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은 우리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꺼낸 LGBTQ와 폭력(종합) [N현장]
- 정유진 기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아무렇지 않게 쓰는 말인데 더욱 듣는 (극중 소년들과 같은)소년들에게 억압적이고 폭력적일 수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독특한 플롯을 자랑하는 영화 '괴물'로 한국 극장에 다시 한 번 문을 두드린다. 이번 영화는 일본의 유명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 작가가 각본을 쓰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을 맡은 작품. 그간 자신이 직접 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극 영화들을 선보였던 고레에다 감독으로서는 새로운 도전이 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괴물'(감독 고레에타 히로카즈)의 화상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원래라면 직접 서울에 가서 대면으로 여러분의 질의응답을 받는 것이 가장 좋은 형태인데 찾아뵙지 못해 죄송하다, 지금 촬영 중이라 직접 갈 수 없었다"며 화상으로나마 간담회를 열게 된 이유를 밝혔다.
'괴물'은 몰라보게 바뀐 아들의 행동에 이상함을 감지한 엄마가 학교에 찾아가면서 의문의 사건에 연루된 주변 사람들 모두가 감정의 소용돌이를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드라마 '마더' '최고의 이혼' '콰르텟'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등을 쓴 각본가 사카모토 유지가 시나리오를 썼고 '마지막 황제'로 제60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음악상을 수상한 고(故) 사카모토 류이치가 음악을 맡았다. 제76회 칸 영화제 각본상 수상작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2018년에 처음 사카모토 유지 작가에게 연출 제안을 받았다. 사카모토 유지 작가는 자신이 준비 중이던 시나리오의 연출가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지목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처음에 이 영화를 접하게 된 것은 영화의 바탕이 된 긴 플롯을 사카모토 유지씨가 써서 주셨다, 그게 2018년 12월이고 거의 5년도 더 됐다"며 "플롯을 읽는 과정에서 한 장 한 장 읽으면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누가 나쁜 지를 나도 모르게 찾고 있었다, 담임이 나쁜가 어머님이 나쁜가 괴물이 누군가 나도 모르게 괴물 찾기를 하고 있었다"며 "등장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진실을 전혀 모른다는 것을 나 또한 느꼈고 굉장히 스릴이 있었다, 나는 절대 쓸 수 없는 플롯이었다"고 각본에서 느낀 매력을 밝혔다.
흔쾌히 연출을 맡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처음 읽을 때 긴장감이 있었고 나도 모르게 화살을 누구에게 돌릴 것인가 느꼈고, 관객들을 비슷한 느낌으로 끌어들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그런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연출 주안점에 대해 전했다.
더불어 사카모토 유지 작가와의 작업을 수락한 이유에 대해서는 "무엇이 일어나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데 긴장감이 지속되는 영화다, 이 영화는 그래서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플롯과 각본을 읽었을 때 이게 3장으로 이뤄진 구성인데, 3장에 이르러서야 이 아이들의 세계를 나에게 맡기고 싶어 사카모토 유지가 연출을 내게 제안했구나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군가 던진 공을 잘 받아서 잘 던져줘야 하는 입장이 됐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영화는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 사회 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도 시사점을 가질 만한 작품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일본 사회에서 아직도 성적인 부분에 문제가 많다, 기본적으로 아직 대부분의 지역에서 동성혼에 대해 법적으로 인정하지않고 가족의 형태나 부부의 형태, 사랑의 형태에 대해서는 적어도 정치적 사회적 면에서 매우 좁게 정의한다"며 "영화를 통해 일본 제도를 비판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인간 내면의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인간 안에서 쓰이는 일반적이라는 말이라든가 (극중)호리 선생님이 자주 쓰는 남자다움이라는 말이 얼마나 많이 나오나 보라"라며 "그런 말들은 상처를 주기 위해서 쓰는 말이 아니라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말인데 그래서 더더욱 듣는 소년들에게 억압적이고 폭력적일 수 있다"고 생각을 전했다.
또한 "가해하지 않았지만 (받는 사람은)해를 받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중시하고 싶다, (영화에서)무언가 건져내야 하는 게 있다면 이렇게 알지 못하는 사이에 생겨나는 가해와 피해, 이런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소재가 소재인 만큼, 주인공인 아역 배우들 뿐 아니라 성인 배우들, 스태프들에게 영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특별한 교육을 실시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촬영장에 있는 모두를 대상으로 성교육 및 LGBTQ 교육을 시켰다면서 "성교육과 LGBTQ 교육을 하는 선생님을 모셔와서 아역 배우 물론이고 영화 현장 스태프도 모두 그런 교육을 받는 시간을 가졌다, 아역 배우는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그런 교육을 시켰다"고 전했다.
다른 각본가가 있는 작품이었기에 디렉션도 이전 영화들과는 달랐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아무도 모른다'를 찍을 때 아이들에게 대본을 주지 않고 현장에서 네가 직접 해야하는 이야기를 전달하면서 바로 즉흥으로 연기하게 했다, 그 당시 순간순간 그 장소에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중시했었다"면서 "이번 영화에서는 복잡하고 단순하지 않은 감정을 표현했다 ,소년들이 즉흥으로 현장에서 대사를 하는 건 위험하다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디션 단계에서부터 이 아이들에게 대본을 미리 준다는 것을 전제로 아이들을 뽑았다, 오디션을 본 아이 중 두 소년이 뛰어났다, 이 둘에게 물어보니 곧바로 대본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고, 대본을 미리 주고 다른 영화처럼 리딩하고 리허설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로 시도한 이런 접근법은 결과적으로 굉장히 좋았다고 생각하고, 아이들에게서 좋은 연기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영화에는 일본의 유명 배우 안도 사쿠라가 나온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어느 가족'에서도 한 차례 함께 했던 안도 사쿠라와의 작업을 기다렸고, 그 때문에 바로 그에게 엄마 역할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도 사쿠라는 처음에는 출연을 거절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마침 그때가 코로나19 기간이었는데 안도 사쿠라가 여러 이유로 연기 모티배이션(동기)이 없다고 거절했다"면서 "다시 전화를 걸어서 한 시간을 계속 이야기 해 설득했다, 그 결과 굉장히 만족할 좋은 연기가 나왔다, 조르기를 잘했다"며 "뜨거운 부탁과 함께 반은 강제적으로 출연해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캐스팅 비화를 밝혔다.
'괴물'은 일본의 유명 작곡가 고(故) 사카모토 류이치의 유작이기도 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사카모토 류이치씨의 유작이 이 작품이 된 것은 굉장히 안타깝다, 일본 뿐 아니라 전세계 영화계, 음악계의 큰 손실이다, 그분이 남긴 것은 앞으로 시대를 초월해 계속해서 듣게 될 음악이다, 그분의 작업에 내 영화가 조금이라도 관련된 것 자체가 저에게 큰 긍지"라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괴물'은 오는 29일 개봉한다.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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