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의 참상…지금 우리가 들어야 할 '힌드의 목소리' [시네마 프리뷰]

15일 개봉 '힌드의 목소리' 리뷰

'힌드의 목소리' 스틸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2024년 1월 29일, 가자지구에 대피 명령이 떨어진 날 한통의 신고가 접수된다. "제발 데리러 와 주세요." 6세 소녀 힌드 라잡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린다. 그날의 참사가 고스란히 담긴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극장은 숨죽인 듯 고요해진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힌드의 목소리'는 실제 구조 요청 목소리를 바탕으로 전쟁의 비극을 풀어냈다. 2024년 가자지구에서 폭격된 차에 홀로 갇힌 여섯 살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피부를 판 남자', '올파의 딸들'의 카우타르 벤 하니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음성 신호와 파도 소리로 조용히 시작된다. 이어 2024년 1월 29일, 국제구호단체인 적신월사에 걸려 온 한 통의 전화를 들려준다. 독일에서 걸려 온 이 전화는 자신들의 친척이 가자지구 북부에 갇혔다는 내용이다. 통화가 닿아 사라와 이야기를 나누지만, 통화 중 사망하고 이후 힌드와 연결된다. 구조대와 단 8분 거리에 있는 힌드를 구하기 위해 조정 절차에 돌입하는데 허가가 떨어지지 않고, 라나(사자 킬라니 분)는 힌드를 안심시키기 위해 스스로를 다독이며 최선을 다한다. 오마르(모타즈 말히스 분)는 힌드를 바로 구조해야 한다고 피력하지만, 조정 책임자인 마흐디(아메르 흘레헬 분)는 구조대와 힌드 모두를 살려야 한다며 맞선다. 힌드는 계속해서 "제발 나를 버리지 마세요"라며 절박하게 외친다.

'힌드의 목소리'에는 실제 통화 음성이 그대로 담긴 만큼, 다큐드라마 형태로 완성됐다. 드라마와 다큐멘터리를 오가는 방식을 통해 실제 있었던 일을 그대로 전하면서도 영화만의 울림을 주고자 한다. 힌드의 목소리가 영화의 중심이지만, 이야기는 적신월사를 배경으로 하며 한 공간에서 5시간의 사투를 그려낸다. 특히 소녀의 시점보다 자원봉사자들의 공포, 무력감, 혼란, 절박함을 보여주는 방식을 택해 선정적으로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다. 한 공간에서만 이야기가 전개되는지라 자칫 힘을 잃을 수 있지만, 실화가 가진 강력한 힘이 영화를 탄탄히 받쳐준다.

'힌드의 목소리' 스틸
'힌드의 목소리' 스틸
'힌드의 목소리' 스틸

6세 소녀를 구하기 위해, 고작 8분의 거리를 가지 못해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기관과 끊임없이 조정을 거쳐야만 하는 참혹한 현실이 무섭게 다가온다. 그리고 이미 알려졌다시피, 영화 말미 우리는 전쟁의 참상을 마주할 수밖에 없게 된다. 약 90분 간 힌드의 절박한 목소리와 총소리를 듣고 있으면 편하게 앉아서 보는 이 시간이 괴롭기까지 하다. 탁월한 연출력, 근사한 미장센 등을 보는 것이 아닌 체험 그 자체의 영화인 셈이다.

결국 '힌드의 목소리'는 지금 이 시대, 영화가 가질 수 있는 힘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영화는 지구 반대편, 어느 곳에서는 지금도 폭격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상기시켜 주며 동시에 이러한 기억을 보존하고자 한다.

실제 하마다 가족은 대피 명령 이후 차량으로 피난길에 나서다 폭격을 당했다. 그날 오후 2시 35분 팔레스타인 적신월사로 신고가 접수됐고, 힌드와 통화 연결이 됐다. 통화 약 3시간 만에 구조 출동 허가가 났으나 목표 지점 50m를 앞두고 폭격 소리와 함께 구조대 연락이 두절됐다. 힌드와 통화 5시간이 경과한 시점에 힌드와도 연락이 두절됐고, 12일간 생사를 확인하지 못했다. 이스라엘군 철수 후 현장을 확인할 수 있었고 구조 차량은 처참한 상태로 발견됐다. 하마다 가족 차량에서도 총탄 355발이 발견돼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영화화가 됐고, 유명 영화인들이 힘을 보탰다. 브래드 피트, 호아킨 피닉스, 루니 마라, 알폰소 쿠아론 감독, 조나단 글래이저 감독 등이 총괄 제작에 이름을 올렸다. 홀로코스트를 주제로 한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연출한 글래이저 감독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을 비판해 왔다. 국내에서는 공동 제공으로 함께한 소지섭을 비롯해 배두나, 이주영이 릴레이 내레이션으로 참여해 뜻을 더했다. 8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역대 최장인 22분간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으며,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영화에서 조정 절차가 지연되자 책임자는 SNS와 언론에 이를 알리자고 한다. 오마르는 당장 SNS만 봐도 쓰러진 아이들의 사진이 연이어 나오는데 무슨 소용이 있냐며 울부짖는다. 힌드가 다닌 유치원 이름이 '행복한 아이들'이라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다가온다. 상영시간 89분. 15일 개봉.

seung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