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원 "'육사오'→아내 이름 육소영…내 행운의 숫자는 6" [N인터뷰]①
영화 '육사오' 북한군 정치지도원 최승일 역
- 정유진 기자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제 행운의 숫자는 육(6)이에요."
지난 8월 말 개봉한 영화 '육사오'(감독 박규태)에서 북한군 정치지도원 최승일을 연기한 이순원(39)이 운명적으로 만난 영화 '육사오'와 아내이자 동료 배우인 육소영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입소문의 힘을 보여주며 손익분기점 160만명을 이미 넘겼고, 200만명 점령도 눈앞에 두고 있는 '육사오'는 작지만 알찬 영화로 호평을 받았다. 영화의 흥행은 1등에 당첨 복권이 우연찮게 북에 넘어간다는 재기발랄한 설정의 힘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개성 강한 배우들의 코미디 앙상블의 힘이 컸다. 이순원은 고경표, 이이경, 박세완, 음문석, 곽동연, 김민호 등과 함께 주요 배역을 맡은 7인 중에 한 명으로 제몫을 다했다.
"얼마나 걸릴 지는 모르겠지만 가다 보면 200만도 넘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사실 '극한직업' 이후로 한국 코미디 영화가 얼어붙어 있었는데 우리 영화가 그 불씨를 살린 것 같아서 그 자체로 기분 좋은 일이에요."
'육사오'는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를 하지는 못했지만, 개봉 5일 만에 1위를 하는 '역주행'을 이뤄내며 놀라움을 줬다.
"찍고 만들면서 자신은 있었어요. 그래도 개봉 때는 걱정을 하긴 하잖아요. 개봉하고 나서 영화가 주목을 조금 못 받은 편이었고 박스오피스 2위로 시작했는데 1위라는 걸 딱 찍고 나니 관객들이 느는 게 보였어요. 다들 바빠서 축하 파티를 하진 못했지만 무대 인사 끝나고 함께 한 두 시간이라고 얘기하고 시간을 보냈죠. 촬영 때부터 팀 분위기가 좋았는데 무대 인사를 하면서도 점점 더 '으쌰으쌰' 하게 되더라고요."
이순원의 말대로 '육사오'는 연기 잘하는 실력파 젊은 배우들이 '으쌰으쌰' 하며 완성한 작품이다. 거기에 '달마야 놀자' '날아라 허동구' '박수건달' 등 코미디 영화의 각본을 쓴 박규태 감독의 균형 감각 있는 연출이 있어 유쾌하고 따뜻한 코미디 영화가 완성됐다.
"사실 (음)문석이와 제가 그 군인들 중에서는 나이가 좀 있는 편이었는데 되게 친구처럼 잘 지냈어요. 서로 스스럼 없이 얘기했고, 아이디어도 던져 주고요. 촬영 전날 (김)민호나 (음)문석이와 연습을 많이 헀는데 사실 프로 배우로서 그런 게 쉽지 않아요. 쑥스러워하지 않고 그런 부분에서 마음이 잘 맞았어요. 감독님도 권위 의식이 없는 분이셔서 배우들과 스스럼 없이 지내셨어요. 무대인사 때 '롤린'도 추시는 거 보였나요?(웃음)"
영화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감독과의 인연에서부터 시작됐다. 7여년 전 '육사오' 제작사 대표와 박규태 감독이 연극 '연애의 목적'에서 이순원의 연기를 본 후 맺게 된 인연이 '육사오' 캐스팅으로 이어졌다는 것. 처음 '육사오'의 시놉시스를 본 이순원은 처음부터 북한군을 연기하고 싶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거울을 봐도 남한군 보다는 북한군이 어울릴 것 같았어요. 북한 사투리의 특수성이 있으니까 공부하고 싶기도 했고 사실 배우들에게 요즘 북한 사투리 같은 다른 언어는 배우들에게 무기에요. 특기가 될 수 있으니까요. 이번 작품 통해서 특기를 만들고 싶었던 것도 있어요. 다행히 감독님도 대본 작업을 하면서 이 역할에 어울리겠다고 잘 준비해보라고 하셔서 하게 됐죠."
연극으로 데뷔해 약 10년간 연극 배우로 활발하게 활동한 이순원은 영화 '조작된 도시'(2017)에 출연하면서 처음으로 매체 연기에 도전했다. '조작된 도시'보다 뒤에 찍은 작품이지만 먼저 공개된 영화 '마스터'(2016) 드라마 '동네의 영웅'(2016)이 사실상의 데뷔작이다. 올해로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한지는 7년째가 된다.
"조금 더 일찍 매체 연기에 도전해볼 걸 하는 후회를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순원은 "손발이 조금 오그라드는 얘기일 수 있지만 연극은 저의 고향이라 후회하지 않는다, 연극을 했던 10년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배우 일을 하려고 한 건 아니었어요. 고3 때 친구를 따라 갔다가 갑자기 연기를 하게 됐고, 연극영화과에 운 좋게 합격돼서 들어간 케이스였죠. 원래 졸업하면 시골에 가서 농사를 짓겠다고 했었었죠. 게을러서 졸업 때 오디션 원서도 못 넣었는데 당시 캠퍼스 커플이었던 지금의 아내가 대신 오디션 원서를 넣어줘서 극단에 들어가게 됐어요. 애초에 아내의 역할이 컸던 거죠."
아내 육소영의 특별한 '내조'는 배우가 된 이후에도 계속됐다. '육사오' 제작자, 박규태 감독과 인연을 맺게 해 준 연극 '연애의 목적' 역시 아내의 권유로 오디션에 도전하게 됏던 작품이었다.
"연극을 10년간 하면서 시간이 지나다 보니 선배가 됐어요. 오디션을 보기가 (민망하고)그런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했던 사람들 하고만 했고, 고인물이 됐어요. 아내가 '새롭게 도전하라'고 했었어요. 그러면서 '연애의 목적' 공개 오디션에 아내가 또 원서를 내버린 거예요. 합격 문자가 날아왔어요. 오디션에서 후배들 앞에서 연기를 해야하는데 너무 못하겠더라고요. '나 안 간다' 했었어요."
하지만 결국 아내가 이기고 말았다. 이순원은 '연애의 목적' 공개 오디션에 참여했고, 결국 오디션에 붙어 출연을 하게 됐고, 그 작품을 통해 맺은 인연들이 지금의 이순원을 만들었다.
"아내가 그래요. '내 말만 들어'라고. 현명하고 저와 성향이 달라 제 부족한 부분을 많이 채워주는 사람이에요. 제게는 최고의 동반자이자 동료죠. 작품이나 연기에 대해서도 애기를 많이 하는데 거기서 지기 싫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하게 돼요. 제 인생을 바꿔준 사람이죠. 그래서 저는 행운의 숫자를 육(6)이라고 말하고는 해요. 아내의 성이 '육'씨고 영화 '육사오'도 '육'이니까요. 이 얘길 했더니 아내가 많이 웃었어요."
<【N인터뷰】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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