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안나 "연극과 교수님 권유에 개그계 발 들여…잘한 일"[코미디언을 만나다]①
코미디언 허안나 인터뷰
-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코미디언 허안나(41)는 무대 위에서 항상 빛나는 사람이다.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했던 허안나는 졸업을 앞둔 시기에 교수의 조언을 받고, '재능이 있지 않을까'라 생각하며 코미디라는 새로운 영역에 발을 들이게 됐다. 결과적으로 스승의 권유는 옳았다. 2008년 개그계에 입문한 허안나는 10여년 동안 개성 강한 캐릭터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두각을 나타내며 KBS 2TV '개그콘서트', tvN '코미디 빅리그' 등에서 활약했다. '슈퍼스타 KBS',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 '10년 후' 등 대표작도 다양하다.
물론 공개 코미디 무대에서만 돋보인 건 아니다. 타고난 공감력과 입담으로 사람들을 '자석'처럼 주위에 끌어모으는 그는 2014년부터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각광 받았고, 그때부터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여러 프로그램에서 꾸준히 목소리로 시청자들을 응원하고 있다. 특유의 편안한 매력이 강점인 그는 라디오에서도 남다른 존재감을 발산 중이다.
이뿐만 아니다. 본업인 방송인으로 활동하는 것은 물론, 연극 배우로 성실하게 무대에 오르고, 공동구매를 진행하는 인플루언서로도 활동 중이다. 더불어 남편의 가게 운영을 돕고 있기도 하다. 덕분에 허안나의 하루는 숨 가쁘다. 실제로 그가 보여준 캘린더엔 한 달 일정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데뷔 후 20년 가까이 '열일' 중인 허안나에게선 특유의 '성실함'이 엿보였다.
다재다능한 허안나는 현재를 열심히 살아가면서도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여전히 도전을 멈추지 않는 스스로가 뿌듯하다는 그다.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좋은 영향력을 미치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도 전했다. 최근 [코미디언을 만나다] 57번째 주인공 허안나를 만났다.
-방송인으로 활발하게 활약하는 것은 물론이고, '공구'를 하면서 남편과 함께 선술집도 운영 중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듯하다.
▶데뷔를 하고 바쁘지 않은 적은 없었다. 하루를 엄청 쪼개서 사는 스타일이다. 일정이 매일 있고, 많을 때는 하루에 4~5개도 소화한다. 주변에서는 '일개미'라고 말한다. 일이 없어도 만들어서 하는 스타일이다. 공구도 일이 없을 때 '어떻게 먹고 살까' 고민하다가 시작하게 된 거다. 회계사분은 '대단하다'라고 말씀해 주시더라. 열심히 사는 스스로를 뿌듯해하면서 바쁘게 지내고 있다.
-최근에는 연극 무대에 활발하게 오르고 있더라.
▶최근 '파편'을 끝냈고 현재 '이혼하고 싶은 남자' 지방 공연을 하면서 연습도 병행 중이다. '이혼하고 싶은 남자'는 남편에게 이혼을 통보받은 여자가 남편을 쓰러트려 묶어놓고, 이후 여러 사건이 발생하며 전개되는 창작 연극이다. 대전 공연은 끝났고 서울에서도 연말에 공연을 할 예정이다.
-코미디와 다른 연극만의 매력이 있다면.
▶목적성이 다르다고 해야 할까. 코미디는 관객(시청자)들을 웃기는 게 목적이라 삶에서 공감대를 찾아 재밌게 전달한다면, 연극은 작가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를 분석해 관객들에게 그 의도를 잘 전달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고 본다. 현재는 연극에 집중하고 있어서, 연극 연기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연극을 전공하다가 코미디언을 하게 된 과정도 궁금하다.
▶원래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했고, 연극 배우가 꿈이었다. 그러다 졸업할 때쯤 교수님과 상담하게 됐는데 '넌 뭐할 거니'라고 물으셔서 연극 하러 대학로에 가겠다고 했다. 그땐 연예인에 대한 생각이 아예 없었고 '연극을 하고 싶으니까 대학로에 가야지'하는 단순한 마음이었다. 그런데 교수님이 '너희 집 부자니?'라고 물으셔서 아니라고 했더니 '넌 개그가 빠르겠다'라고 하시는 거다. 연극계에서 잘 되려면 적어도 10년 이상은 버텨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 현실적으로 말씀을 해주셨다. 경제적인 이야기를 들으니 무섭기도 하고, 교수님 말에 설득이 됐다. 또 연극과 교수님이 개그를 하라고 말씀해 주시니 '내가 재능이 있으니까 말해 주신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래서 개그에 도전하게 됐다.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후에 바로 방송사 공채에 도전한 건가.
▶개그 아카데미를 다니다가, 컬투 극장에서 신인들을 뽑는다는 정보를 보고 오디션을 봐서 붙었다. 그 후 2007년 KBS와 MBC 공채에도 도전했지만 떨어졌고, 컬투 극장에서 개그를 이어갔다. 이후 컬투 극장의 코너들을 MBC '개그야' 무대에 올릴 기회가 생겨서, 코너 검사를 받았는데 통과가 된 거다. 덕분에 공채가 아닌데도 '개그야'에 출연할 수 있었다. 그러다 코너가 끝나고 감독님이 개그를 또 짜오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어서 다시 찾아가지 않았다. 이후 계속 컬투 극장에서 지망생들의 무료 공연인 '새싹 공연'을 했고, 지금의 남편과 함께 '양호실 로맨스'라는 코너를 이어갔다. 그런데 어느 날 정찬우, 김태균 선배가 유료 공연에 우리 코너를 올리라는 거다. 사실 그거도 왜 하라는 건지 몰랐는데, 준비를 하다가 '개그콘서트' 감독님이 현장에 오신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때도 선배님들이 날 위해 그 자리를 마련해 줬다는 생각을 못 하고 '코너가 펑크났나 보다' 했다.(웃음) 그러니 긴장도 안 하고 공연을 했고, 이 코너를 본 김석현 감독님이 방송국에 한 번 와보라고 해서 KBS에 가게 됐다. 방송국에 갔을 때 50여 명의 개그맨들이 나를 보러 왔다. 감독님이 김대희 선배님에게 '컬투 극장에서 온 친구인데 같이 생활해 봐'라고 하셨고, 그다음 날부터 출근하게 됐다. 그런데 갑자기 개그맨 생활을 하게 되니 너무 어렵지 않나. 스스로 굴러들어 온 돌 같기도 하고 해서 적응을 잘 못했다. 그래서 막내 생활을 하며 공채 준비를 같이 했고, 이듬해에 KBS 공채로 들어가게 됐다. 그랬더니 마음이 편해지더라.(미소)
-그 후 '개그콘서트'는 물론 '코미디 빅리그'에서도 활약했다. 가장 애정이 깊었던 코너가 있는지.
▶애착이 안 가는 코너는 없다. 그중에서도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의 만취녀 캐릭터가 기억에 남는다. 공채 시험을 볼 때도 '술 취한 여자' 연기를 했는데 합격을 안겨준 캐릭터라 좋았다. 세레나 허도 마찬가지다. 과거 컬투 극장에서 한 코너 '양호실 로맨스'의 여자 캐릭터를 발전시킨 게 세레나 허다. 사실 이 캐릭터가 좋았던 이유는 회의를 적게 했는데 돈을 제일 잘 벌어다 줘서.(웃음) 한 시간이면 코너를 짤 수 있었는데, 캐릭터의 매력 덕분에 CF를 엄청 찍었다. 사실 캐릭터가 과하다는 반응도 있었는데 돌이켜보면 난 늘 '한 발 반'이 빨랐던 거 같다. '반 발'만 빨라야 대박이 나는데 '한 발 반'이 빨랐던 점 때문에 대박까진 안 난 게 아닌가 싶다.(미소) '10년 후'도 너무 좋아한다. 우리 팀워크가 너무 재밌고 좋았는데,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채팅방이 살아있고 회식도 한다. '패션넘버5'와 '코빅'의 '갑분싸'에도 애정이 간다. 특히 '갑분싸'는 출연진 셋에 작가님까지 네 명이 너무 끈끈하게 지내서 더 즐거웠다.
-공개 코미디를 한 기간만 10년이 넘는다. 오랜 기간 개그를 이어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코미디가 너무 재밌었다. 개그를 짜는 것도 재밌고, 동료들을 만나는 것도, 함께 무대에 서는 것도 재밌었다. 심지어 무대에서 개그가 안 터져도, 까여도 그마저 재밌었으니… 또 코미디언들은 끈끈하지 않나. 정다움이 있어서 그 생활 자체가 좋았던 것 같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개그 무대에 또 오르고 싶은지.
▶일회성으로 나가보고 싶긴 하다. 다시 몰두하기엔 하고 있는 다른 일이 많아져서…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한번 서보고 싶다.
<【코미디언을 만나다】 허안나 편 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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