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율 "평생 KBS 공채 막내…후배 못 맞아 아쉽기도" [코미디언을 만나다]①

코미디언 이재율 /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코미디언 이재율 /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KBS 공채 개그맨 32기. 실질적으로 KBS 공채 개그맨의 마지막 기수가 되어버린 32기에는 다양한 인재들이 있다. 코미디언 이재율(28)도 그 중 한 명이다. 최근 강현석과 함께 유튜브 채널 '스낵타운'을 통해 쇼츠 코미디를 선보이고 있는 그는 MZ세대를 타깃으로 한 코미디로 다양한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특히 그는 EBS의 유튜브 콘텐츠 '딩대'에서 '붱철 조교'의 성우로도 활약 중이다. 부엉이를 모티브로 한 '붱철 조교'는 '딩대'에서 '낄희 교수', 침착맨(이말년)과 함께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풀어내면서 웃음을 전하고 있다. 이재율은 이런 '붱철 조교'의 성우로서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애드리브로 큰 주목을 받았다.

점점 세상이 빨라지면서 "가마솥으로 지어먹던 밥을 즉석밥으로 돌려 먹는 것처럼" 코미디 역시 숏츠 포맷으로 변하고 있다는 이재율. 그는 이러한 트렌드에 발 맞춰 지금의 소속사이자 코미디 레이블 메타코미디와 함께 새로운 코미디 시장을 열어가고 있다.

'개그콘서트'의 마지막을 함께 하고, 쇼츠 코미디의 시작을 열고 있는 이재율을 [코미디언을 만나다] 스물아홉 번째 주인공으로 만났다. 그의 코미디 인생과 코미디에 대한 철학을 들어봤다.

코미디언 이재율 /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요즘 스케줄이 많이 바빠지지 않았나.

▶적당한 것 같다. 보통 안 바쁘다고 하는데 (주변에서) 너무 안 바쁘다고 하면 안 될 것 같다고 하더라. 그래서 적당하다고 한다. 감당할만한 바쁨이다.(웃음)

-지금의 소속사인 메타코미디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나.

▶예전에 제가 '개그콘서트'를 했던 영상들이 유튜브에 짤(사진이나 영상 클립)로 많이 나오더라. 그걸 보고 정영준 대표님이 저랑 연락하고 싶다고 연락처를 구해서 연락하셨다. 그 이후로 계속 얘기를 할 때도, 제가 유튜브 채널을 조그맣게 하는 게 있었는데 조금 더 본격적으로 유튜브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그러면 팀을 꾸려서 하면 좋겠다고 해서 강현석 형과 팀을 짜서 '스낵타운'을 하게 됐다. 현석이 형은 예전에 같이 공연인 '까브라더쑈'를 같이 했었는데, 연락해서 같이 일을 해보자라고 제안했다.

-'까브라더쑈'는 KBS 공채 선배인 곽범, 이창호와 인연으로 시작한 건가.

▶KBS 선배이기도 하셨지만 '까브라더쑈' 같은 경우는 그냥 제가 하고 싶어서 간 거다. 10분짜리 정도 만담을 만들어서 선배님한테 가서 검증받고 괜찮으면 무대에 올려달라고 하려고 했는데 그날 가자마자 선배들이 '너 그냥 해라' 이런 식으로 바로 공연을 했었다. 그때 저를 믿어주셔서 감사하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다.

-실질적으로 KBS 공채 개그맨의 마지막 기수가 되어버렸는데.

▶공채를 뽑을 때 항상 그해마다의 기준이 있다. 어떤 연도에는 키울 수 있는 신인을 뽑고, 어떤 연도에는 캐릭터 있는 신인을 뽑고 그런 게 있다. 사실 제가 들어갔을 때도 계속 '개그콘서트'의 위기론이 있을 때여서 즉시 전력감으로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신인들을 많이 뽑았다. 거기에 대한 부담도 있었고, 또 제가 그중에서 약간 실험체처럼 합격 일주일 만에 '봉숭아학당' 무대에 올라갔었다. 진짜 어마어마한 일이었다. 원래 연수 기간을 거치고, 여러 가지를 배우고 올라가야 하는 건데 그냥 바로 던져진 거다. 그래도 다행히 첫 반응이 좋아서 한시름 놓였다.

코미디언 이재율 /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개그콘서트'가 없어졌을 때는 힘들지 않았나.

▶사실 되게 잘 나가다가 갑자기 없어졌으면 힘들었을 것 같기도 한데 항상 그럴 징조가 있었다. 없어질 거라고 처음에 데뷔했을 때는 생각을 못했지만 2020년도에 들어서는 조금씩 예감을 하기는 했었다. 제작진들도 갑자기 다 바뀌고, 계속 포맷도 바뀌고 하다 보면서 선배들도 '이게 없어지는 길이다'라고 얘기를 해서 어느 정도 예감을 하고 있었다. 사실 저는 없어지기 몇 달 전부터 EBS '보니하니'에 오디션을 보고 들어가게 돼서 다행이었다. '개그콘서트'가 없어졌다는 자체가 조금 힘들기는 했다. 없어질 때까지 없어진 게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정말 2년 정도를 쏟아부었다. 그래도 정말 뜻깊었던 것은 마지막 회에 제가 짠 코너가 단독으로 올라간 거였다. 그건 정말 '역사다' 싶을 정도로 의미가 깊었다고 생각한다.

-'개그콘서트'가 사라진 것도 코로나19의 영향이 있었는데, 어떻게 보면 본인의 유튜브가 성장하게 된 계기가 코로나19 때문이기도 하지 않나.

▶사실 코로나19 때문에 여러 가지 시도를 계속했었다. EBS를 계속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개인방송도 해볼까 해서 트위치 같은 곳에 계정을 만들어서 여러 가지 콘텐츠를 준비하기도 했다. 그렇게 구상만 하고 있던 상황에서 정영준 대표님을 만나서 조금 더 구체화가 된 거다. 정 대표님이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떨까'라면서 채널의 방향성을 잡아준 게 컸다. 제가 시작할 당시가 쇼츠를 밀어주던 때여서 일단 쇼츠로 하다가 긴 거를 올리자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다들 쇼츠를 좋아해 주셔서 그 위주로 올리고 있다.

-공채 합격 당시 KBS 밖에 개그맨이 남아있지 않았었으니, 이에 대한 자부심도 컸을 것 같은데.

▶다들 저희에게 소위 말하는 '막차를 탔다'라고 하신다. 마지막으로 들어와서 아쉽겠다라는 반응도 있고, 마지막으로라도 들어와서 다행이다라는 반응도 있었는데 저는 그래도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는 편인 것 같다. 사실 2020년이 되기 전에 2019년에도 공채 개그맨을 뽑으려고 했었다. 공지까지 띄었는데 그게 무산이 됐다. 내부의 사정 때문에 그렇게 됐는데 후배가 들어왔으면 또 어땠을까라는 생각도 한다.

-어떻게 보면 평생 막내가 된 느낌일 텐데.

▶맞다. 후배를 받아본 적이 없다. 사실 후배를 받아봐도 어떻게 할 줄은 몰랐겠지만 그래도 선배가 된 어떤 기분을 좀 느껴볼 수도 있었을 텐데, 그걸 못 느껴서 조금 아쉬움은 있다.(웃음) 그래도 나중에 또 공채를 뽑을 수도 있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싶다.

<【코미디언을 만나다】이재율 편②에 계속>

taeh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