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 김옥빈 "여배우 액션, 어설프단 소리 듣기 싫어요" [인터뷰]

2017. 05.31. 삼청동 카페. 영화 '악녀' 배우 김옥빈 인터뷰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액션 영화라 너무 신났어요."

보통 여배우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 말을 하고 있는 배우는 '악녀'의 김옥빈이다. 웬만한 남자들도 힘들만한 액션 시퀀스들을 90% 대역 없이 홀로 소화한 그의 말이라면 믿을 수 있다.

김옥빈은 '악녀'의 시나리오가 자신을 찾아오기 전까지 액션 영화에 대한 목마름을 느끼고 있었다고 했다.

"운동을 좋아하고 잘해서 액션 영화를 찍어보고 싶었는데, 그럴 기회가 없어 목이 말라 있었어요. '이런 역할을 주면 잘할 것 같은데' 생각만 하고 있었죠. 그런 상태에서 '악녀'의 시나리오를 읽고 '이건 미쳤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액션도 아니고 온갖 무기를 다 쥐어주는데…. '킬빌'에서도 못 본 오토바이 체이싱이 있고, 속옷을 입은 채 비녀로 싸우지를 않나. 엔딩에서는 혼자 버스에 매달려 가고요. 난리도 아니었어요. 그래서 '감독님이 상상하는 액션 판타지를 다 집어넣으신 거냐'고 물었죠.(웃음)"

정병길 감독은 김옥빈의 말에 "한국의 '매드맥스'를 만들고 싶다. 만들 수 있는데 왜 안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대답했단다. 출연을 확정헀을 때는 크랭크인까지 2달을 앞둔 시점이었다. 김옥빈은 바로 그때부터 액션 스쿨에 들어가 이후 약 3달 반 동안 훈련에 돌입했다. 영화 속 등장하는 대부분의 액션은 김옥빈이 직접 연기했다. 심지어 보닛 위에 올라타 한 손으로 운전을 하는 장면도 직접 연기했다.

2017. 05.31. 삼청동 카페, 영화 '악녀' 배우 김옥빈 인터뷰. ⓒ News1 권현진 기자

"거인에게 올라타 휘두르고, 구르고, 뛰어내리는 사람도 저고요, 목검 사용 장면은 모두 제가 연기한 부분이고, 오토바이 장면은 (대역과)섞여 있어요. 마지막에 비녀를 사용하는 신은 몸의 선이 뚜렷해서 대역을 못 쓰는 장면이었죠. 보닛 위에서 연기한 장면은 달리는 차 위에서 와이어 4개를 달고 했어요. 무술 감독님이 최대한 이쪽으로 당겨 주셔서 차가 가다가 멈춰도 떨어지지 않았어요."

액션 스쿨에서, 또 영화를 찍으며 체득한 액션을 실전에서도 써먹을 수 있을까? 어딘가에서 "실전에서 여성이 남성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김옥빈은 "급소를 걷어차는 게…."라고 말끝을 흐려 웃음을 줬다. 액션 연기는 말 그대로 연기를 위한 액션이라 실전에서는 도망을 가는 것이 최고란다.

"실전에선 액션이고 뭐고 없어요.(웃음) 도망가서 112를 누르는 게 나아요. 영화 액션은 다른 것 같아요. 저도 운동을 많이 했죠. 운동은 자신을 보호하고 상대 타격하기 위한 거라서 움직임을 줄이고 몸을 웅크려 작게 만들어요. 그런데 영화 액션은 멋있게 보여야 해서 동작은 큰데, 힘을 빼야해요. 그걸 액션 스쿨에서 배워요. 발차기를 멋있게 하는데, 여기를 가볍게 탁 스치고 가요. 저 역시 '악녀'에서 그렇게 했어야 했어요. 그 액션으로 실전에 가면 맞아죽죠.(웃음)"

'악녀'는 제70회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다. 외신 기자들은 특별히 '악녀'만의 차별화 되는 강한 액션에 좋은 평을 보냈다. 여성의 액션은 예쁘고 유연하게 가는 경우가 많은데, '악녀' 속 숙희는 "너무 와일드하다"는 평도 들었다. 김옥빈은 이처럼 성별에 차를 두지 않은 매정한(?) 액션 신들에 오히려 자부심을 표했다.

"이 영화 이후로 많은 여성 캐릭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액션을 하면서 폼이 안나고 어설프게 소화한다는 소리를 듣기 싫었어요. 그렇게 되면 여배우에게 액션을 맡기는 것에 대해 부담이 있어 투자도 잘 안 될테니까요. 그러려면 부상도 없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찍으면서 성취감과 만족을 느꼈어요. 최선을 다했고, 남은 건 관객이 평가할 몫이에요. 설렙니다."

eujene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