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사남' 박지훈 '천만' 사로잡은 눈빛…'단종앓이'로 되새긴 비극 [천만특집]②

유해진, 엄흥도 역 열연 속 극 중심 잡아
한명회 재해석한 유지태도 호평

'왕과 사는 남자' 스틸 / YY엔터테인먼트 X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왕과 사는 남자'가 지난 2024년 메가 히트작인 '파묘'와 '범죄도시4' 이후 2년 만에 1000만 영화 탄생을 알렸다. '왕과 사는 남자'의 이번 1000만 흥행은 단연 배우들이 보여준 호연의 힘에서 비롯됐다. 그 중심에는 단연 단종 이홍위를 연기한 박지훈이 있다. 박지훈은 작품으로 신드롬 급 인기를 끈 것은 물론, 극장 불황 속에서도 값진 흥행을 이뤘다는 평가까지 끌어내며 배우로서도 한 단계 도약하는 전환점을 만들어냈다.

지난 2월 4일 개봉한 '왕과 사는 남자'는 1457년 청령포를 배경으로,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과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개봉 5일째 100만, 12일째 200만, 14일째 300만을 넘어 손익분기점을 돌파했고, 15일째 400만, 18일째 500만, 20일째 600만, 24일째 700만, 26일째 800만, 27일째 900만 기록을 깬 데 이어 31일째인 6일 오후 마침내 1000만 고지를 밟았다.

'왕과 사는 남자' 스틸

박지훈은 '눈빛'부터 단종 그 자체의 모습으로 관객들과 마주했다. 박지훈 특유의 애달프고 서정적인 눈빛은 비극이 예고된 영화의 정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했다. 장항준 감독은 박지훈의 대표작인 '약한영웅 Class 1'과 '약한영웅 Class 2'를 보고 "'단종이다' 했다"며 "나약하지 않고 그 안에 내공, 힘이 있는 인물을 보면서 '저런 눈빛을 가진 배우가 있으면 좋겠다' 했다"는 캐스팅 비화를 들려준 바 있다.

박지훈은 인물이 드러내는 감정을 눈빛으로 끌고 가며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극 초반, 충신들을 잃고 왕위에서 쫓겨난 어린 선왕 이홍위의 모습에서는 상실감과 두려움이 엿보였다. 그러나 백성을 해하려는 범과 마주한 순간, 왕으로서 잠재된 기개가 깨어나며 달라진 눈빛으로 극의 전환점을 만들었다. 한명회(유지태 분) 역시 "노산군의 눈이 달라졌다, 힘없고 병약했던 눈이 이곳에 와서 범의 눈이 되었구나"라고 할 만큼 강렬하게 각인된 순간이었다.

이후 광천골 사람들과 경계를 허물며 가까워지는 시간 속에서는 왕의 기품을 잃지 않으면서도 어질고 인간적인 면모도 드러났다. '약한영웅' 시리즈에서 응축된 분노를 보여줬던 박지훈은 한명회를 향한 절제와 폭발을 오가는 호통 연기로도 왕의 결기와 번뜩이는 기백을 보여줬다. 또한 "더 이상 나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싶지 않다"는 절절한 고백은 자신으로 인해 사람과 백성을 잃어야 했던 단종의 마음을 대변하며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YY엔터테인먼트 X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스틸

'왕과 사는 남자'의 단종이 돋보일 수 있었던 데는 배우들의 앙상블이 있었다. 유해진은 촌장 엄흥도로서 영화의 중심을 잡았다. 엄흥도는 마을 부흥을 위해 실리를 좇는 현실적인 인물이지만 점차 어린 선왕에게 마음이 기울어간다. 유해진은 코미디와 비극을 넘나들며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자아냈다. 극 초반부터 광천골을 유배지로 만들어야 한다며 설득하는 신 또한 유해진의 맛깔나는 연기가 살린 장면으로 꼽힌다. 극 말미 단종에게 "저도 그 안에 있습니까?"라고 물었던 먹먹한 대사도 유해진이 만들어낸 명장면 중 하나다. 유해진은 매 장면 대사와 캐릭터를 자신만의 호흡과 연기로 살려내며 그만이 가능한 엄흥도를 만들어냈다.

유지태가 재해석한 한명회 역시 호평을 끌어냈다. 걸음걸이부터 시선 처리까지 당대 최고의 권력자 한명회를 위압적인 풍채로 만들며 긴장감을 안겼다. 전미도는 궁녀 매화로서 포근한 미소와 단단한 눈빛으로 어린 왕의 마지막을 지키는 인물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극에 온기를 남겼다. 이준혁은 금성대군으로 특별출연 그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주며 영화의 인기를 함께 견인했다.

광천골 사람들을 연기한 이준혁 김수진 등 배우들 역시 극의 공기를 살렸다. 이들이 단종과 보여준 연대감은 예고된 비극도 견디게 하는 버팀목이 됐다. 1000만을 이룬 흥행에는 이 배우들이 빚어낸 온도도 톡톡히 한몫했다. 여기에 장항준 감독과 '리바운드'를 함께 한 안재홍과 김민, 정진운 등의 존재감도 돋보였다. 이들은 적재적소에 등장, 극을 더욱 빈틈없이 채웠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스틸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스틸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스틸

박지훈이 그린 '왕과 사는 남자'의 단종은 유약한 왕이 아닌, 선택하고 결단하는 인물로 자리했다. 이를 단단히 받쳐준 배우들의 앙상블은 관객의 선택을 끌어냈다. 이는 '단종앓이'로 확산되며 단종의 실제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도 확장됐다.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다가 쫓겨난 비극적 군주의 삶이 다시 소환되며 관련 사료와 역사적 배경을 찾는 움직임도 이어졌고, 실제 유배지인 영월을 찾는 많은 이들의 발걸음도 늘었다. 영화 자체가 스케일과 스펙터클보다 인물에 대한 몰입에서 출발한 만큼, 배우들의 연기가 역사적 인물에 대한 공감대를 확장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작품으로도 남았다.

aluemcha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