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 어른들 책임" 신카이 마코토, '날씨의 아이'로 전한 위로(종합)

[N현장]

'날씨의 아이' 아이맥스 포스터 ⓒ 뉴스1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답변에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을 수 있습니다.

"3년 후 한국과 일본과 사이도 좋아지고 또 다시 한국 관객들과 좋은 시간 갖게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너의 이름은.'으로 큰 사랑을 받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신작과 함께 내한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신작 '날씨의 아이'와 관련한 이야기부터 영화를 통해 젊은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위로의 메시지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는 영화 '날씨의 아이'(감독 신카이 마코토) 관련 내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날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참석해 국내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눴다.

'날씨의 아이'는 도시에 온 가출 소년 호다카가 하늘을 맑게 하는 소녀 히나를 운명처럼 만나 펼쳐지는 아름답고도 신비스러운 비밀 이야기를 그리는 애니메이션. 국내에서 371만 관객을 동원해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1위를 기록한 '너의 이름은.'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3년만의 신작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정교한 작화와 아름다운 빛의 흐름, 그리고 섬세한 언어를 통해 국내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번엔 누구에게나 관심사가 되는 '날씨'를 주제로 이상 기후가 계속되는 시대의 운명 때문에 흔들리는 남녀가 자신의 삶의 방법을 선택하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날씨의 아이' 속의 청춘은 먹구름으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도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빛줄기를 향해 나아간다. 지난 2017년부터 3년간 있었던 사회적인 분위기를 담아냈고 캐릭터에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모습을 투영했다. 기로에 놓인 주인공들이 선택한 발걸음은 세상에 휘둘리기 보다 정말 나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하고 위로와 공감, 맑은 에너지를 전한다.

영화 날씨의 아이 스틸 ⓒ 뉴스1

앞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너의 이름은.'으로 내한했을 당시 신작이 한국에 개봉하게 되면 다시 관객들을 만나러 오겠다는 약속을 남겼고, 이에 '날씨의 아이' 국내 개봉 시기에 맞춰 내한을 확정했다. 당초 10월 초였던 국내 개봉일이 불가피하게 변경돼 방문이 어려웠던 상황에서도 이번 내한은 오직 한국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다는 강한 의지로 성사됐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GV 등으로 국내 관객들과 만남을 가졌다.

이번 내한과 관련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드디어 한국 올 수 있게 돼서 안심된 마음이 크다"고 운을 뗐다. 이어 "개봉일이 연기되기도 했고 한국 못 가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이렇게 올 수 있게 돼 마음이 놓인다"며 "'너의 이름은.' 때 한국 관객 여러분께 3년 뒤 신작과 찾아오겠다고 약속 드리게 됐는데 그 약속 지킬 수 있게 돼 안심된다"고 털어놨다.

신작에서는 왜 '날씨'에 대해 다뤘을까. 신카이 마토코 감독은 "날씨에 대해 영화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기후가 굉장히 많이 변했다는 걸 실감했기 때문"이라며 "한국 관객 분들께 한국의 기후 변화에 대해 실감하냐고 했는데 그 정도는 아니라고 하더라. 일본은 최근 몇년 사이에 기후 변했다는 걸 실감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었다"며 "달라져 가는 기후 안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남녀의 모습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모티브로 삼은 것이 '날씨의 아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재난, 재해라고 부를 만한 것을 모티브로 한 것은 맞다. 일본인들이 일본 안에서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걱정거리가 자연재해가 돼버렸다"며 "영화를 통해 비가 멎지 않은 이 사회안에서 살아가는 모습 보여주면서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면 그 점에 대해서는 크게 자신이 없다. 어쩌면 지금 사회에 대한 반발 같은 마음이 더 컸을 수도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도 그렇고 다른 나라에서도 그런 일이 있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정치인일 수 있고 일반인일 수 있는데 SNS나 미디어에서 한 가지에 대해 공격을 받고 한 사람의 인생이 굉장히 산산조각 나버리는 그런 일들을 많이 목격하고 있다. 그러한 사회라는 점에서 저는 살아가기 힘들다, 숨 막힌다는 걸 느끼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잘못 된 일이라고 얘기할 수 있고 민폐될 수 있음에도 호다카는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단 한 사람을 위해, 전력을 다해 뛰어가는 그런 모습을 그려내려 했다. 소년이 하고 있는 하는 모습 보면서 어느 정도 감정 이입 되신다고 한다면 이 사회 살아가면서 느끼는 숨막힘을 다소 옅게 해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영화 날씨의 아이 스틸 ⓒ 뉴스1

'날씨의 아이' 속 청춘들의 모습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3년 전 만들었던 '너의 이름은.'의 주인공들에 비해 굉장히 돈이 없고 빈곤한 모습 보여준다. 카페에서 잠을 자기도 하고 편의점 과자로 집에서 요리를 만들어먹는 모습도 보인다"며 "'너의 이름은.' 때는 영화 속에 나온 이들의 모습을 보고 동경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너의 이름은.'은 반짝이는 느낌으로 연출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감정 이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너의 이름은.'을 보면서 관객들이 '나도 거기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도록 하고 싶어서 반짝 거리는 모습들을 구현해냈다"면서 "그런데 3년 후가 됐더니 사회적 분위기가 많이 변했다고 느끼고 있다. 젊은층은 '그런 집에 살 일이 없을 것이다'라고 포기하고 살아간다 느낀다. '날씨의 아이'는 '너의 이름은.' 처럼 반짝거리는 삶을 살지 않더라도 그런 삶 속에서도 즐거움을 찾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그려내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결말에 대해서는 "결말 만드는 데 있어 반발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각오를 갖고 엔딩을 이렇게 만들었다. 확실히 호다카는 사회가 아니라 히나를 선택했다. 그래서 도쿄가 물에 잠길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것은 정말 호다카 한 명의 책임일까 저는 동시에 생각하고 있다"며 "맑음을 원했던 사람들은 비가 오는 도쿄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이라 생각한다. 수많은 사람들의 바람을 위해 히나는 희생되는 존재다. 그런 희생되는 히나를 위해 호다카는 선택을 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호다카가 매우 완전히 이기적인 선택했다고 단정 짓고 싶지 않다. 호다카가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신다고 한다면 그분들도 자신들의 모습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할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소신을 전했다.

소신을 담은 결말을 선보일 수 있었던 이유도 전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저는 논쟁이 되는 걸 부담스럽게 생각하진 않는다. 영화란 것이 엔터테인먼트이기 때문에 더욱더, 너무나 이기적인 사람의 선택에 대해 그릴 수도 있다. 재해를 모티브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엔터테인먼트이기 때문"이라며 "영화를 만들고 보여드렸을 때 수많은 의견이 나오고 반대 의견이 나오는 걸 보면서 저는 관찰을 한다. 이런 관찰 통해 다음 번엔 이런 영화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현대 사회 형태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이 같은 과정은 다음 영화 만드는 데 있어 힌트가 된다. 관객 분들이 이견 주시고 논쟁하시는 것이 제게는 소중하다. 영화 자체로 많은 이들이 의견 나누고 논쟁하는 건 좋은데 개인적인 면에 있어서 공격을 받는 것은 힘들어진다"고 고백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어른들이 만든 문제를 아이들에게 떠넘기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그는 "저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도움 되지 않는다고 느끼고 있다. 저 자신도 아이에게 별로 아이에게 도움되고 있지 않는 것 같다고 느낀다"며 "기본적으로 기후 변화는 어른들이 원인이고 지금의 아이들에겐 책임이 없다. 어른들이 쌓아온 것들이 지구의 모습을 바꿔온 것이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은 그 자체에 대해 책임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영화에서 히나와 호다카는 어른들의 방향이 아닌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된다. 절대로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가 건전하거나 건설적인 메시지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협력해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환경, 정치 문제도 그렇고 어른들이 만든 문제를 갖고 아이들에게 미루는 것은 아이들도 싫고 질려버릴 것이라 생각했고 어른들의 문제는 아이들에게 떠미는 것은 좋지 않다는 생각을 이 영화를 만들면서 더욱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영화 날씨의 아이 스틸 ⓒ 뉴스1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너의 이름은.' 흥행 이후 신작을 선보이게 된 데 대한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제가 점점 영화를 크게 만들어오고 장편 만들어오게 되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며 "제가 동경해오던 애니메이션 영화 같은 걸 우리도 만들 수 있겠다는 희미한 자신감 같은 것이 있다. 10대 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을 보면서 굉장히 재미있고 위안을 받았다. 지금 살아가는 10대에게 즐거움도 주고 싶고 어느 정도의 위안과 위로도 해주고 싶다"고 고백했다.

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흥행 때문에 부담 같은 것은 없었다. 제가 하는 일은 영화를 히트시키려는 일은 아니고 재미있다고 관객들이 해주시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라며 "영화를 히트시키는 건 프로듀서와 배급사가 하는 일이다. 영화가 히트하지 않더라도 그분들 탓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저는 마음 편안하게 만들었다"고 덧붙여 웃음을 안겼다.

끝으로 그는 한국 관객들에 대한 큰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제가 한국을 좋아하는 이유는 처음 영화를 만들었을 때 한국 관객 분들이 '이것이 영화다'라고 처음으로 인정해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지금으로보면 15년 정도 전이었는데 처음으로 극장판 장편 만든 적이 있었다.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로 한국 코엑스에서 상영하고 상도 주신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 후 매번 영화 만들 때마다 한국을 찾아왔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저의 곁에 한국 분들이 계시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 가장 오고 싶었다"고 애정을 보였다.

한편 '날씨의 아이'는 이날 국내 개봉했다.

aluemcha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