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우 "인생드라마 '나의 아저씨' 작가 작품, 무조건 한다고" [N인터뷰]①
'나의 해방일지' 조태훈 역
-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29일 종영한 JTBC 주말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극본 박해영, 연출 김석윤)는 견딜 수 없이 촌스러운 삼남매의 견딜 수 없이 사랑스러운 행복 소생기를 그려냈다. 시골과 다를 바 없는 경기도의 끝에 살고 있는, 평범에서도 조금 뒤처져 있는 삼남매는 어느 날 답답함이 한계에 다다라 새로운 길을 찾아나선다. 지루한 삶에서 해방되려는 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그러나 극 말미에는 추운 겨울을 지나 서서히 봄을 맞는 삼남매와 구씨의 이야기가 그려져 위로를 통한 여운을 남겼다.
이기우는 극에서 염미정(김지원 분)의 직장동료이자, 해방클럽의 멤버인 조태훈으로 등장했다. 조태훈은 홀로 딸을 키우는 '싱글 대디'로 성실한 인물. 그런 그가 염기정(이엘 분)을 만나 새로운 사랑이 싹트고 연인으로 발전하며 인생의 변화를 맞는다. 특히 이기우는 극에서 '어른의 현실적이고 성숙한 사랑법'을 보여주는 조태훈을 섬세하게 연기해 시청자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었다.
'나의 아저씨'가 본인의 '인생 드라마'였던 이기우는 박혜영 작가의 작품이라는 말에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바로 '나의 해방일지' 출연을 결정했다고. 유난히 무거운 책을 받아본 그는 사람 냄새가 나는 이야기에 푹 빠졌다. 연기를 하는 것도 너무 즐거운 과정이었다고. 조태훈을 연기하면서도 디테일 하나 놓치지 않고 많은 것을 담아내려고 한 그 덕분에 캐릭터는 극 안에서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었다.
그는 '나의 해방일지' 덕에 많은 것을 배운 것은 물론, 시청자로서도 많이 울고 웃었다며 이 작품이 본인에게도 의미 있게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작품을 마무리한 이기우를 최근 뉴스1이 만났다.
-'나의 해방일지'는 지난해 말 촬영을 마쳤다. 배우들도 3~4개월 후부터 시청자의 입장으로 방송을 봤을 텐데 어땠나.
▶원래 촬영을 미리 하면 방송이 나갈 때까지 다른 작품 시놉시스들을 읽게 된다. 그러다 보면 전작이 휘발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상하게 '나의 해방일지'는 계속 마음에 남았다. 텍스트를 바탕으로 연기하는 건 같은 과정이지만 ('나의 해방일지'는) 대본의 느낌이 달랐다. 지문으로 그림이 그려지는 부분도 많아서 영상으로 어떻게 담길 지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느낌도 어땠을지 궁금하다.
▶내 인생 드라마가 '나의 아저씨'다. 그런데 박혜영 작가님의 대본을 내가 받게 되니 같은 책인데도 무거운 느낌이 들더라.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보려고 했다. 읽으면서 다양한 냄새가 나는 대본이라고 느꼈다. 사람 냄새가 풀풀 나고 묘사들도 리얼하더라. 책을 빨리 읽는 편이 아닌데, '나의 해방일지'는 한 번에 5~6회까지 쭉 읽었다. 그래서 어떤 역할인지 알기 전부터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극 중 스님 정도의 포지션이라고 설명해주셨는데 무조건 하겠다고 했고, 하고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너무 재밌더라.
-방금 말한 것보다는 극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았나.
▶텍스트로 접했을 때는 태훈의 대사들이 너무 색이 없지 않나 싶었다. 전달하고자 하는 게 흐릿하게 보이더라. 그 부분에 대해서도 감독님과 이야기를 했는데, 감독님께서 '네가 어떻게 연기해왔는지 모르지만 태훈이는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힘 뻬고 가보자'라고 하셔서 그렇게 했다. 나중에 보니 별 거 아닌 대사들이 별 게 돼 있더라. 짤막한 표현이 영상으로 전달되는 걸 보니 달랐다. 연기를 계속 배워가는 입장에서는 (그런 과정이) 좋은 공부가 됐다.
-김석윤 감독과 작업하는 것도 즐거웠던 듯하다.
▶사전 제작으로 촬영한 드라마가 3~4편 정도인데, 이전에는 방송할 때까지 촬영했었다면, 이번에는 엄청 빨리 찍었다. 감독님이 워낙 빨리 촬영하시는 스타일이라 카메라 네 대로 한 번에 찍고 바로 '이동!' 이러셔서 우리들끼리 눈치 본 적도 있다.(웃음) 그만큼 빨리 찍으시고 배우들이 쓸데없이 에너지를 소모하는 걸 싫어하신다. 이 작품을 하면서 감독님께 참 감사한 게 많다. 작은 역이든 큰 역이든 현장에 오면 다 배우로 존중해주시고, 현장에서도 인상 한 번 안 찌푸리시고 밝게 이끌어가시는 것에 대한 인상이 컸다. 심지어는 각 배우들 촬영이 몇 회차 남았는지도 다 아시고 챙겨주시더라. 그런 분위기에서 연기하는 게 너무 행복했고, 결과도 좋아서 기분이 더 좋다.
-'싱글 대디'인 조태훈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는지.
▶촬영하기 전부터 '돌싱글즈'라는 프로그램을 좋아했다. 그걸 봤고, 또 절친 중에 10살 딸을 둔 싱글 대디가 있다. 하고 싶은 게 많지만 가족과 딸 때문에 참고 사는 친구인데, 거기에서 태훈이의 모습이 많이 보이더라. 그 친구를 생각하며 연기했던 것 같다. 또 감독님과 대화도 많이 나눴다. 내가 평소에 잘 웃고 호전적인 성향인데, 이를 최대한 배제하고 표현도 전략적으로 하자고 하셨다. 직장인인 태훈이가 너무 자주 웃으면 기정이 캐릭터도 흔들릴 수 있으니 최대한 건조하게 해서 초반에 흔들리지 않게 하려고 했다. 연기하면서도 해방클럽을 따라가고 점점 태훈이화가 되더라. 원래 마가 뜨는 걸 불안해하는 성격인데, 촬영 중반부터 편해지는 시기가 왔다. 그걸 본 감독님이 '지금 태훈이야' 하시기도 했다.(미소) 연기를 하면서 이혼남, 싱글대디라는 사회적 프레임에 갇혀 있었던 태훈이가 기정이를 만나 밝고 유연해지고 색이 바뀌는 과정을 그려내고 싶었다.
-기정 역으로 나오는 이엘과의 연기 호흡도 중요했겠다.
▶사실 태훈이가 구씨만큼 표현이 없지 않나. 거의 70%는 기정이가 만들어줘야 하는 캐릭터라 처음에는 이엘에게 잘 부탁한다고 기프티콘이라도 보내야 하나 싶었다.(웃음) 그런데 이엘이 워낙 소화를 잘해주더라. 그동안 기정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걸 본 적이 없어서 처음엔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았는데, 태훈에게 문자를 잘못 보내는 장면에서는 너무 귀엽고 버스에서 흐느끼는 장면도 재밌게 표현해줬다. 덕분에 태훈이도 '태훈스럽게' 완성이 된 것 같다. 실제로 이엘이 성격이 좋다. 씩씩하고 소탈한 게 기정이와도 닮았다. 현장에서 농담도 잘 주고받고 편하게 연기했다.
-배우 본체가 생각하는 태훈이의 매력은.
▶내가 생각하는 남자다운 사람이 태훈이다. 좋아하는 남성상이 가볍지 않고, 진중하고,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즉각적이지 않은 사람이다. 특히나 남자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태훈이가 그렇다. 태훈이는 결론을 낸 부분도 감정을 표현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물리적인 시간이 아니라, 자기 욕심대로 하지 않고 상대방이 오해하지 않게끔 타이밍을 잡으려고 한다. 기정이가 다가와줬을 때도 그랬다. 그런 신중한 사람이라 좋더라.
-태훈이와 본인의 공통점도 있나.
▶나는 아직 가정과 아이가 있진 않지만, 가족이 1호 보물인 것은 비슷하다. 태훈이가 스스로의 욕심만 쫓았다면 곁에 다른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계속 견디면서 현재의 위치를 고수하는 건 가족에 대한 사랑 때문이 아닐까. 나의 보물 1호도 가족이다. 또 상대방이 오해하거나 흔들리지 않게 하려고 하는 것도 태훈이와 닮아 있는 부분이다.
<【N인터뷰】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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