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목소리까지 완벽하게…안윤상 "무대서 희열" [코미디언을 만나다]①

또 한 명의 '성대모사 달인' 안윤상 인터뷰

개그맨 안윤상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자기 목소리로 말할 때 제일 어색한 남자'. [코미디언을 만나다] 스물한 번째 주인공 인 안윤상(40)의 성대모사 퍼레이드에 달린 댓글로, 여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누른다.

내성적인 성격이었던 안윤상은 친구의 권유로 올라간 학교 장기자랑에서 '무대의 맛'을 느꼈다. 관객들 앞에 서면 쑥스러움도 사라지고 신이 났다. 그렇게 개그맨의 꿈을 키웠고 3개월을 연습한 변희봉 성대모사로 2007년 KBS 공채 22기 개그맨이 되었다.

'개그콘서트' '폭스클럽' 무대를 누비며 유명인들의 목소리를 갈아끼운 성대모사쇼를 펼쳤다. 연예인, 스포츠스타뿐만 아니라 정치인 성대모사에도 탁월해 개그무대는 물론 시사프로그램의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정권이 바뀌고 시대가 바뀌어도 안윤상의 목소리는 많은 이들에 시원한 웃음을 주었다.

대선을 앞둔 올해도 안윤상은 대선후보 성대모사로 방송과 유튜브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목소리로 시원시원한 웃음을 전달한 개그맨으로 15년, 안윤상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성대모사 일인자로 불린다.

▶(성대모사에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한다. 하지만 내가 하기 힘든 인물을 완벽하게 하는 분도 정말 많고, 정성호씨처럼 성대모사는 물론 천의 얼굴이라고 할 정도로 닮은 모습 재능이 있는 분도 있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고 부러운 마음도 있다. 내가 다른 이보다 더 잘 할 수 있으면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원조를 인정해야 한다.

-성대모사 연습기간은 어느 정도인가.

▶캐릭터마다 다르다. 유해진씨는 워낙 내가 '타짜' 고광렬 캐릭터를 좋아하고 내 목소리와 잘 맞아서 금방 완성했다. 오래 공들인 캐릭터는 내 목소리와 잘 맞지 않는 경우 오래 걸린다. 변희봉 선생님은 3개월 정도 걸렸다. 나도 끈기 있는 사람은 아니어서 안 되면 다른 사람을 찾는데 변희봉 선생님은 꼭 하고 싶더라. 그렇게 연습해서 개그맨 시험을 봐서 합격했다.

개그맨 안윤상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유튜브 영상에 '이 형은 자기 목소리가 제일 어색해'라는 댓글이 있더라.

▶나도 내 목소리가 어색하다. 방송에서 가끔 내 목소리로 대화를 하는 걸 보면 너무 어색하더라. 차라리 캐릭터를 잡아서 성대모사로 인터뷰를 하는 건 어떨까 생각하기도 했다.

-대선후보 성대모사가 화제다.

▶대선후보 성대모사는 아직 완성형이라기보다 연습 중이다. 이재명 후보를 제일 똑같이 한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윤석열 후보 성대모사가 재미있다고 하더라. 하다 보면 윤문식 선생님 목소리가 튀어나와서 조금 더 가다듬어야 한다.(웃음) 10점 만점 중에 8.5점 정도고 이재명 후보는 9점 이상이지 않을까.

-가장 좋은 반응이 나온 사람은 누구인가.

▶내 채널에서는 대부분 '똑같다' '재미있다'라고 해주신다. 내 나름 딜레마가 생긴다. 나는 성대모사를 똑같이 하려고 한다. 그래서 재미가 덜할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똑같이 하지 않으면 뭐랄까 도태되는 느낌이랄까, 그런 기분이다. (싱크로율과) 재미 사이에서 딜레마가 있다.

개그맨 안윤상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시작은 언제부터였나.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들을 흉내냈는데 재미있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오디션에서도 성대모사를 했다. 나는 다른 재주는 없다. 공부도 운동도 잘 못 했다. 돈 버는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오직 목소리로 흉내내는 게 다였다.

-상당히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사람들 앞에 서는 직업이 어렵지는 않았나.

▶친한 친구들은 코미디언이 천직이라고 한다. 사람이 많은 길거리나, 잘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는 쑥스러움을 많이 타기는 한다. 그런데 정돈된 상황에서는 잘 할 수 있다. 무대와 객석은 정돈이 되어 있지 않나. 겁도 안 나고 떨리지도 않는다. 그때 무대에 올라가면 신이 난다.

-첫 무대는 언제였나.

▶고등학교 때였다. 죽마고우가 '네가 해야 한다'라고 떠밀어줘서 올라가서 개그를 했는데 재미있더라. 저는 할 줄 아는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친구는 다르게 생각한 것 같다. 제가 나가야 한다고 하더라. 그 뒤로는 많이 나서서 무대에 올라갔다. 군대에서 장기자랑에 나갔을 때 개그맨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배칠수 전영미 선배가 하는 라디오 공개방송이었는데 규모가 엄청 크지 않나. 연병장을 꽉 채운 사람들 앞에서 성대모사를 하는데 '이거 재미있다' 싶었다.

-무대에 서는 사람만 느낄 수 있는 희열이 있지 않나.

▶내가 살면서 선 무대 통틀어서 그때 그 함성은 잊지 못할 것 같다. 그 많은 인파가 나의 성대모사에 웃고 환호하던 것이 너무 좋았다. 배칠수 선배가 '이 분은 곧 내 후배가 될 것 같다'라고 하셨다. 나중에 진짜로 개그맨이 되어서 인사했는데 기억은 못 하시더라.(웃음)

<【코미디언을 만나다】②에 계속>

ich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