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태 "다작으로 주목? '행복' 아닌 '천만다행'이라 생각"(인터뷰)
[N인터뷰]③
- 장아름 기자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리건 감독님의 쓴소리가 지금의 저를 있게 했어요."
배우 허성태와 영화 '신의 한 수: 귀수편'(감독 리건)의 인연은 특별하다. 허성태는 지금으로부터 7~8년 전 우연한 계기로 리건 감독과 만났고, 리건 감독에게서 "그런 모습으로는 앞으로 배우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쓴소리를 듣고 그때부터 준비된 배우가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하기 시작했다.
허성태는 "그땐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제게 그렇게 쓴소리를 해주셔서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때 허성태와의 만남 이후, 리건 감독은 허성태를 지켜봤고 그를 두고 '신의 한 수: 귀수편'의 부산잡초로 캐스팅하기로 결심했다. "허성태 배우가 잡초처럼 살아왔더라. 연기가 살아온 인생을 넘을 수 없다고 생각해 캐스팅 할 때 연기 보다 인생을 보려 노력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부산잡초는 배우가 되기 위해 대기업을 그만두고 긴 무명 기간을 버텨온 허성태의 근성이 느껴지는 역할이기도 했다.
허성태가 '신의 한 수: 귀수편'에서 맡은 부산잡초는 이길 때까지 판돈을 올리며 집요하게 바둑을 두는 인물이다. 부산잡초는 속기 판돈 바둑으로 귀수(권상우 분)와 목숨을 건 대결을 하게 된다. 허성태는 리건 감독과 부산잡초의 전사를 설명하는 대사를 직접 쓰는 등 '신의 한 수: 귀수편'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신의 한 수: 귀수편'은 올해 그 누구보다 열심히 연기해온 허성태의 존재감이 빛나는 작품이다.
허성태는 올해 초 '말모이'부터 '열두 번째 용의자' '블랙머니' '신의 한 수: 귀수편'까지 스크린에서 활약했고, '이몽' '왓쳐' 등 드라마를 통해 대중과도 더욱 가까워졌다. 다작으로 주목받으면서 어머니가 그 누구보다 기뻐한다고 했지만, "행복하다고 하지 말고 천만다행이라 표현하자"고 했다는 그다. '신의 한 수: 귀수편'까지 숨가쁘게 달려온 허성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N인터뷰]②에 이어>
-올해 '말모이' '열두 번째 용의자' '블랙머니' '신의 한 수: 귀수편' 등 영화 뿐만 아니라 드라마 '이몽' '왓쳐' 등 드라마까지 대중과 더욱 가까워진 한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특별한 것은 없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계속 이렇게 연기할 거다. 누가 먼저 저를 알아보고 사진 찍어달라고 하는 건 거품 같은 것이고 정말 아무 것도 아니란 것을 안다. 그런 것에서 오는 감흥은 없지만 어머니가 기뻐하시는 모습이 너무 좋다. 어머니가 부산 시장에서 이불 장사를 하시는데 주변 분들에게 자랑을 하시나 보더라.(웃음) 그래서 제가 그때마다 어머니께 '침착하시라'고 했다.(웃음) 어머니께 '행복하다고 하지 말고 천만다행이라 표현하자'고 했다. 지금 만약 제 상황이 예전 같았다면 연기를 그만둘 수도 있고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 될 수도 있는데 너무 거기에 빠지지 말고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자 했다. 그래도 어머니가 제일 좋아하시는 모습이 가장 좋다.
-어머니는 어떤 작품에서의 아들의 모습을 가장 좋아하셨나.
▶다 좋아하시지만 백상예술대상에서 '범죄도시'로 신인상 후보에 올랐을 때였다. 상을 받진 못했지만 어머니께서 제가 처음으로 배우로서 시상식에서 후보가 됐다는 사실에 가장 흐뭇해 하셨다. 상을 받고, 안 받고를 떠나서 배우로서 인정받아서 후보 리스트에 올라갔다는 의미니까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하시면서 시상식에도 오셨었다. 특히 예능에 나오면 그렇게 좋아하신다. '해피투게더'는 물론이고, 이번에 '연예가중계'에 처음 나갔는데 난리셨다.(웃음) '아는형님' 방송 때도 난리나실 것 같다.
-다양한 악역을 연기하면서 자연스레 찾아오는 고민도 있을 텐데.
▶배역을 선택할 때 매력이 있는 악역이어야 하고 사연 없는 악역을 선택하진 않는다. 악역마다 색깔이 다 달라야 한다. '왓쳐' 때는 이때까지 한 것과 다르게 호흡과 힘을 많이 빼고 단순화시켜서 연기하려 했는데 반응이 안 좋았다.(웃음) 결과적으로 봤을 때 무모한 도전이었나 싶었다. 배우가 연기가 이상하다는 소릴 들으면 안 되는 건데, 잘못된 결정을 한 건가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그건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배우로서 풀어야 하는 영원한 숙제인 것 같다.
-악역 제안이 계속 들어오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저의 주변 사람들은 저를 못생긴 바보로 안다.(웃음) 다들 저를 편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프로필을 찍을 때 콘셉트가 있어야 하다 보니 인상을 보시고 악역에 어울린다 생각하셔서 불러주시는 게 아닌가 한다. 실제 저의 모습은 낯도 많이 가리지만 친해지면 허물 없이 지내게 되는, 편한 사람이다. 대중 분들도 '셀 줄 알았는데 선하시네요'라며 놀라시더라.(웃음)
-선역에 대한 갈증도 있지 않은지.
▶천만다행으로 이번 달에 처음 방송되는 tvN 드라마 '사이코패스 다이어리'와 추후 개봉하는 영화 '히트맨'에서는 재미있는 역할을 맡았다. 정말 천만다행이고 큰 행운인 것 같다. 아무래도 악역보다 재미있는 연기할 때가 편하다. 나라는 사람이 멋있지 않은데 배역으로 멋있는 척 하는 게 오글 거릴 때가 있다. 카리스마를 만들어야 하고 분위기를 내야 할 때 어색하더라.(웃음)
-악역을 하면서 오는 감정 소모는 어떻게 해소하나.
▶와이프와 술 한잔 하고 턴다. 최근에 그런 게(감정 소모가) 좀 있었는데 와이프와 술 한잔 하면서 얘기를 나눴다.
-쉼 없이 활동을 해왔다. 그런 에너지는 어디서 생겨나나.
▶그동안 쉬었던 시간이 많으니까 할 수 있을 때 더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힘이 빠지고 그럴 때 힘들었던 시절 살던 집 근처에 간다. 그 근처에 가면 힘들었을 때 맡았던 냄새가 난다. 그러면 '이럴 게 아니다, 열심히 해야겠다'고 한다. 그래서 힘들 때마다 예전에 살던 그곳에 자주 간다. 무엇보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니까 안 쉬고 저를 보여드리고 싶다. 드라마가 끝날 때쯤 영화관에서 보실 수 있게 해드리고 싶고, 또 다른 드라마로 보여드리고 싶다. 올해는 그렇게 연기를 해온 것 같다. '블랙머니'도 동 시기 개봉하게 돼서 서로 다른 두 모습이 어머니께 큰 선물이 될 것 같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배역과 장르는 무엇인지, 그리고 연기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 것 같은지.
▶전쟁영화를 꼭 한 번 해보고 싶다. 정의로운 역할도 한 번 해봐야 한다.(웃음) 연기는 즐거움 때문에 하는 것 같다. '이몽'이라는 드라마를 찍을 때 대기실에서 '내가 연기를 왜 하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힘이 빠져 있는데 슛 들어가면 어느새 즐거워져 있더라. 카메라만 돌아가면 너무 행복하다. 연기를 왜 하나 생각해본 결과 그 희열, 카메라가 돌아가기만 하면 느껴지는 행복 때문인 것 같다. 사람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복이다. 그래서 저는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신의 한 수: 귀수편' 관전포인트를 짚어준다면.
▶흥미진진한 한 편의 만화라고 생각해주셔도 좋을 것 같다. 바둑판 안에 인생이 있다고 하는데 만화적 요소도 많고 거기서 오는 통쾌함이 있기 때문에 한 편의 잘 짜인 영화로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aluemcha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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