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시네프 2등상' 진미송 감독 "희망 보여주는 것이 영화인의 책임" [칸 인터뷰]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학생 영화 부문인 라 시네프 섹션에 ‘사일런트 보이시스’로 진출한 나딘 미송 진 감독이 21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소도시 칸 팔레 데 페스티(Palais des Festivals)에서 인터뷰 촬영을 하고 있다. 2026.5.22 ⓒ 뉴스1 이준성 특파원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학생 영화 부문인 라 시네프 섹션에 ‘사일런트 보이시스’로 진출한 나딘 미송 진 감독이 21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소도시 칸 팔레 데 페스티(Palais des Festivals)에서 인터뷰 촬영을 하고 있다. 2026.5.22 ⓒ 뉴스1 이준성 특파원

(칸=뉴스1) 정유진 기자

"디미트라 카리아(Dimitra Karya·라 시네프 아티스틱 디렉터)가 전화를 갑자기 하자고 하셔서 전화를 받았어요. 뉴욕에서는 새벽 3시였거든요. 긴장한 상태로 전화를 받았는데 (라 시네프 섹션에)초청을 하겠다고 하셨어요. 그 뒤로 잠을 다시 못 잤어요."

진미송 감독(나딘 미송 진)은 지난 21일 오후 3시(현지 시각, 한국 시각 21일 오후 10시)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발 내 라 시네프 테라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처음 제79회 칸 국제영화제(칸 영화제) 라 시네프 섹션에 초청을 받고 느꼈던 감동을 전했다.

칸 영화제의 라 시네프 섹션은 전 세계 영화학교 학생들의 중·단편 작품을 상영하는 부문이다. 올해는 2750개 작품이 출품됐고, 그중에서 15개국의 영화학교에서 온 19편의 작품이 선정됐다.

진미송 감독의 단편 영화 '사일런트 보이시스'(Silent Voices)는 뉴욕에 사는 이민 가정 구성원 4인의 삶을 따라간다. 카메라는 이민자로서 새로운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롯이 자기만의 어려움을 감당해야 하는 구성원 각각의 삶을 조용히 응시하며 보는 이들의 마음에 작지만 깊은 여운을 남긴다.

"미국에서 아시아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는 너무 많은데 저는 그걸 저만의 방식으로 풀고 싶었어요. 감성적인 것을 제거하려고 노력했고요. 그리고 아시아 단편 영화들은 아시아 문화를 이국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한국 전통적인 것을 표현하는 데 중심을 두지 않고 일상적인 모습을 잔잔히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학생 영화 부문인 라 시네프 섹션에 ‘사일런트 보이시스’로 진출한 나딘 미송 진 감독(가운데)과 배우 김종만(왼쪽), 양숙형이 21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소도시 칸 팔레 데 페스티발(Palais des Festivals)에서 인터뷰 촬영을 하고 있다. 2026.5.22 ⓒ 뉴스1 이준성 특파원

진미송 감독은 1997년생으로 한국에서 성균관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영화영상학과를 졸업했다. '사일런트 보이시스'는 대학 졸업 후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의 MFA(Master of Fine Arts) 영화과정 재학 중에 만든 졸업 작품이다.

유학생으로서 본 이민자들의 삶은 어떨까. 잠시 왔다가 가는 사람과 아주 살 사람은 다르지만, 이방인이라는 정체성은 같기에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뉴욕에 살면 다양한 인종, 문화, 계층의 사람들이 오기 때문에 일상에서 미묘한 갈등들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걸 매일 체감하면서 패배감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는데 그게 는데 그게 막 힘들고다기 보다는 이것도 나의 경험의 일부지, 하고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영화에서 한인 이민자 부부인 현우와 유진을 각각 연기한 배우 김중만과 양숙형은 실제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 배우들이다. 김중만은 약 15년 전 미국으로 이민을 간 뒤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배우로 활동하고 있고, 결혼으로 도미한 양숙형은 미국 독립 영화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두 배우는 감독을 응원하기 위해 칸 영화제에도 함께 참석했다.

"놀랐던 게 감독님이 이민자가 아닌데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저에게 더 와닿았어요. 이건 그냥 이민자 얘기가 아니라 모두에게 공통적인, 인간적인 아픔과 시련을 과 시련을 표현해내려고어요."(양숙형)

"우리들이 느끼고 있는 아픔, 고통, 혹은 그런 것 뿐만이 아니라 희망과 꿈, 두려움들이 진정성 있게 녹아 들어갔으면 좋겠다 생각했었어요. 이야기가 막 슬프게만 흘러가는 영화를 지금까지 많이 봤거든요. 그런데 '사일런트 보이시스'는 그런 면에서 무척 만족스러운 작품이었어요. 그리고 오늘 시상식이 있는데 저희가 1등상 받습니다. 미리 얘기할게요.(웃음)"(김중만)

실제 이 인터뷰 1시간 후에 '사일런트 보이시스'는 라 시네프 시상식에서 2등상을 받았다. 수상 직후 뉴스1과 다시 만난 진미송 감독은 "한국에 있는 엄마 아빠에게 (이 소식을) 먼저 전해드리고 싶다"면서 "끝나고 소주 한잔을 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한 바 있다.

2등상 수상으로 더없이 좋은 첫걸음을 뗀 진미송 감독은 현재 한국을 배경으로 한 장편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같은 세대의 이야기를 하고 싶단다.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학생 영화 부문인 라 시네프 섹션에 ‘사일런트 보이시스’로 진출한 나딘 미송 진 감독(가운데)과 배우 김종만(왼쪽), 양숙형이 21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소도시 칸 팔레 데 페스티발(Palais des Festivals)에서 인터뷰 촬영을 하고 있다. 2026.5.22 ⓒ 뉴스1 이준성 특파원

"저는 강남 8학군에서 살아왔어요. 저처럼 아무 걱정 없이 사교육 받고 유학 생활 하면서 특권을 받은 친구들 곁에서 항상 살아왔는데 나이가 들수록 인생의 방향성을 잡기가 힘들더라고요. 왜냐하면 직업을 구해야 해, 돈을 벌어야 해, 하는 감각을 가족과 사회로부터 받거든요. 그래서 그런 특권층이 한국에서 얼마나 견고하게 형성되는지, 그걸 어떻게 부술 수 있을지, 그게 어떻게 우리에게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한국 사람들이 그런 특권층을 더 좋아하고 견고하게 만드는지, 그런 것에 대해서 쓰고 싶습니다."

진미송 감독에게 영화란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현실을 드러내는 것, 그 끝에 한 줄기 희망을 안겨줄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영화라는 것은 인물이 아무리 힘들어도 세상이 그것에 반응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변화라는 것, 희망이라는 게 얼마나 값진 것인지 알려주는 방법이라고도 생각해요. 캐릭터의 변화와 희망을 너무 빨리 보여주기 보다는, 그것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드러내는 것이 영화인으로서 안고 살아갈 책임감 같아요."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