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케 쇼 감독 "韓 영화 위기? 못 믿겠다…레벨 높은데"
[N인터뷰]②
10일 개봉 日 영화 '여행과 나날'
- 고승아 기자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N인터뷰】①에 이어>
일본 감독 미야케 쇼(41)가 한국 영화와 영화 산업의 현실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밝혔다.
미야케 감독은 오는 10일 개봉하는 '여행과 나날'을 위해 내한해 여러 일정을 진행하고 있다. 영화는 어쩌면 끝이라고 생각한 각본가 '이'(심은경 분)가 어쩌다 떠나온 설국의 여관에서 의외의 시간을 보내면서 다시 시작되는 2025년 겨울, 일상 여행자들과 함께 떠나는 꿈같은 이야기다.
미야케 쇼 감독은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새벽의 모든'까지 연이어 베를린국제영화제 초청을 받은 바 있다. '여행과 나날'은 르카르노 영화제에서 최고상(황금표범상)을 수상했다.
국내에서도 팬층을 보유하며 차세대 거장으로도 주목받는 미야케 감독은 현재 한국영화 산업에 대한 생각을 묻자, "한국의 지금 영화계 현실과 위기감에 대해선 뉴스를 많이 봐서 알고 있다"며 "근데 못 믿겠다"고 운을 뗐다.
그는 "한국에 와서 관객분들을 만나거나 이렇게 미디어와 비평가를 만나 보면 진짜 진심으로, 레벨이 너무너무 높다고 생각한다"며 "감독도 배우도 포텐셜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들의 능력밖에, 무언가 영화인의 책임보다는 다른 쪽에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최근 일본 영화는 다양한 해외 영화제에 초청되고, 국내외에서 좋은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미야케 감독은 "사실 일본 영화가 다양한 국제영화제에 초청이 된 건수가 늘어난 것도 알고, 새로운 젊은 감독 배출도 늘어난 게 사실인데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우연이지 않을까, 이 현상이 계속될 거란 확신은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일본에서는) 새로운 감독이 배출되는 건 사실이긴 하다"라며 "하지만 일본 영화 관객 수와 영화 수 자체가 절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인데, 그래도 전국 각지에 예술 영화관이 있고, 거기서 다양한 영화를 본 세대들이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싶어서 아슬아슬하게 살아 남아있는 거라 생각하고, 앞으로 그런 영화관이 사라지면 이런 현상이 사라지지 않을까 우려가 있다"고 털어놨다.
전 세계 영화 시장 흐름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미야케 감독은 "일단 70년 전, 예전에는 영화관에 가야지만 볼 수 있었다"라며 "다른 세계를 볼 수 있는 건 영화관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손안에 다양한 영상들이 들어오고 이 작은 걸로 촬영까지 가능한 세상이 됐다, 그래서 영화 시장이 가장 크게 변화한 이유가 아닐지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선 저 개인적으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말씀드리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이제 연애, 사랑에 관련된 영화를 찍으려고 하면 인터넷이나 리얼리티 쇼가 많아서 그게 (멜로 영화의) 라이벌이 되는 상황이다, 그리고 전쟁 영화도,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전쟁 영상이 실제로 다 볼 수 있지 않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이런 장르를 찍어야 한다고 물어본다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저희는 지금까지도 픽션이 필요했고, 앞으로도 필요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아직 고민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픽션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나는 계속해서 영화와 이야기를 찍어나가는 게 나의 입장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한 미야케 감독은 "사실 지금 정말로 다양한 영상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지는데, 그럼에도 다 풀어내지 못한 많은 스토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만약 내가 지금 여기 미디어 분들을 드라마 주인공으로 쓴다고 해도 취재진마다 스토리가 다 다르지 않겠나"라며 "우리가 풀어내지 못한 스토리가 많아서 풀어낸 게 우리 일이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최근 한일 합작 작품이 많이 증가한 추세다. '여행과 나날'은 합작 형태는 아니지만, 한국 배우 심은경이 출연하기도 했다.
미야케 감독은 "이러한 한일 합작도 스토리 확장이라 생각하고,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실 세계엔 정말 많은 사람이 있는데, 우리가 평생 만날 수 있는 사람 수는 한정적이다, 그래서 이렇게 (합작으로) 새로운 만남을 가진다는 건 행운이고 더욱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합작하는 게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이고, 단순한 행복은 아닐 것"이라며 "그래도 그걸 넘어서는 행복한 충만함이 있을 것이고, 그게 있어야 우리 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라는 건 집단 예술이기 때문에 혼자서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나는 국경을 넘는 것이 바로 영화를 만드는 작업이라 생각해서, 이런 작업이 큰 의미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심은경 외에 작업하고 싶은 한국 배우가 있냐는 물음에 "한국에 많은 배우들이 있고, 당연히 기대하거나 같이 하고 싶은 분은 계신다"라며 "한국 감독님들도 발견하지 못한 (배우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게 재밌지 않을까 생각하고, 그런 기대감이 커서 특정 배우로 대답을 못하겠다"고 답했다.
끝으로 이 영화를 한국 관객들이 어떻게 봐줬으면 하냐고 묻자, "어떤 부분을 봐달라기보다는 어디서 볼지를 말씀드리고 싶다"며 "꼭 영화관에서 봐달라, 영화를 본다는 게 아니라 꼭 체험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에 항상 올 때마다 일정이 많았는데, 이번에 시간이 된다면 한국 미술관과 박물관, 서점을 가서 조금 더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웃었다.
seung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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