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을 만나다] 곽범 "웃음엔 정답 없어…죽을 때까지 코미디 해야죠"②

편집자주 ...지상파에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은 이미 실종됐다. 코로나19로 코미디언들의 행사나 공연 스케줄도 이전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웃음을 주는 코미디언들이 웃음을 잃은 상황이 됐다. 지금은 TV나 무대에서 많은 코미디언을 볼 수 없지만, 이들의 웃음에 대한 열정은 여전하다. 자신들은 힘들어도 대중이 웃으면 행복해하는 코미디언들을 <뉴스1>이 만나, 웃음 철학과 인생 이야기 등을 들어보고자 한다. [코미디언을 만나다]를 통해서다.

개그맨 곽범 /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코미디언을 만나다] 일곱 번째 주인공은 곽범(35)이다. 2012년 KBS 27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종횡무진 활약한 곽범은 최근 코미디언 이창호와 함께 유튜브 채널 '빵송국'을 개설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부캐'(부캐릭터)인 매드몬스터의 탄으로는 여느 아이돌 부럽지 않은 사랑까지 받고 있다.

'빵송국'의 시작은 지난해 5월부터. '개그콘서트'가 지난해 6월 폐지되면서 곽범과 이창호는 '빵송국'을 중심으로 다시 한 번 코미디 꿈을 키웠다. 그 사이 JTBC '장르만 코미디'에서도 활약했지만, 다시 코미디의 부흥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곽범은 멈추지 않았다. 수많은 소재들을 이용하며 '빵송국' 영상을 제작했고, 그 결과 '빵송국'은 최근 10만 구독자를 돌파하면서 승승장구 중이다. 특히 '여친시점'이라는 콘텐츠에서 발전한 '매드몬스터' 콘텐츠는 '포켓몬스터'라는 팬덤까지 만들어내면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매드몬스터' 영상이 인기를 얻자, 그 전에 만들어뒀던 영상들도 덩달아 화제를 모았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사람이 쪼다' 콘텐츠, '곽테일'이라는 별명까지 만들어낸 '무조건 나오는 장면' 콘텐츠, 실험적 코미디를 담은 '2300년도에 떡상할 영상' 등 약 1년 동안 만들어낸 코미디 영상들이 제대로 빛을 봤다.

곽범은 여기서도 멈출 생각이 없다. 그의 꿈은 코미디 영화 감독. 또한 유튜브에서 코미디를 하는 사람들을 모아 '개그콘서트'와 같은 군단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이처럼 웃음을 만드는 것에 모든 진심을 쏟아붓고 있는 곽범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개그맨 곽범 /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코미디언을 만나다】곽범 편 ①에 이어>

-공개코미디가 많이 시들해지면서 출연했던 '개그콘서트'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는데.

▶정말 아쉬웠다. TV 매체에서 스타가 되고 싶었으니깐. 예전에는 '개그콘서트'에서 개그맨 됐다고 하면 주변에서 고시 패스한 것처럼 'KBS 개그맨 됐다'라고 했었다. '개그콘서트'가 사라지면서 진짜 이제는 공채 개그맨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어지지 않을까 싶다.

-'개그콘서트'도 마지막에는 공개 코미디 형식이 아닌 영상 위주의 코미디로 변모하기도 했는데.

▶사실 '개그콘서트'도 조금 더 할 수 있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완전히 끝난 것 같다. 무대 코미디라는 형식으로 20년 넘게 했는데 관객이 없으니깐 그에 대한 피드백도 없어졌다. 그러니깐 (영상을 찍는 등) 다른 길로 새고 했던 것 같다. 그때 다행이었던 게 지금보면 영상을 찍고 했던 게 유튜브 연수 같은 개념이었던 거다. 저희가 찍고 저희가 편집하는 걸 그때 공부했다. '개그콘서트'가 없어져도 거기서 자연스럽게 배운 것을 가지고 유튜브를 시작했다. 근데 생각해보면 '개그콘서트'는 그렇게 갔으면 안 됐던 것 같다. 공개 코미디인데 영상으로 갔던 건 아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다.

-'개그콘서트'는 제작진이 방송 전에 검사를 하던 시스템도 있었지만 유튜브는 그런 게 없어 더 자유로운 부분도 있겠는데.

▶사실 검사라는 말이 이상하다. 코미디를 하는데 검사라는 게, 심의 정도는 검사하면 되지만 웃기는지 안 웃기는지 검사한다는 건 조금 모순되는 것 같다. 검사에서 '이거 안 터져'하던 코너가 대박 나는 것도 있었다. 그만큼 웃음이라는 게 정답이 없다. 일단 우리가 웃겨서 올리면 예상하지 못했던 다른 게 터지는 경우도 있다. '매드몬스터' 콘텐츠에서 귓불이 웃기다고 하는 것도 그런 거다.

개그맨 곽범 /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유튜브 코미디는 무대 코미디보다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오는 웃음이 있지 않나.

▶보시는 분들도 그런 데에서 웃는 것 같다. 요즘 한국 코미디가 수준이 상당히 높다. '개그콘서트'나 '코미디빅리그'처럼 매주하는 코미디가 수준을 높여 놨다고 생각한다. 외국의 코미디언들은 하나를 가지고 1년을 한다. 외국 코미디언들을 만났을 때 한국 코미디언 선배들이 매주 새 것을 짜서 하는 플랫폼이 있다고 하니깐 외국 사람들이 '약 했냐'라고 했다고 하더라. '어떻게 코미디를 그렇게 할 수 있냐'고 말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코미디를 좋아하는 국민들 수준도 엄청 높다. 다들 코미디 클리셰를 알기 때문에, 그걸 비껴가는 방법은 무대 코미디에서 더 이상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유튜브에서 음악으로, 혹은 장면을 바꿔서 변주를 준다든지 하는 거다.

-코미디의 정의가 바뀌고 있는 시점인데.

▶예전에는 개그를 배운다고 했을 때 누가 깔아주면 그걸 이용해서 웃기고, 깔아주면 웃기고 했는데 이제는 정말 모르겠다. 이거는 아예 완전 뒤집어진 것 같다. 예를 들어서 아이돌인 척하는 제이호와 탄이는 뭐가 왔다. 얘들은 웃길 생각이 없나보다. 진짜 영상을 보고 연구하는지 어떤지 웃길 생각이 없다. 근데 그게 진짜 웃긴 거다. 이제는 정말 코미디라는 게 뭔지 모르겠고, 그냥 도움 받을 것들이 세상에 너무 많다. 영상 편집으로 웃길 수 있는 거고 자막으로 웃길 수 있는 거다. 그래서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웃길 수 있는 요소들이 예전보다는 많아졌다.

개그맨 곽범 /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본인은 어떤 코미디언이라고 생각하나.

▶저는 유튜브 초보라고 생각한다. 코미디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은 유튜브 초보다. 종국의 목적은 코미디 영화 감독이 한 번 되어보는 게 어떨까다. 예전에도 개그맨들이 만든 코미디영화가 있었지만 그런 것들은 타깃층이 어린이들이었다. 근데 저희 '빵송국' 시청층이 20대에서 딱 40대까지다. 어린이 타깃이 전혀 아니다. 다른 코미디 채널을 보면 성별비율을 보면 남자 9, 여자 1 정도 되는데 저희가 6대 4 정도다. 20대에서 40대가 좋아할 만한, 또 남녀가 모두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다루는 짧게는 25분에서 35분 정도 되는 코미디 영화를 만들고 싶다.

-곽범에게 코미디란 어떤 의미인가.

▶내게 코미디란 유언이다. 어떤 모 선배가 돌아가시기 전에 '나 간다~'라고 장난치면서 돌아가셨다는 전설 같은 얘기가 있다. 그렇게 얘기를 안 했을 수 있는데 그 정도로 돌아가시기 전까지 장난을 치셨다는 걸 수도 있다. 저도 그러고 싶은 거다. 제일 좋아하는 문구가 '잘 놀다 갑니다'라는 시 문구인데, 그렇게 지내고 싶다. 관에 들어갈 때까지 코미디 열심히 재밌게 하다가 '잘 놀다 갑니다'하면서 소천하는 게 꿈이다. 그리고 이창호보다는 늦게 죽고 싶다. 그래야 좀 더 놀리니깐. 제가 살아서 좀 더 놀리고 유언비어도 좀 퍼뜨리고, 비석에 그림도 그리고 싶다.(웃음)

-팬분들에 해주고픈 말이 있다면.

▶'빵청객' 분들 창호씨 팬클럽 '호르가즘' 곽범의 팬클럽 '곽낳괴' 분들이 저희가 요즘 뭔가를 할 때 굉장히 원동력이 된다. 요즘 진짜 힘들다. 창호도 스케줄 하루에 세 개 있을 때도 있고, 저도 엄청 바쁜데 밥심보다 팬의 힘이 크다. 피곤할 때 댓글 보고 카페 들어가서 올려둔 걸 보면 힘이 난다. 더 웃기겠다는 얘기는 못할 것 같은데 레전드 영상이 나올 때까지 달려보겠다.

taeh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