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무가', 살인사건과 무당 그리고 힙합의 엉뚱한 블렌딩 [시네마 프리뷰]

'대무가' 스틸 컷
'대무가' 스틸 컷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배우들의 라인업만 보면 상업 영화가 분명하다. 박성웅에 정경호, 라이징 스타 류경수까지. 하지만 소재를 보면 평범한 상업 영화의 범주 안에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살인사건과 실종이라는 의미심장한 사건으로 시작되지만, 결국 '대무가'(감독 이한종)는 '신빨'을 잃어버린 무당들의 정체성 찾기에 초점을 맞춘 성장 드라마다.

최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 '대무가'는 용하다 소문난 전설의 대무가 비트로 뭉친 신(神)빨 떨어진 세 명의 무당들이 각자 일생일대의 한탕을 위해 프리스타일 굿판 대결을 펼치게 되면서 벌어지는 활극을 담은 영화다.

이 영화는 2018년 제3회 충무로 뮤지컬영화제에서 공개된 단편 '대무가'에 이야기를 더한 작품이다. 43분짜리 '대무가'에서 주연을 맡았던 류경수와 양현민, 서지유가 그대로 출연하며, 박성웅과 정경호가 새로운 캐릭터로 합류해 장편 영화 분량인 108분을 채웠다. 영화의 초반 부분은 단편 '대무가'의 촬영분이 그대로 사용됐고, 박성웅과 정경호 등이 출연하는 뒷부분은 기존의 배우들과 함께 새롭게 촬영됐다.

영화는 여러 번의 취업 실패 끝에 무당 학원에 등록해 10주 속성 과정을 듣고 있는 무당 준비생 신남(류경수 분)의 시점에서 시작한다. 신남은 애초 인생역전을 노리고 무당 학원에 등록을 한 것이었는데, 아무래도 재능이 없어 망할 위기에 처한다. 그 가운데 어리바리한 여자 정윤희(서지유 분)가 의뢰를 위해 찾아오고, 그녀의 가방에서 몰래 주민등록증을 꺼내 신원조사를 한 그는 "모레에 오면 놀라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신남은 주민등록상의 주소를 찾아가 여자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한다. 재개발 지역에 살고 있는 정윤희는 얼마 전 아버지를 잃었다. 신남은 정윤희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자신을 찾아온 것이라 추측했고, 이는 맞아떨어져 "아버지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는 정윤희를 위해 굿을 준비하게 된다. 사실상의 데뷔 무대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던 신남은 무당학원 선생으로부터 접신을 하기 위한 비기가 담긴 '대무가'를 전달받는다. 덕수궁 선녀의 남편 백봉선생(윤경호 분)이 만든 '대무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서 읊조리는 '나의 고백'으로 시작돼야 한다.

'나의 고백'을 해낸 신남은 결국 정윤희의 앞에서 접신이 된다. 신남의 몸에는 정윤희의 아버지가 들어왔고, 여기서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발생한다. 이날의 굿판을 끝으로 신남은 실종돼 버리고, 신남의 어머니(이용녀 분)가 아들과 같은 무당학원 출신이자, 에이스인 청담도령(양현민 분)을 찾아와 아들을 찾아달라 말한다. 이에 청담도령은 신남을 찾으러 나선다.

'대무가'의 아쉬운 점은 완결성이 부족한 데 있다. 영화는 신남으로 시작해 청담도령, 마준성(박성웅 분), 손익수(정경호 분)의 서사를 차례로 보여주는데, 무당을 꿈꾸는 취준생이 살인사건과 연루된다는 신남의 서사, 그리고 그와 처음부터 얽혀있던 청담도령의 서사는 그럴듯한데 반해 교도소에 다녀온 후 신빨을 잃어버린 마준성, 과거 7구역에서 받은 상처로 인해 복수를 꿈꿔온 빌런 손익수(정경호 분)의 서사는 필연성이 부족하고 어딘지 모르게 끼워맞춘 듯한 느낌이 든다. 영화가 네 인물의 서사를 차례로 보여주는 식으로 진행될 뿐, 통일된 주제를 드러내지 않다보니 관객의 입장에서는 결말에서 무엇을 느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캐릭터나 사건, 소재가 완미하게 '블렌딩'이 잘 됐다고 표현하기는 어려운 작품이다.

반면 엉뚱한 소재와 캐릭터는 장점이다. 신남과 청담도령, 마준성이 현충원 역에서 하는 힙합 소울 가득한 '나의 고백'은 진짜 랩처럼 캐릭터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흥미롭다. '나의 고백' 뿐 아니라 10주 단기 속성 무당 학원이라는 설정, 빌런 역할을 주로 해왔던 '상남자' 배우들이 무당 역을 맡아 화려한 화장을 하고, 색동 옷을 입는 변신을 감행하는 등 엉뚱하고 우스운 'B급' 요소들이 영화에 생기와 개성을 부여한다. 날카롭고 섬세한 '조폭' 손익수로 분한 정경호의 변신도 주목할만하다. 러닝타임 108분. 12일 개봉.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