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돌풍 '왕사남' 박지훈, '단종 과몰입' 부른 주역 [N초점]
- 고승아 기자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감독 장항준)가 '단종' 과몰입을 불러일으켰다. 그 중심에는 그룹 워너원 출신 배우 박지훈이 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4일 개봉한 '왕과 사는 남자'는 15일째인 지난 18일 누적 관객 수 400만 명을 돌파했다. 사극 최초 천만 영화인 '왕의 남자'(2005년, 17일)보다 이틀 빠른 기록이다. 지난해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1위 '좀비딸'의 400만 돌파 시점도 앞질렀다.
설 연휴였던 지난 14~18일에만 267만 5000명을 동원하고, 매출액 점유율 62.5%로 압도적인 성과를 보였다. 17일에는 단일 일 66만 1000여 명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며 팬데믹 이후 설 연휴 일일 최다 관객 기록을 새로 썼다.
'왕과 사는 남자'는 1457년 청령포,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과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의 이야기다.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열연이 호평을 얻으며 흥행을 이끌었다.
흥행의 핵심 동력은 단종 역을 맡은 박지훈이다. 실제 조선 6대 왕 단종은 12세에 왕위에 올랐으나,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유배되어 17세에 생을 마감한 왕으로 역사에 기록되어 있다.
무력한 어린 선왕이라는 배역을 위해 15㎏을 감량한 박지훈은 피골이 상접한 느낌에 건조한 목소리로 무기력함을 그려냈다. 촬영 중에는 버석하게 마른 입술과 건조한 톤을 유지하기 위해 물 섭취를 제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허리를 꼿꼿이 세운 자세를 시종일관 유지하며 왕의 무게감을 표현했다.
이렇게 완성된 단종의 모습은 유배된 왕의 고통을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하는 데 성공적이었다. 여기에 박지훈 표 눈빛 연기가 더해지면서 몰입도를 높였다. 죄책감에 시달린 모습부터 마을 사람들과 함께하며 삶의 의지를 되찾은 모습, 오열하는 모습 등을 통해 박지훈은 절망 속에서도 존엄을 내려놓지 않는 단종을 그려냈다.
특히 박지훈은 단종을 '수동적인 피해자'라는 전형적인 틀에 가두지 않았다. 위기의 순간 터져 나온 단단한 발성은 왕으로서의 무게감을 여실히 보여줬으며, 소년의 모습을 보인 천진난만한 물놀이 장면은 캐릭터의 비극성을 극대화했다. 소년미와 카리스마를 자유자재로 변주하는 그의 입체적인 열연이 관객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며 흥행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영화의 과몰입은 스크린 밖으로 번졌다. 500여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단종'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것이다.
단종의 능인 강원도 영월 장릉과 유배지 청령포에는 관람객이 줄을 설 정도로 몰리고 있다. 군에 따르면 청령포 방문객 수는 영화 개봉일인 지난 4일부터 17일까지 9200여 명을 기록했다. 여기에 군은 설 연휴인 18일까지의 인원을 고려하면 1만 명 이상이 청령포를 찾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설 연휴 청령포를 찾은 관광객 수의 경우 2600여 명으로, 이와 비교하면 올해 연휴 청령포 방문객이 약 5배 많은 규모다.
영월의 역사문화 축제인 제59회 단종문화제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오는 4월 24~26일 세계유산인 영월 장릉과 동강 둔치, 청령포 일원에서 열리는 이 축제는 올해 '왕의 귀환, 희망의 서막' 주제로 단종을 기리는 행사로 마련될 예정이라 기대를 모은다.
더불어 장릉에는 단종을 기리는 '선플'이 이어지고 있고, 단종을 죽음과 관련 있는 세조의 무덤 광릉과 그 책사 한명회의 묘역에는 항의성 댓글이 달리는 진풍경이 펼쳐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지훈은 2017년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2를 통해 '내 마음속에 저장'이라는 유행어를 만들며 주목받았다. 이후 워너원으로 데뷔해 신드롬적인 인기를 기록한 뒤, 솔로 가수와 배우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그는 2022년 드라마 '약한영웅 클래스'에서 아이돌 출신 타이틀을 넘어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데 이어, 이번 '왕과 사는 남자'를 통해 스크린에서도 그 실력을 인정받게 됐다.
박지훈은 최근 이어지는 연기 칭찬에 대해 "다들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하지만 아직 스스로 보면서 '진짜 잘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며 "제가 하는 것들을 보면 다 어색하고, '왜 이렇게 했을까, 더 에너지를 낼 순 없었을까' 그런 의심들을 하고 있다"고 겸손하게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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