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붉은 가족', 불법으로라도 많이 봤으면"

"쇼박스 영화, 가치로 이기고 싶어"

배우 손병호, 박소영, 김유미, 정우, 이주형 감독, 김기덕 감독(왼쪽부터)이 31일 오후 서울 성동구 CGV 왕십리에서 열린 영화 '붉은 가족' 언론시사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붉은 가족(이주형 감독)'은 행복하게 위장한 겉모습과 달리, 위험한 비밀 활동으로 하루하루 죽음의 공포 속에 살아가는 고정간첩 가족 '진달래'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내달 6일 개봉된다. 2013.10.31 /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서울=뉴스1) 유기림 기자 = 김기덕 감독이 네번째로 각본·제작을 담당한 영화 '붉은 가족'을 선보이며 관객들을 찾아가기 힘든 저예산 영화의 고충을 토로했다.

김 감독은 31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성동구 CGV 왕십리에서 열린 '붉은 가족' 언론 시사회에서 저예산 영화로 극장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김 감독은 "'붉은 가족'도 메이저 배급사에서 개봉할 예정이었는데 상황이 달라졌다. 특별히 복합상영관 CGV 등 극장 관계자 분을 초대했는데 영화를 보고 개봉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 그러면 극장을 1관이든 2관이든 사서 영화를 개봉하고 온라인에서도 동시 개봉해야 한다. 불법으로라도 많이 봤으면 좋겠다"며 "배우도 돈이 아니라 메시지의 중요성을 많은 관객들과 함께하고 싶어 출연했다. 이 영화가 사장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메가폰을 잡은 이주형 감독은 주연 김유미, 정우 등이 추워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하자 "배우 분들 입장에선 한 장면이라도 여러번 찍고 싶었을 텐데 일정상 시간이 없었던 문제는 아쉽다. 그런 상황에서도 집중력 가져줘 원테이크로 끝난 장면이 많이 있다"며 "고생 많이 했던 스태프들에게도 감사드린다"고 언급했다.

김 감독은 같은 날 개봉하는 '동창생'을 언급하기도 했다. '동창생'은 쇼박스㈜미디어플렉스가 투자·배급한 영화로 '붉은 가족'처럼 남파공작원을 주인공으로 한다. 앞서 2011년 김 감독은 쇼박스가 투자·배급한 영화 '고지전'이 변칙 개봉과 스크린 독과점을 한다며 성명서를 내는 등 날선 비판을 한 바 있다.

김 감독은 "'동창생' 감독도 김기덕필름과 관련 없는 건 아니다. 쇼박스가 투자·제작하는 영화를 가치면에서 이기고 싶은 마음이 아직까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쪽에선 우리가 게임이 안된다고 여기겠지만 '붉은 가족' 시나리오 쓸 때부터 '동창생'과 붙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영화적 평가를 잘 받고 싶다"고 덧붙였다.

배우 손병호 역시 저예산 영화 '붉은 가족'이 관객들을 찾아가기 힘들다고 일침을 가했다. 손병호는 "영화, 예술이라는 건 보여야 하고 만나야 한다. 제일 중요한 극장을 잡아야 한다"면서 "자본주의 논리로 좋은 영화가 사장될 수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정간첩 가족 '진달래'가 매일 아웅다웅하는 옆집 가족과 엮이며 이들의 소란스러운 삶을 동경하게 되는 과정이 그려진 '붉은 가족'은 11월6일 개봉된다.

gir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