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가 체질' 윤지온 "성소수자 효봉, 특별한 의미 두지 않았죠"(인터뷰)

[N인터뷰]①

배우 윤지온이 4일 서울 종로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0.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배우 윤지온이 JTBC '멜로가 체질'을 만난 건 정말 우연과 우연이 겹쳐진 운명과도 같은 일이었다. 본래 '이효봉' 역에 캐스팅됐던 오승윤이 논란에 휩싸이면서 공석이 나게 됐고, 이 과정에서 윤지온이 급하게 합류를 하게 됐다. 그렇게 '멜로가 체질'은 재촬영 과정을 거쳐 본래 처음 방송되려던 시점보다 2주 늦게 시청자들을 만나게 됐다.

합류 과정은 순탄치 않았지만 드라마 속에서 그려진 효봉의 모습은 그야말로 윤지온과 찰떡이었다. 현장에 위화감 없이 녹아들어갔고 덕분에 극 속에서도 효봉은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의 시선을 주목시켰다. 성소수자를 연기함에 있어서 조심스러운 태도를 가질 법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특별함 없이 성소수자를 그려내려 한 시선 역시, 편견에 갇혀있지 않은 그의 열린 사고를 엿볼 수 있게 만들었다.

최근 '멜로가 체질' 종영 후 4일 뉴스1과 만난 윤지온은 아직도 효봉의 이야기를 할 때면 가슴이 찡해져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만큼 캐릭터에 남다른 공감과 이해를 가지고 접근한다는 뜻이었다. 스스로에게 당당한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는 어떤 순간에도 세상과 소통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었다.

다음은 윤지온과 일문일답.

-캐스팅 과정이 어찌보면 급하게 결정되기도 했다. 작품을 준비하는 과정이 굉장히 빠듯했었는데 어떻게 역할을 만들어 나가려고 했나.

▶저는 보통 감독님과 소통을 많이 하는 편인데 이번에는 그런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많은 얘기를 나누지 못했다. 우선적으로 가장 먼저 해야할 거라고 생각한 건 누나들과 함께 사는 인물이기 때문에 누나들과 어울려지는 게 최선이라 생각해 그것부터 수행하려 노력했다.

-드라마에 대한 호평이 많았지만 시청률은 아쉽게도 낮게 나왔다. 아쉬움이 클 법도 하다.

▶좋은 드라마이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저 뿐만 아니라 '멜로가 체질' 참여하신 모든 분들이 그랬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님의 '섹시한 2%'라는 말대로 됐다. 어쨌든 TV시청률 집계는 한계가 있다. 요즘은 드라마를 접하는 플랫폼이 다양하지 않나 그래서 시청률로만 판단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시보기로 보시는 분들도 계신다. 개인적으로는 단순한 2%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차피 2%라 할거면 섹시하게 끝내서 좋다.

배우 윤지온이 4일 서울 종로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0.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효봉'이 성소수자 캐릭터이다 보니 인물에 대한 접근 자체도 조심스럽게 했을 것 같다.

▶효봉이 성소수자라는 대본을 받았을 때 저는 딱히 생각이 없었다. 감독님께서도 이 캐릭터가 성소수자인걸 신경 쓰지 말라고 먼저 얘기해주셨다. 그런 (성소수자라는) 서사가 특별하고 (사회 인식의) 변화가 있기 때문에 넣은 게 아니라 성소수자도 우리와 똑같이 살아가기 때문에 넣은 거라고 특별한 의미를 두지 말자고 해주셨다.

-그럼에도 성소수자들이 겪는 편견의 시선도 드라마에 담겼다. 특히 식당 아주머니에게 문수(전신환 분)와 함께 쫓겨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말씀하신 그 장면 찍을 때 정말 울컥 했었다.효봉이라는 캐릭터는 감정을 드러내는 편이 아니었는데 (그 장면을 찍을 때) 되게 먹먹하더라. 쫓겨나는 장면을 찍고 걸어가면서 문수랑 대화하는 장면을 찍는데 (가슴이) 찡해서 참기 어려웠다.

-그런 진중한 이야기도 담겼지만 '멜로가 체질'은 기본적으로 코믹 드라마다. 정말 웃겼던 장면을 꼽아보자면 어떤 장면인가.

▶15부 말미에 나오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 정말 웃겼다. 대본을 보고서도 빵 터졌던 장면인데 과연 어떻게 나올까 싶었다. 현장에서 맞춰볼 때도 끊임없이 웃었고 화투 신도 정말 웃겼다. 이런 장면이 메이킹 필름에 담겼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때 메이킹 감독님이 안 오셔서 아쉬웠다.

배우 윤지온이 4일 서울 종로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0.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현장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던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저는 제가 되게 그런 쪽에서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전작인 '은주의 방' 촬영장도 굉장히 좋았는데 이번 현장도 감독님과 장난치고 그러면서 사람이 밝아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이 됐다. 된다. '은주의 방'도 '멜로가 체질'도 다른 분들은 어떤 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런 현장에서만 있었던 것 같다.(웃음)

-함께 출연한 천우희 한지은 전여빈과는 어떻게 지냈나.

▶우희 누나는 10년 만에 만났다. 원래 학교 선후배여서 제가 1학년 때 우희 선배가 4학년이셨다. 그래서 이번 작품을 통해 뵙는 자리에서 약간 반농담으로 (힘차게) '선배님 안녕하십니까'라고 했는데 우희 누나가 '그러지마라. 앞으로 이 드라마를 함께 하려면 같은 집에서 친하게 지내야 하니깐 말 놓으라'라고 해주셔서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여빈 누나도 자주 안부를 물으면서 편하게 대해주셨고 지은 누나는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라서 대화도 많이 했고 지금도 계속 연락하고 있다.

-'멜로가 체질' 속 멜로 속에서 가장 자신의 체질과 같은 멜로가 있다면 누구의 멜로인가.

▶저는 국장(정승길 분)과 정작가(백지원 분)의 멜로가 가장 보기 좋았던 것 같다. 저는 사실 그 분들과 마주하는 장면이 없어서 잘 모르고 회식 자리에서 만나서 얘기를 많이 나눴다. 저와는 다른 부분에서 두 분의 멜로가 흘러가니깐 자식이나 조카가 이들의 사랑을 바라보는 느낌으로 볼 수 있었다. 저렇게 늙어가는 모습이 참 좋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떠나보내야 하는 효봉이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효봉이가 사실은 의젓하고 강해보이지만 그 아픔을 다 감추고 속에서 끙끙 앓는다. 표현도 서투르고 어떻게 보면 저와 닮아있는 아이라고 생각이 든다. 힘든 일이 있으면 혼자서 버티지 말고 가끔은 주변에 있는 너의 사람들에게 기대도 괜찮다라고 말하고 싶다. 저도 그렇게 하려고 노력할거고 같이 성장하자고 얘기하고 싶다.

<[N인터뷰]②에 계속>

taeh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