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감독 중 봉준호만 유일 진출한 그곳…이창동, 4번째 도전 [N초점]

이창동 감독/ 뉴스1 DB 2026.8.25 ⓒ 뉴스1 권현진 기자
이창동 감독/ 뉴스1 DB 2026.8.25 ⓒ 뉴스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8년 만에 신작 '가능한 사랑'을 들고 돌아온 거장 이창동 감독이 제99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 부문 최종 후보 지명에 도전한다. 한국 감독으로서는 봉준호 감독 외 누구도 이뤄내지 못한 일을 이 감독은 해낼 수 있을까.

최근 영화진흥위원회는 '가능한 사랑'을 내년 3월 열릴 제99회 아카데미영화상 국제장편영화 부문 출품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선정하는 출품작은 한 해에 한 편으로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의 의뢰에 따라 진행한다. 올해 선정 심사는 개정된 '아카데미영화상 국제장편영화 부문 출품작 선정 심사운영세칙'을 따른 것이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와 그의 아내 그리고 다큐멘터리 감독과 그의 남편,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만나 서로 다른 삶과 숨은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창동 감독과 영화 '박하사탕'을 함께한 설경구와 '밀양'을 함께 한 전도연, 그리고 거장들과 연이은 협업으로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오고 있는 배우 조여정, 조인성이 주연을 맡았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는 지난 2002년부터 아카데미 상에 출품할 한국 영화 대표작을 선정해 왔다. 공교롭게도 2002년 선정된 작품은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였으나 예비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이어 이창동 감독은 '밀양'과 '버닝'으로 다시 한번 아카데미의 문을 두드렸는데, 두 영화 모두 최종 후보 선정에 실패했다. 다만, '밀양'은 예비 후보에 들지 못했던 반면, '버닝'은 한국 영화 최초로 예비 후보에 올라 화제가 됐다.

이창동 감독 외에도 우리나라 영화계에서는 여러 거장이 아카데미의 문을 두드렸다. 최초로 아카데미상에 출품한 한국 영화는 신상옥 감독의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63)였다. 이후로 임권택 감독이 '춘향뎐'(2000), 김기덕 감독이 '피에타'(2012) 이준익 감독이 '사도'(2015), 김지운 감독이 '밀정'(2016)으로 각각 도전했지만, 역시 예비 후보 선정에는 실패했다.

이창동 감독과 더불어 예비 후보 선정에 성공했던 감독으로는 박찬욱 감독이 있다. '올드보이'로 국제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박 감독은 '헤어질 결심'(2022)과 '어쩔수가없다'(2025)로 연이어 아카데미 상 한국 대표 출품작으로 선정돼 예비 후보에 올랐다. 다만 그 역시 최종 후보에는 선정되지 못해 아쉬움을 자아냈다.

이창동 감독의 아카데미 최종 후보 지명 도전은 이번이 네 번째다. '초록물고기'(1997)로 데뷔한 이래, 이 감독은 박찬욱, 봉준호, 김기덕, 홍상수 등과 함께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끈 거장으로 존경받아 왔다. 해외에서의 명성으로는 앞서 언급한 네 감독 못지않은 무게감을 자랑한다. 그는 자기 작품으로 칸 영화제에서 두 개의 상을 받았으며, 베니스 영화제에서도 역시 두 개의 상을 거머쥐었다.

K팝 보이그룹이 그래미 시상식을 보이콧하는 시대다. K 콘텐츠의 위상이 이전과 다른 지금, 아카데미 시상식 출품에 큰 의미를 두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일 수 있다.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참석을 앞두고, 봉준호 감독은 한 외신 기자가 '한국 영화가 지난 20년간 왜 단 한 번도 오스카 후보에 오르지 못했는지' 묻자, "별로 대수로운 일은 아니다, 오스카는 국제영화제가 아니다, 아주 로컬하다"고 발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 세계 가장 큰 영화 시장을 자랑하는 할리우드 대표 시상식의 후보가 되는 것은 여전히 다수 영화인의 '꿈'이다. 이 감독이 봉 감독에 이어 '오스카'로 커리어에 또 한 번의 정점을 찍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