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후보' 감독 "시사성 있는 풍자 담아…'정직' 되돌아보길"(인터뷰)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우리가 두 눈 똑바로 뜨고 계속해서 지켜봐야죠."

'김종욱 찾기'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등을 선보인 뮤지컬 연출자에서 영화 '김종욱 찾기'(2010) '부라더'(2017)를 통해 영화감독으로 자리매김한 장유정 감독이 신작을 내놓는다. 라미란이 원톱으로 나서는 '정직한 후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 하게 된 뻥쟁이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 분)이 스크린을 휘젓고 다니며 시종일관 웃음을 빵빵 터트린다. '정직한 후보'는 거짓말이 제일 쉬운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 분)이 선거를 앞둔 어느 날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미디를 그린 영화로, 2014년 동명의 브라질 영화를 원작으로 한다.

정치인인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우는 만큼 원작과 다른 우리나라만의 정치적·문화적 정서를 반영해 리메이크했고, 비리에 물든 3선 국회의원이 정직에 대한 가치를 다시금 되돌아보는 과정을 코미디 장르를 바탕으로 그려냈다.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장유정 감독은 최근 뉴스1과 만나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정직에 관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밝혔다.

먼저 전작에 이어 또다시 코미디 장르의 영화를 연출한 장유정 감독은 "코미디 장르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고, 시사성이 있는 작품을 하려고 했다. 정치인의 거짓말 소재를 듣고 뜻이 맞아서 준비를 하다가 위선자들의 얘기를 웃음으로 희화화해서 풍자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했다. 코미디 수위는 자료를 찾으면서 높였다"고 말했다.

원작 영화는 남성 대통령 후보를 주인공으로 하는데, '정직한 후보'에서는 3선 여성 국회의원을 주연으로 내세웠다. 이에 대해 "여성 원톱의 의미보다는 캐릭터 자체가 라미란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주상숙이 사랑스러우면서도 얄밉고, 깨달음의 과정을 통해 새롭게 변화된 마음을 먹을 때 관객들이 응원을 해줘야 한다. 코믹하면서도 성숙한 연기를 하는 분이 라미란 배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장유정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듯, 라미란은 스크린을 휘어잡으며 영화를 성공적으로 끌어갔다. 그는 "라미란 배우님한테는 큰 그림을 주고 디테일한 부분은 설명하지 않았다. 생각이 많이 다를 경우엔 다시 찍곤 했다. 제가 주는 디렉션보다 더 넓은 안목을 가지고 있어서 상상도 못 한 부분을 볼 수 있었다. 라미란 배우님의 독특한 발상들에 대해 족쇄를 채우고 싶지 않았다. 라미란 배우님 외엔 다들 민첩하고 빠르게 반응하시더라. 라미란의 액트를 받아쳐야 하는데 다들 그게 잘 되는 배우들이었다.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다들 즉각적으로 잘하다 보니 시간을 오버하지 않고 회차 안에서 다 소화할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장유정 감독은 '정직한 후보'의 디테일을 위해 직접 선거 현장을 쫓아다니며 열혈 취재에 나섰다. 이러한 노력이 반영돼 주상숙 등 정치인들의 선거 운동 현장이 영화 속에 현실적으로 그려졌다. 트럭 위에서 선거 유세를 하는 모습과 당대표의 등장, 춤추는 모습 등이 그렇다.

"제가 창원 성산구 선거 현장에 가서 쭉 다녔다. 창원 중심지가 명당이었다. 한쪽에서는 절을 하고, 다른 한쪽에선 마이크 잡고 유세하고 있고 또 다른 정당이 몰려다니고 있었다. 한 정당만을 취재하고 싶진 않아서 다양한 정당의 보좌관, 의원님 등등을 인터뷰했다. 실제로 일정표를 받아서 제가 그 일정을 다 다니기도 했다. 이런 부분들이 리얼리티 요소들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됐다. 책이나 논문, 드라마도 있지만 실제로 뛰니까 다르더라. 메이크업도 그렇다. 정치인들 중에 남자분들인데 메이크업을 1시간 넘게 하시는 분들도 계신다더라. 주상숙의 머리는 힐러리 클린턴의 머리를 따라 해서 신뢰감을 주는 이미지를 더하기도 했다."

라미란이 맡은 주상숙은 할머니 김옥희(나문희 분)의 간절한 기도로 인해 거짓말을 못하게 된다. 사건의 발단부터 전개까지 계속해서 코미디가 이어지는데, 장유정 감독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지루함을 덜고 웃음과 통쾌함을 동시에 안기기 위해 노력했다.

장유정 감독은 "거짓말을 못 하게 된다는 설정이 판타지다. 그런데 거짓말을 할 때 참을 수 없고, 굳이 진실을 말해야 하는 설정을 부여했고 그 상황에서 마이크를 들이밀게 되니 더 유머러스해졌다"며 "이렇게 거짓말을 못 하게 되면서 난처한 상황에 처하는데 주상숙이 정치인이라 계급상으로 갑이지만, 또 시어머니나 당대표 앞에서는 을인 상황이다. 그래서 응어리진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와 또 다른 통쾌함을 더했다. 이렇게 난처함에서 나오는 코미디나, 계급의 전복으로 인한 코미디가 있고, 만천하에 위선이 까발려지면서 통쾌감을 주기도 한다. 또한 신파적으로 흐를 수 있는 김옥희 캐릭터도 신파성을 막으려고 했다. 기본적으로 무겁게 가지 않기 위해서 코미디 정서를 깔고 갔다"고 밝혔다.

'정직한 후보'는 올해 4월, 제21대 국회의원선거를 2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개봉하게 돼 시기적으로 우연히 맞물리게 됐다.

다만 장유정 감독은 "영화 시나리오 작업이 하루아침에 끝나는 게 아니라 그런 시기를 맞춘 건 아니다. 크랭크업을 작년 9월에 하고 후반 작업 4개월이 걸려 딱 맞춰 나온 것"이라며 "사실 이 영화를 정치적인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풍자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는데 잃을 게 많아질수록 정직의 가치를 돌이켜보고자 해서 정치인을 인물로 사용했다. 어쨌든 정치인은 거짓말을 하지 않겠나. 무엇보다 주상숙이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큰 상처를 준 1인 시위자 어머니에게 고개를 숙이는 그 장면이 제 바람이라고 볼 수 있겠다.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과오를 인정하고 잘못을 뉘우치는 용기를 내는 건 쉽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바라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장유정 감독은 영화 곳곳에 "우리가 눈을 뜨고 지켜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아놨다고도 밝혔다.

"젊고 열정적인 국회의원 후보 신지선(조수향 분)이라는 캐릭터가 마지막에 변하는 모습을 암시하기도 했다. 머리 스타일이 바뀌지 않느냐. 그것도 다 의도한 장면이다. 자세히 신경 쓴 부분이 많다. 우리가 두 눈 똑바로 뜨고 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주상숙도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다. 온주완이 맡은 김준영 기자 역도 그렇다. 비리를 쫓지만 결국 마지막에 변하지 않나. 오만석 배우가 했던 장덕준이라는 캐릭터만 변하지 않는다. 장덕준이라는 이름은 실제 일제강점기에 소신 있는 언론인이신데, 그런 분의 이름에서 따왔고, 이 영화에서 그 인물만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 외엔 다 변하는 모습을 담았다."

이처럼 장유정 감독은 코미디 영화이지만, 거짓말과 정치인이라는 소재를 통해 명확한 주제의식을 전한다. 그는 "사실 가훈, 급훈에 '정직'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한다. '정직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듣고, 배우지만 어른이 되고 잃을 게 많아지고 위치가 높아질수록 정직함이 어렵다. 저도 마찬가지다. 본인의 정직에 대한 가치를 생각해보게 되고, 답답한 현실에서 웃을 수 있고 풍자의 방식으로 풀었는데 정직에 대한 의미를 봐주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직한 후보'는 오는 12일 개봉한다.

seung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