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하, '진짜' 싱어송라이터를 향한 힘찬 도약(인터뷰)

(서울=뉴스1스타) 하혜린 인턴기자 = 10여년 간 기타를 연주하며 조용히 음악생활을 이어온 박준하가 이제는 싱어송라이터로서 인정받기 위해 첫 정규앨범을 들고 대중 앞에 나섰다.

지난달 29일 발매된 ‘달이 말라가는 저녁’은 각 곡의 개성이 뚜렷한 작사·편곡과 풍성한 사운드가 매력적이며 블루스, 디스코, 포크, R&B 등 다양한 음악으로 구성돼 듣는 맛을 살렸다. 여기에 트리플 타이틀곡 선정과 앨범 수록곡 전체를 뮤직비디오로 제작하는 등 기존 홍대 뮤지션들이 도전하지 않았던 독특한 방식을 채택해 음악 팬들의 눈과 귀를 동시에 사로잡을 수 있도록 힘을 쏟았다.

박준하는 최근 진행된 뉴스1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어디서든 편하고 오랫동안 들을 수 있는 밴드음악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진행했다”고 자신이 지향하는 음악 스타일을 설명했다. 이어 첫 정규앨범 제작과정과 음악을 하며 겪어왔던 다양한 에피소드 등을 공개했다.

싱어송라이터 박준하가 뉴스1스타와 인터뷰를 가졌다.ⓒ News1star/ 테이블사운드

Q. ‘달이 말라가는 저녁’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정규앨범이다. 왜 정규를 선택했나?

A. 요즘 가수들은 싱글 형태로 곡을 많이 낸다. 그만큼 음원사이트 순위권 유지도 어렵다. 그래서 주변인들에게 ‘정규를 내는 게 아깝지 않느냐’라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하지만 전문적으로 음악을 하시는 분들의 기준에서는 정규앨범을 내야 정식 데뷔라고 인정해준다. ‘달이 말라가는 저녁’은 다음을 위한 도약이라고 생각하고 만든 앨범이다.

Q. 이번 앨범 전곡을 직접 썼다고 들었다.

A. 싱어송라이터인 만큼 곡 작업은 오래전부터 해왔다. 첫 앨범을 만들기 전부터 완성된 곡도 있었고 앨범을 제작하면서 나온 곡도 있다. 지금도 쟁여둔 곡은 많다. 녹음은 한 6개월 정도 걸린 것 같다. 생각보다 시간이 참 오래 걸리더라. 작업에 집중하다 보니 다른 일상생활을 잊어버릴 만큼 몰입했었다.

Q. 앨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어떻게 설정했나. 또 유난히 애착 가는 곡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앨범에 화사한 곡은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실린 곡보다 몇 곡 더 녹음을 진행했는데 지금 계절과는 맞지 않다고 느꼈다. 시간이 지나 계절이 바뀌면 그때 내자고 판단해 화사한 느낌의 곡은 뺀 10트랙으로 채워졌다. 이 중 ‘Siesta’라는 곡에 대한 애착이 깊다. 옥상달빛 김윤주씨가 피처링으로 참여해줬는데 원하는 목소리가 바로 나와 수월하게 녹음을 마쳤던 기억이 난다. 역시 3집 가수는 다르다 싶었다. 나의 노래에 다른 사람의 음색이 입혀졌으니 남다르게 느껴진다.

Q. 트리플 타이틀곡을 선정했다. 앨범 전체 타이틀의 기본인 ‘Moondry Evening’이 아닌 ‘몰라서 하는 말’, ‘우리는 해피엔딩처럼 만났었지만’, ‘잘못된 안녕’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A. 아무래도 내가 싱어송라이터 겸 기타리스트인 만큼 목소리와 기타가 전면에 나오는 곡들로 선정하게 됐다. 3곡 중 ‘잘못된 안녕’이 메인 타이틀곡이다.

싱어송라이터 박준하가 첫 정규앨범 '달이 말라가는 저녁'으로 대중 앞에 나섰다.ⓒ News1star/ 테이블사운드

Q. 앨범 재킷사진이 인상적이다.

A. 사진작가님이 ‘달이 말라가는 저녁’이라는 타이틀을 1차원적으로 해석하려고 하셨다. 달은 손으로, 저녁이라는 분위기는 흑백으로 처리해서 완성시켰다. 속지에는 ‘말라가는’이라는 의미로 장미꽃이 생화였다가 뒤집으면 드라이플라워로 되게끔 꾸몄다. 작가님이 현장에서 바로바로 아이디어를 내주셔서 재밌고 즐겁게 촬영했던 기억이 난다.

Q. 전곡 뮤직비디오화. 어려운 선택이었을 텐데 왜 이런 결정을 하게 됐나?

A. 요즘 유튜브를 보면 누리꾼들이 가수의 앨범 재킷사진과 음원을 합성해 스트리밍을 올리는 경우가 많지 않나. 그런데 그게 조회수가 상당하다. 가수의 입장에서는 아쉬운 점일 수밖에 없다. 앨범 전곡 뮤직비디오화는 그걸 방지하고 진짜 내 음악을 들어달라는 요청의 뜻이기도 하다. 퀄리티 있게. 오피셜하게 들으라는 당부이기도 하다.

Q. 작업하는데 상당히 고생했을 것 같다.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A. 막상 뮤직비디오를 만들다보니 힘이 들어갔다. 각각의 곡과 어울리는 영상을 만들고자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며 만들었다. 전체적으로 ‘이런 분위기에서는 이런 곡을 들었으면 좋겠다’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신경 썼다. ‘잘못된 만남’의 경우 요즘 홍대뮤지션들이 잘 시도하지 않는 독특한 방향으로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홍상수 영화감독의 작품처럼 B급 감성을 넣으려고 노력했다. 요즘 핫한 ‘먹방(먹는 방송의 줄임말)’ 소재를 사용해 노래가 가지고 있는 자극적인 포인트를 잘 살리려고 했다. 보다보면 재밌을 거다. 다른 뮤직비디오끼리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될 수도 있다. 다만 입술만 클로즈업되는 장면이 있는데 요즘엔 그런 걸로 19금으로 판단되는 경우가 많다고 해서 걱정스럽기도 하다. (웃음)

싱어송라이터 박준하가 뉴스1스타와 인터뷰를 가졌다.ⓒ News1star/ 테이블사운드

Q. 오는 2월13일 콘서트를 앞두고 있다. 첫 단독 공연인 만큼 어떤 부분을 신경 써서 준비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A. 앨범을 준비하면서 공연을 너무 오래 쉬었다. 그래서 지금 긴장이 많이 된다. 나는 소수와 이야기를 나누는 건 쉬운데 다수와 있으면 말을 하는 게 어렵더라. 그래서 무대에서 멘트를 잘 못하는 것 같다. 요즘 밴드 공연을 보러 오는 팬들은 노래뿐만 아니라 하나의 쇼를 본다는 느낌을 갖고 있다. 그만큼 가수와 소통을 원하는 것 같아 다양한 멘트를 우선적으로 많이 연습하고 있다. 무대에는 여태껏 발표한 곡을 종합해서 올린다. 연주자들과도 자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앨범과 꼭 똑같이 하지 않고 공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부분을 주로 고민하고 있다.

Q. 홍대에서 자신의 인지도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A. 솔직히 잘 모르겠다. 몸소 뭔가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이런 경우였던 것 같다. 공연을 본 관객들의 후기나 SNS를 보면 각각 좋아하는 뮤지션 취향이 보이지 않나. 예를 들어 ‘뿔테안경 쓴 뮤지션’, ‘기타를 든 싱어송라이터’ 등 말이다. 내 인지도라는 건 모르겠지만 내가 저런 분류에 속해있는걸 보면 신기하게 느껴진다. 윤상, 성시경, 정준일, 짙은 등 쟁쟁한 가수들과 함께 묶일 때면 기분이 좋다. 나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팬들의 입장에서는 나와 그분들이 비슷하다고 판단했을 테니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웃음)

Q. 얼마 전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에서 동명의 가수가 출연해 화제가 됐다. 이에 따른 불편함은 없었는지?

A. 그래서 데뷔 전 가명을 쓸까 고민을 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박준하 선배님이 가명을 쓰고 계셨다. 가끔씩 저작권협회에서 연락 와 ‘이 곡이 어느 박준하의 작품인가?’라고 묻는 등 행정상의 혼동이 찾아오곤 했다. 또 예전에는 홍대에서 공연을 하는데 아저씨 세 분이 술에 취해 지나가다 그분인 줄 알고 공연장에 들어오셨다. 원하던 가수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기분 좋게 공연을 다 보고 가셨던 기억이 난다.

Q. 마지막으로 박준하의 음악을 들어주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신선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애가 있어’라는 말이 오래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준하라는 가수가 있다는 걸 많은 분들의 기억에 새겨주고 싶다.

hhl377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