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환 "'오겜' 이정재 친구, 이젠 이름도 알아주셔 감사해"(종합) [N인터뷰]
겨울 개봉작 '스위치'·'젠틀맨' 동시 출연 '신스틸러'
"박은빈·박정민은 '넘사벽', 천재…숨소리부터 달라"
- 정유진 기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어, 저 사람 알아."
얼마 전까지도 배우 이서환(50)이 대중 앞에 서면 가장 많이 얻는 반응이었다. 단번에 누군지 알아볼 수는 없더라도,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즐겨보는 이들이라면 그가 출연한 작품을 한 편 이상은 봤을 것이다. 그런 그의 존재를 대중이 인식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뜨거운 씽어즈'였다. '시니어벤져스'의 뮤직드라마를 보여줬던 '뜨거운 싱어즈'에서 그는 삶이 묻어나는 따뜻한 감성과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다. 출연 초반에는 동료 배우들조차 "누구냐"며 알아보지 못했지만, 무대 위에서는 어느 스타보다 빛이 났던 그다. 어떻게 그렇게 감동적으로 노래를 부를 수 있느냐고 칭찬헀더니 이서환은 "20년 없이 살면 그렇게 부를 수 있다"는 유쾌한 대답으로 웃음을 줬다.
"유튜브에 제 이름을 치면 사람들이 가수인 줄 알아요.(웃음) '뜨거운 씽어즈' 때만 해도 제 닉네임을 '아는 사람'으로 지으려고 했어요. 사람들이 '어, 저 사람 알아' 하고 어딜 가도 그 얘기를 해서요. 얼굴은 아는데 이름은 모르는 배우였죠. 예능을 하고 드라마도 하고 영화도 몰아서 나오니까 많은 분들이 이제는 이름도 알아주세요. 이름을 알아주시는 게 이렇게 감사한 일인지 몰랐어요."
'뜨거운 씽어즈' 이후로 꾸준히 응원해주는 팬들도 생겼다. 그는 "팬 10명을 채우면 팬미팅도 하겠다"면서 자신을 응원해주는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마음으로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직접 팬이라고 연락해주시는 분도 있고, 어떤 분께서는 무명 기간 제 얼굴이 10초 정도 나온 것까지 찾아서 본인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려주시기도 했어요. 몇 분 안 계시지만 이분들께 너무 감사해요."
이서환은 최근 개봉한 두 편의 영화에 모두 출연했다. 영화 '젠틀맨'에서는 형사 이반장, 영화 '스위치'에서는 오 감독을 각각 연기했다. '젠틀맨'에서 연기했던 이반장은 주지훈, 최성은 등 주연 배우들과 두루 붙는 역할이다. 극 초반, 검사로 오인되는 흥신소 사장 현수(주지훈 분)의 정체가 탄로날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등장해 긴장감과 웃음을 안기는 인물이다.
"제목에 그래서 그런가, 주지훈씨는 정말 젠틀해요. 평소 슛이 없을 때에도 계속 작품을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저 정도 자리에서 저렇게 열심히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젠틀하고 집중력이 좋았죠. 최성은씨는 나이가 어리다는 생각을 못 했어요. 캐릭터 소화력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검사라는 직업을 가진 캐릭터로 만나니까 어리다는 새각을 하지 않았어요. 작품 하나를 끌어갈 수 있는 힘이 대단하다고 느꼈죠."
'젠틀맨'은 2022년에 찍은 작품이었고, '스위치'는 2021년에 촬영한 작품이다. 두 작품 중 어느 작품에 더 큰 기대를 거느냐고 물었더니 이서환은 '스위치'를 택했다. 두 작품 모두 즐겁게 연기했지만, 작품 안에서의 활약이 조금 더 기대되는 캐릭터는 '스위치' 속 오 감독이기 때문이다.
"'젠틀맨'에서 했던 경찰 역할은 처음이었지만, '스위치' 속에서 했던 감독 직업은 다른 작품에서도 여러 번 했어요. (제가 연기한 캐릭터가)약간 매너리즘도 있는 것 같고, 상업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인기 있는 배우한테 쩔쩔매고 내가 실수하고 조연출한테 뭐라고 하고, 저의 여러 경험들을 뒤섞어 상상해 만든 캐릭터죠."
몇년 사이 이서환이 출연했던 작품들은 줄줄이 성공했고, 작품 덕에 이서환의 얼굴을 아는 이들도 조금씩 더 늘어나고 있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과 KBS 2TV '연모'와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이 해당 작품들이다.
"이정재씨 친구 역으로 나왔던 '오징어 게임'은 설명을 해야 출연했다는 것을 아세요.(웃음) 게임에 출연해서 열심히 고생하시다 돌아가신(?) 분들은 많이 기억해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2편을 고대하고 있어요. 감독님이 2편을 어떻게 쓰실지 모르겠네요. 제게도 연락을 해주시면 좋겠어요. '연모'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단역으로 출연했던 작품들인데 시간이 지난 후에 특별 출연으로 인정해주시더라고요.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박은빈씨와 함께 연기했었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재회했을 때 정말 반갑게 인사했어요. 잠깐 만난 거였는데 기억해줘서 고마웠죠."
이서환은 박은빈을 "넘사벽"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연기자로서 뛰어난 재능과 소양을 갖고 있다는 의미였다.
"박은빈, 그 친구는 정말 나무랄 데 없는 배우죠. 개인적으로 '저 친구는 따라하지 말자, '넘사벽'이다'했던 배우가 몇 명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박은빈이었어요. 천재다, 하는 느낌이 드는 배우였다.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만난 박정민도 '이 친구는 천재다' 했었던 배우에요. 숨소리부터 달라요."
신학교에서 음악을 전공했던 이서환은 서른 두 살, 적지 않은 나이에 대중 연극계에 입성했다. 연극 '노틀담의 꼽추'로 데뷔한 그는 연극영화과 출신이 아니었음에도 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연극배우로 입지를 다졌다. 영화나 방송, 이른바 '매체 연기'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은 2010년대 중반이었다.
"연극을 할 당시에 먹고사는 게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어요. 소극장에서는 '빨래'를 했고 대극장에서는 '지킬 앤 하이드'를 했었죠. 그런데 2013년도에 대극장 작품이 엎어졌던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닥쳤고, 그때 '여기서만 동아줄을 잡고 있으면 큰일나겠다' 싶어 프로필을 돌리기 시작했어요. 2년간 돌렸는데 정말 거짓말 하나도 없이 아무도 연락을 안 하더라고요. 그러다 드라마 하시는 선배님의 공연을 응원차 갔다가 그 형과 로비에서 얘기를 하는데 그때 그 선배님이 '야 서환아 드라마 하나 할래?'라고 물으셨어요. '당연히 해야죠' 했었는데 그 작품이 아침드라마였어요."
영화는 '특별시민'(2017)을 시작으로 '영주'(2018) '마약왕'(2018) '말모이'(2019) '증인'(2019) '돈'(2019) '악인전'(2019) '비스트'(2019)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2020) '킹메이커'(2022) 등 유명 감독들의 작품에 출연했다. 이서환은 '마약왕'이 끝난 후 봉준호 감독과 인사를 했던 시간을 떠올리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님이 '마약왕' 우민호 감독님과 친분이 있으셨는지 개봉 전 영화의 가편집본을 보셨나봐요. 송강호 선배님과 봉준호 감독님과 같이 뵀었는데 '마약왕'에서 너무 인상적이었는데 볼 수 있느냐 해서 불려 나갔어요. 정말 영화 같았던, 꿈 같은 기억이었죠. 다음 작품에서 함께 하자는 얘기도 들었었는데, 언젠가 함께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지금도 갖고 있어요."
이서환은 2023년에도 여러 작품에 출연하며 존재감을 확장할 예정이다. 이미 찍어놓은 영화가 네 편이 있고, 논의 중인 작품들도 있다.
"막상 해보니 체력전이에요. 건강을 챙기고 몸을 만드는 게 다인 것 같아요. 드라마 영화 쪽에 더 집중하지만 공연도 쉬고 싶지 않아요. 제 아내는 사람이 칼만 들고 있는 장면이 나와도 그 영화를 못 보는데, 제가 여태한 영화들이 거의 다 그랬거든요. 이번에 '스위치'는 처음으로 아내랑 볼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아 기대하고 있어요."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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