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서 오마주…국민배우 故 안성기, 전국민 웃기고 울렸던 명장면·명대사

고(故) 안성기 /  '라디오 스타' 스틸 컷
고(故) 안성기 / '라디오 스타' 스틸 컷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배우 안성기가 향년 74세로 별세한 가운데, 약 70년간 스크린에서 활약해 온 그의 대표작들도 주목받고 있다. 일평생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로 관객들을 만나 온 '국민 배우'의 대표작 속 명장면 및 명대사를 돌아봤다..

고 안성기/ 영화 '투캅스' 스틸 컷

◇ '투캅스'(1993)…"자네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하늘을 우러러 한 점의 부끄러움이 없거든 나를 쳐라."

영화 '투캅스'(감독 강우석)는 90년대를 대표할 만한 흥행작이었으며, '칠수와 만수'(1988)에서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 '라디오 스타'(2006)로 이어지는 안성기, 박중훈 콤비의 찰떡같은 호흡이 돋보였던 작품이다. 비리 형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에서 안성기는 경찰 학교 수석 졸업생인 신참 강 형사(박중훈 분)와 파트너가 된 베테랑 조 형사를 연기했다. 영화의 재미는 비리 형사인 조 형사가 고지식한 강 형사를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 애쓰는 모습에서 나왔는데, 안성기는 능글맞은 조형사의 캐릭터를 훌륭하게 연기해 냈다. "자네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하늘을 우러러 한 점의 부끄러움이 없거든 나를 쳐라"라는 대사는 영화 속 조 형사가 강 형사에게 한 말인데, 대사가 끝나기 무섭게 강 형사의 주먹질이 이어지며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고 안성기(왼쪽) /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스틸 컷

◇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대사는 거의 없지만 유명한 명장면

'인정사정 볼 것 없다'(감독 이명세)는 90년대 한국 영화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회자된다. 이 영화에서 안성기는 살인 사건의 주범이자 폭력 조직의 보스 장성민을 연기했다. 고지능 살인마인 정성민은 영화 내내 대사가 크게 없으나 박중훈이 연기한 형사 우영민과 그가 주먹을 주고받는 일대일 액션 장면은 관객의 뇌리에 크게 각인됐다. 밴드 비지스의 '홀리데이'가 배경 음악으로 삽입된 가운데 비를 맞으며 흙탕물 위에서 치고받는 두 배우의 모습을 슬로우모션, 정지 화면 등의 다채로운 효과로 표현한 이 장면은 한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다. 특히 이 장면은 워쇼스키 자매가 연출한 할리우드 영화 '매트릭스 3-레볼루션'(2003)에서 오마주된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고 안성기 / '실미도' 스틸 컷

◇ '실미도'(2003)…"나를 쏘고 가라, 아니면 내가 널 죽일 수밖에 없다."

강우석 감독과 여러 편을 함께 한 안성기는 '실미도 684부대'의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 '실미도'에 출연했다. '실미도 684부대'는 1968년 북한에서 김신조 등 31명의 무장 게릴라를 침투시켜 박정희 대통령의 암살을 기도한 1.21 사태에 보복하기 위해 김일성 암살을 목적으로 북파를 준비했던 부대다. 이 영화에서 684부대의 지휘관 최재헌 준위 역할을 맡은 안성기는 냉정하고 엄격한 군인이지만 한편으로는 부대원들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남다른 복합적인 인물을 훌륭하게 연기했다. 특히 "나를 쏘고 가라. 아니면 내가 널 죽일 수밖에 없다"고 한 최준위의 한 마디는 설경구의 캐릭터 강인찬이 했던 유명한 대사 "비겁한 변명입니다"와 함께 오래 기억되는 대사로 남았다. 안성기가 출연한 '실미도'는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하기도 했다.

◇ '라디오 스타'(2006)…"별은 말이지 자기 혼자 빛나는 별은 거의 없어 다 빛을 받아서 반사하는 거야."

안성기와 박중훈은 이준익 감독의 영화 '라디오 스타'에서 재회했다. 퇴락한 왕년의 스타와 그의 오랜 파트너인 매니저의 우정을 그린 '라디오 스타'는 두 배우의 실제 관계가 캐릭터와 시너지를 이루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영화 속에서 80년대에 머물러 있는 가수 최곤(박중훈 분)의 자존심을 지켜주고자 노력하며 헌신한 매니저 박민수 역할을 맡은 안성기는 특유의 따뜻한 감성으로 인물을 표현, 호평을 받았다. 극 중 박민수가 했던 "별은 말이지 자기 혼자 빛나는 별은 거의 없어 다 빛을 받아서 반사하는 거야"라는 대사는 영화에 흐르는 정서를 대변하며 감동을 안겼다.

'부러진 화살' 스틸 컷

◇ '부러진 화살'(2012)…"이게 재판입니까? 개판이지."

2012년, 60대에 접어든 안성기는 여전히 주인공으로 활약하며 '국민 배우'의 이름값을 빛냈다. 영화 '남부군'(1990)을 함께 한 정지영 감독과 재회한 '부러진 화살'은 당대 346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했다. 사법부의 권위주의와 공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도전적인 작품 '부러진 화살'에서 안성기는 고지식한 원칙주의자 주인공 김경호 교수를 연기했다. 안성기는 영화 속에서 온갖 압박 속에서도 부러지지 않고 원칙으로 맞선 주인공을 설득력 있게 연기, 흥행을 견인했다. "이게 재판입니까? 개판이지"라는 대사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마음을 대변하며 공감을 자아냈다.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