이맥스 필름 카메라로 촬영했다. 지난 5일까지 아이맥스관 누적 관련 110만여 명을 기록하며 '아바타: 물의 길'(92만 9000여 명)을 넘어 국내 개봉작 가운데 가장 많은 아이맥스 관객을 모았다. CGV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의 암표 거래가 기승을 부리자 극장 측이 예매 제한 조치에 나서기도 했다.

서지명 CGV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극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압도적인 화면과 사운드, 몰입감 있는 관람 환경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라며 "단순히 영화를 보는 것을 넘어 보다 몰입감 있는 관람 경험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기술특별관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윤 평론가는 "영화가 만들어진 뒷이야기도 마케팅적으로 큰 역할을 했다"며 "CG를 많이 사용하지 않고 실제 크리처를 제작해 로케이션 촬영을 했다는 점이 신비감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이미지의 가벼움을 해소하는 묵직함을 보여준 시각적 장치들이 천만 관객을 이끈 중요한 원동력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디세이'가 놀런 감독의 국내 최고 흥행작인 '인터스텔라'(1027만 명)의 기록도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개봉 50일째 천만 관객을 달성한 '인터스텔라'보다 훨씬 빠르게 같은 고지에 오른 만큼, '오디세이'의 흥행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이목이 쏠린다.

seung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