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끝이 아닌 시작…고된 남한살이 '하나코리아' [시네마 프리뷰]
7월 8일 개봉 영화 '하나 코리아' 리뷰
- 장아름 기자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탈북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하나 코리아'는 국경을 넘은 뒤 비로소 시작되는 한 여성의 삶을 따라간다. 탈북민을 극적인 사건의 주인공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낯선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평범한 일상을 담담히 쌓아 올린다. 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답게 현실에 가까운 시선이 영화를 지탱하며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오는 7월 8일 개봉하는 영화 '하나 코리아'는 탈북 여성 혜선(김민하 분)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면서 시작된다. 국정원의 조사와 귀순 절차를 거쳐 하나원에 입소하고, 룸메이트 보미(안서현 분)와 한국 생활의 첫 친구가 된다. 국민체조부터 역사와 영어 수업, 휴대전화와 ATM 기계 사용법까지 하나씩 배워가는 과정은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첫걸음이다.
영화는 하나원에서의 혜선의 적응기를 마냥 희망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중국에서 함께 지냈던 탈북 여성과의 인연이 하나원에서도 이어지고, 혜선은 과거 살아남기 위해 했던 선택의 죄책감에서 자유롭지 못한다. 어머니가 남긴 "독사처럼 살아라"라는 말은 그를 끝내 단단하게 버티게 하는 생존의 주문처럼 반복된다. 그렇기에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간호사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학업을 선택하며 새로운 삶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간다.
하나원을 나온 뒤에도 현실은 녹록지 않다. 혜선은 어머니의 약값을 마련하기 위해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악착같이 살아간다. 하루하루 남한살이가 고단한 그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소외감이다. 북한 사투리 억양 때문에 면접에서 주저하는 시선에 조선족이라고 신분을 숨기기도 하고, 학원에서는 필기 노트 공유를 부탁했다가 냉정한 거절을 당한다. 식당에서는 성희롱까지 겪는다.
영화는 혜선이 겪는 사소한 경험부터 일상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순간까지. 남한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크고 작은 장면들을 켜켜이 쌓으며 '새로운 삶'의 무게를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혜선의 주변에 선의를 가진 사람과 냉담한 사람, 무례한 사람이 공존하는 사회 역시 흑백논리로 그리지 않는다. 편견과 온기가 공존하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영화는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시선에도 있다. 덴마크 출신 프레드릭 쇨베르 감독은 탈북을 정치적 소재가 아닌 인간의 삶으로 바라본다. 수년간 탈북민들을 인터뷰하며 축적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만큼, 극적인 연출보다 인물의 침묵과 표정에 집중한다. 특히 영화 초반 국정원 직원과 의료진의 얼굴을 의도적으로 감춘 채 목소리와 뒷모습만 제시하는 연출은 혜선이 느끼는 낯섦과 경계심을 관객에게도 고스란히 전이시킨다. 여기에 봉준호 감독의 통역사로도 잘 알려진 샤론 최(최성재)가 공동 각본에 참여하면서 한국 사회의 언어와 정서를 촘촘하게 메웠다. 외부인의 거리감과 내부인의 현실감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룬다.
무엇보다 영화의 중심에는 김민하가 있다. 화면을 가득 채우는 그의 얼굴은 많은 설명을 대신한다. 감정을 폭발시키지 않아도 불안과 외로움, 죄책감, 희망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북한 사투리 역시 자연스럽게 소화하며 혜선이라는 인물을 현실 속 한 사람처럼 완성한다. 애플TV+(플러스) '파친코'에서 시대의 비극을 견뎌낸 선자를 연기했던 김민하는 이번 작품에서도 삶을 버텨내는 여성의 시간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 김주령, 안서현과 만들어내는 연대의 호흡 역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기대는 세 여성의 관계는 담담한 이야기 속에 따뜻한 온기를 더한다.
'하나 코리아'는 탈북민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낯선 사회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모든 사람의 이야기다. 극적인 사건과 반전은 없지만 끝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유는 그 담담함에 있다.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여성의 평범하지만 치열한 생존기를 차분하게 응시한다. 더불어 살아남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지 조용히 일깨우는 작품이다. 김민하의 절제된 연기와 프레드릭 쇨베르 감독의 정적이고 담백한 연출이 만나 그 울림을 더욱 깊게 만든다. 영화가 끝난 뒤에도 혜선의 여정이 쉽게 잊히지 않는 이유다. 상영 시간 105분.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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