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공책]‘야간비행’, 대한민국 학교의 치부를 드러내다

(서울=뉴스1스포츠) 윤한슬 인턴기자 = 최근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학교폭력에 일침을 가하는 영화가 탄생했다.

영화 ‘야간비행’은 독립영화계를 대표하는 이송희일 감독의 작품이다. 그는 지난 2006년 영화 ‘후회하지 않아’라는 독특한 퀴어 멜로로 성소주자들의 내면을 그려내며 주목을 받았다.

‘야간비행’은 ‘후회하지 않아’처럼 퀴어 멜로를 그려냈지만 이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돼 학원 폭력과 입시 문제 등 특히 청소년들이 공감할 만한 여러 사회 문제를 꼬집었다.

영화의 첫 장면부터 기웅(이재준 분)은 다른 학생의 돈을 뺏고 폭행을 하는 등 불량 학생의 정석을 보여준다. 연이어 교복을 깔끔하게 차려입고 자전거를 타고 귀가하는 용주(곽시양 분)의 모습이 비춰지며 기웅과 용주의 대조적인 장면이 연출된다.

´야간비행´이 성적 소수자와 학교 폭력에 관해 그려냈다. ⓒ 영화 ´야간비행´ 공식 포스터

중학생 시절부터 절친했던 용주와 기웅은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 엇갈린 학창시절을 보낸다. 기웅은 학교 내 폭력서클의 우두머리로, 용주는 서울대 진학을 목표로 한 성적 1등급의 우등생으로 변한다.

적어도 극 초반의 내용은 이렇다. 평범한 학원물처럼 두 친구 간의 우정을 그린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조금씩 다른 문제들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그저 우정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담임 선생님에게 용주는 서울대 기대주다. 담임 선생님은 학급 내 왕따 문제에 대해 털어놓으려는 용주에게 “지금 친구 사귈 시간이 어딨어. 공부만 해”라고 냉정하게 대한다. 이 말에 다소 충격받은 듯한 용주의 표정이 오버랩되면서 우리 시대 청소년이 처한 입시 현실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보는 사람마다 다소 과장됐다는 반응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야간비행’에 출연한 배우들 역시 지난 22일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비슷한 경험담을 털어놓을 만큼 이 현상은 우리 시대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답답한 현실 속에서 용주를 더 옥죄어오는 것이 있으니, 바로 기웅과의 관계. 극이 진행될수록 용주가 기웅에게 친구 이상의 감정을 갖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후반부에는 용주의 동성애가 극에 치닫게 된다. 이로인해 용주는 어느덧 학교 폭력의 최약자에 위치하게 된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때문에서다. 이 상황은 성소수자의 현실, 학교 폭력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설마 저 정도일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간간히 뉴스에서 접하는 비춰지는 학교 폭력, 성소수자 문제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이재준 곽시양 주연의 ´야간비행´이 오는 28일 개봉한다. ⓒ 영화 ´야간비행´ 스틸컷

기웅은 말 그대로 문제아다. 그는 아무 이유없이 사람을 때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 기웅은 해고노동자인 아버지에게 버림받아 가슴에 상처가 많다. 누구보다 외로움을 타지만 이를 철저히 숨기고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더욱더 거칠게 행동한다. 그의 속사정을 캐치해 낸 관객이라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주먹질을 일삼는 그의 삶을 더욱 처량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기웅의 폭력이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그가 문제아로 전락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대해서도 반성해볼 만하다.

용주와 기웅이 처한 현실은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입시 전쟁에 뛰어든 청소년, 사회에서는 물론 학내에서는 더더욱 설 자리가 없는 성적 소수자, 학교 폭력의 피해자 등 다양한 각도에서의 문제를 지적한다. 특히 아픔과 외로움을 가진 두 사람이 기댈 수 있는 곳이 없다는 현실이 확연히 들어나 미안한 마음마저 들게 한다.

‘야간비행’은 부정적인 면만 부각된 영화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배경으로 했다. 실제로 이송희일 감독은 멜로 영화 시나리오를 구성하던 중 지난 1998년 한 고등학생이 자살 직전 엘리베이터 CCTV 화면에 찍힌 것을 보고 시나리오를 대폭 수정했다. 또 한 때 청소년들의 자살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때를 떠올리며 학교 폭력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했다. 이후 ‘야간비행’이 탄생한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학생들이 겪는 문제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문제, 편부모 가정의 비애 등 여러 이슈를 폭넓게 다뤘다. 이에 영화가 다소 무겁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만큼 보는 이들의 뇌리를 강하게 스치며 반성을 하게끔 만든다. 오는 2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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