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2' 이현민 "디즈니, 공감에 집중…공평한 기회 표현 노력"(인터뷰②)

[N인터뷰]

이현민 슈퍼바이저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뉴스1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겨울왕국2'의 안나를 맡아 생생히 살아 숨쉬도록 숨을 불어넣은 이현민 슈퍼바이저(38).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한국인 애니메이터로 활약하고 있는 그는 마치 안나를 보듯, 안나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내뿜으며 캐릭터 안나에 대한 애정을 거듭 드러냈다.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영화 '겨울왕국2'(감독 크리스 벅, 제니퍼 리)에서 안나 캐릭터를 총괄한 이현민 슈퍼바이저가 취재진과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겨울왕국2'는 두 자매 안나(크리스틴 벨 분)와 엘사(이디나 멘젤 분)가 아렌델 왕국에 닥친 위기를 해결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특히 두 사람은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2014년 개봉한 '겨울왕국1'에 이어 5년여 만에 시즌 2가 나온 가운데, 국내에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겨울왕국1'에 이어, '겨울왕국2' 역시 국내에서 개봉 5일 만에 479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엘사와 함께 영화의 축을 담당하고 있는 안나의 전반적인 작업을 맡은 사람은 바로 한국인 애니메이터 이현민 슈퍼바이저다.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공주와 개구리' '빅 히어로' '모아나' '주먹왕 랄프' '페이퍼맨' 등에서 애니메이터로서 작업을 맡아왔고, '겨울왕국2'에서 안나의 애니메이션 슈퍼바이저로 발탁됐다.

'겨울왕국2' 포스터 ⓒ 뉴스1

시즌1이 2014년에 개봉한 만큼 비주얼적인 변화도 컸다. 무엇보다도 엘사와 안나가 성숙해진 모습은 물론, 애니메이션 화면의 질적 성장도 이뤄졌다. 이에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제작한지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진화가 많았다. 6년 전 컴퓨터는 이제 오래된 것이다. 그런 만큼 저희가 애니메이션 하는 기법이나 조명하는 기법, 머리카락, 옷, 모든 방면에서 표현하는 기법이 훨씬 더 섬세해지면서 아트적으로 더 조절할 수 있는 점이 많아졌다. 또한 1편에서 제작한 애니메이터 분들이 많이 남아 계시고, 디즈니 애니메이터들이 한 작품 하실 때마다 한 단계씩 올라가려고 노력한다. 그 사이에 많은 작품을 해서 실력도 더 향상됐다. 그래서 감독님이 '겨울왕국2'는 이런 스토리로 만들 것이라고 말하자 애니메이터들이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다는 생각에 다들 흥분해서 좋아했다"고 밝혔다.

만화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애니메이터들에게서 꿈의 회사로 꼽히는 디즈니 스튜디오를 인턴부터 다닌 이현민 슈퍼바이저. 스스로 느끼기에 디즈니만의 특징이 무엇인지 물어보자, "정말 애니메이션 좋아하는 사람으로서는 꿈의 직장이다. 저를 포함해 많은 분들이 디즈니 만화를 보고, 디즈니에 대한 엄청난 애정을 가지고 계신다. 그만큼 애정도 있고 어렸을 때 본 디즈니의 기준에 부합하고 이를 끌어나가고자 하는 책임감도 있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자극도 받고, 다들 열심히 한다. 저도 항상 신나하면서 작업을 하는 편이다. 물론 오래 야근하면 피곤하지만 디즈니는 지금 당장 재밌는 것보다도 10년 뒤에도 재밌는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 지금 힘들어도 여러 사람들이 세대를 걸쳐 좋아해줄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동기부여가 된다"고 밝혔다.

이에 디즈니에서 야근이 어떻게 이뤄지냐고 묻자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정해진 시간에서 작업하고, 회사에서는 너무 늦게 일하면 빨리 집에 가라고도 한다. 야근이라고 해도 무리하지 않고, 최대한 개봉 날짜에 맞춰서 열심히 하자는 게 있다. 건강을 유지하면서 할 수 있게 굉장히 도와주는 편이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주는 '디즈니식 공주' 역할이 어느 정도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에 디즈니는 최근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듯, 다소 달라진 공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물론 사회적인 분위기가 중요하다. 디즈니에서는 공감대가 있고, 변하지 않는 덕목들에 대해 집중해서 만든다. 시대에 따라 이런 저런 일들이 일어나고, 집중하는 면들이 바뀌지만 결국에는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것이 바탕에 깔려있다. 그래서 요즘 여성과 남성을 불문하고 공평한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한다. 안나와 엘사가 공주든 왕비든, 그런 기품을 따지지 않고 자기들이 믿는 바에 따라서 살아가는 모습을 표현하는 것도 공평하게 생각하는 분위기 속에서 그려나가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이현민 슈퍼바이저 2019.11.25/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동양인 여성으로서 오랜 기간 디즈니 스튜디오에 몸 담고 있다. 이번 '겨울왕국2'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제니퍼 리 감독 역시 디즈니에서 여성 감독으로서 활약하고 있다.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제니퍼 리 감독님은 정말 멋있으시다. 모든 감독님들께 다 영감을 받는다. 그래도 확실히 옛날에 비해서 인종, 성별 관계없이 여러 일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어렸을 때 '나도 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면이 될 수 있으니까, 그런 면에서 제니퍼 리 감독님 같은 분들이 주목받고 있고, 나도 가능하겠다는 꿈을 꾸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도 학교 졸업 한지 12년이 됐는데 지금 애니메이션과 학생 비율이 여성과 남성 비율이 동등하거나 여성이 더 많을 때도 있다. 이외에도 애니메이션 온라인 스쿨도 엄청 많고, 독학해서 배우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앞으로 더 다양한 사람들이 나오지 않을까. 그만큼 더 재밌고 더 영감을 받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자신이 만든 안나가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는 것에 대해 이현민 슈퍼바이저는 "사람들이 안나와 엘사 캐릭터는 진짜로 존재한다고 믿고 애정을 가지고 바라본다. 특히 저는 애니메이터로서 애니메이션을 연기하는 거니까 저희가 항상 작업을 할 때, 최대한 잘 할수록 저희 존재가 사라진다고 생각한다. 저희 손이 보이지 않을수록 캐릭터가 캐릭터 자체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믿고, 그렇게 살아가는 존재가 됐을 때 성공했다는 느낌이 든다. '겨울왕국2' 만들 때 '안나는 이랬으면 좋겠어' '엘사에게 이런 일이 있으면 좋겠어'라는 반응이 있었는데, 더 뜻깊고 뿌듯했다. 저희가 안 보일수록 더 성공한 것"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편 '겨울왕국2'는 지난 21일 개봉했다.

seung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