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의 남자들②]박정민, 뜻밖의 위인 송몽규

(서울=뉴스1스타) 장아름 기자 = 관객들 역시 시인 윤동주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한 편도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새삼 알게 됐을 것이다. 한 번 쯤은 시도됐을 법한 윤동주의 이야기는 영화 '동주'를 통해서 비로소 최초로 세상에 나오게 됐다. 윤동주의 업적은 매우 훌륭하지만 그의 짧았던 스물 여덟 해의 일생을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에 그려낼 만큼 극화(劇化)하기가 쉽지 않았던 탓이었다.

이준익 감독은 윤동주(강하늘 분)의 일생을 그의 사촌이자 오랜 벗 송몽규(박정민 분)와 함께 그려냈다. 송몽규를 통해 윤동주의 일생을 펼쳐내는 선택으로 영화적인 형식이 비로소 갖춰진 셈이다. 시인 윤동주와 윤동주에겐 넘을 수 없는 산과 같은 존재였던 독립운동가 송몽규의 삶이 한 스크린에 담기면서 인간 윤동주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던 영화의 존재 목표도 함께 성립될 수 있었다.

영화 '동주'가 오는 2월18일 개봉된다. ⓒ News1star / 영화 '동주' 스틸

영화는 윤동주의 행적을 따라가지만 윤동주의 시선에 비친 송몽규는 매 장면마다 뜨거우며 단단했고 깊은 인상을 남긴다. 윤동주보다 먼저 신춘문예에 당선돼 언제나 한 발 앞섰던, 그리고 신념대로 행동하던 송몽규는 뜻밖의 위인이었다. 이 영화가 윤동주에 대한 영화이면서도 송몽규에 대한 영화이기도 한 이유는 인간 윤동주에 대한 시각을 제공하는 동시에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송몽규의 삶에도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송몽규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윤동주보다 신념과 이념을 가슴에 품은, 이상의 실현을 위해 실천하고 행동하려고 했던 거침없는 청년이었다. 거창한 꿈과 새로운 시대를 향해 가슴이 뛰는 자신과 달리 펜을 잡는 것으로 고민하는 윤동주와 종종 대립하기도 하는 그의 이상 만큼이나 이상적인 인물이었던 셈이다. 이준익 감독이 과정이 아름다웠던 청년이라 줄곧 이야기했던 바를 영화 속 송몽규를 통해 새삼 알게 된다.

영화 '동주'가 오는 2월18일 개봉된다. ⓒ News1star / 영화 '동주' 스틸

그래서 윤동주 역의 강하늘 만큼이나 송몽규를 연기한 박정민에게도 시선이 갈 수밖에 없다. 윤동주가 강한 동질감을 불러일으키는 인간적인 인물이라면 송몽규는 위인을 향한 존경심을 갖게 만드는 인물이다. 그런 송몽규라는 인물로 인해 윤동주가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할 수 밖에 없었던, 늘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며 자아성찰을 하면서 청춘을 견뎌낼 수밖에 없었던 사실이 가슴 깊이 와닿게 된다.

박정민의 역할이 그만큼이나 강렬하기 때문에 인상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 역시 강하늘에 못지 않은 진지한 자세로 송몽규 역할에 임하려 노력했다. 직접 송몽규의 생가를 찾아가 정취를 느껴보고자 했던 접근이 인물을 진정성 있게 연기하는 데 기여했을 것이다. 송몽규의 역할이 영화에서 어떠한 포지션을 취하고 윤동주를 리액션하게 만드는지 누구보다 영민하게 이해하고 있었던 배우였다.

aluem_cha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