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석, 대중이 사랑한 아이러니한 남자(인터뷰①)

(서울=뉴스1스타) 장아름 기자 = 배우 마동석은 '아이러니'해서 대중에게 사랑을 받는 유일무이한 존재일 것이다. 특정 캐릭터로 한정 될 수 있을 법한 압도적인 외형이 외려 충무로의 대체 불가한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확장될 수 있었던 데는 마동석이 지닌 아이러니함 때문이었다. 멀게는 드라마 '히트'에서의 '미키 성식' 캐릭터부터 최근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영화 '베테랑'의 아트박스 사장 캐릭터까지, 대중은 강렬한 인상과 달리 코믹하면서도 귀여운 구석이 있는 그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만 셈이다.

마동석은 인터뷰 도중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주자 멋쩍은 듯 웃었다. 무릎 연골 부상에 대해 묻자 당분간은 액션이 없어 다행이라며 영화 '함정' 액션신을 찍었던 당시에 대해 털어놨다. 마동석은 극 중 외딴 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미스터리한 남자 박성철 역을 맡아 섬으로 찾아온 부부 역으로 등장하는 조한선, 김민경과 호흡을 맞췄다. 치밀한 기술이 요구되는 액션신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상대 배우에게 해를 가해야 하는 안타고니스트를 연기해야 했던 그 자체였다. 그는 연신 "최대한 서로 조심해서 액션을 주고받지만 그래도 미안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더라"고 했다.

배우 마동석이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함정'에서 미스터리한 식당 주인 박성철 역을 연기했던 소감을 밝혔다. ⓒ News1 star / 권현진 기자

"사람을 죽여야 하는 역할을 할 때 실제로는 가깝고 친한 배우한테 극 중에서 목에 칼도 대고 폭력을 가해야 하잖아요. 그게 너무 힘들었어요. 상대 배우를 안 다치게도 해야 하면서 상대를 진짜 죽이고 싶다는 마음을 동시에 품어야 한다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 기운이 너무 안 좋더라고요. 성철은 머리가 비상하지 않아도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사람을 끌고 가야 하고 아무런 감정 없이, 거리낌 없이 사람을 해하니까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마동석의 말을 빌리자면 박성철은 이보다 더한 악역이 있을까 싶을 만큼 극악무도한 인물이다. '함정'은 박성철이 사람을 해하고 죽이는 이유를 친절하게 설명해주진 않는다. 마동석 역시 "우린 처음에 영화 '배트맨'의 조커가 도대체 왜 이러는지 알지 못하지 않나"며 "다만 다른 사람이 선이라고 믿는 것이 자신에겐 정의가 아닌 것 뿐"이라는 말로 박성철의 범행 동기 이유를 대신했다. 그만큼 마동석에게 절대 악 캐릭터였던 박성철은 연기하는 데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두 번이나 거절을 했었어요. 기획에 참여를 했기 때문에 배우로서 출연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첫 번째 이유였는데, 무엇보다 악역이 되면 심적 타격이 크기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감독님에게 왜 내가 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피하거나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느낌이 전혀 없어야 하고 맞닥뜨렸을 때 목숨까지 버릴 수밖에 없겠다는 좌절감이 느껴져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서야 '내가 필요한 배우가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출연을 결심하게 됐죠."

배우 마동석이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함정'의 박성철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분석의 과정을 거친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 News1 star / 권현진 기자

영화 '비스티 보이즈'에서의 사채업자부터 '감기'에서의 이기심에 가득 차 있던 야비한 전직 고위 군관까지, 마동석이 악역을 연기해온 경험은 많았지만 "이보다 더할 수 없는 악역"을 위해서는 나름의 분석이 필요하기도 했다. 그는 선배 배우 최민식이 영화 '악마를 보았다' 출연 당시 들려줬던 이야기를 조금씩 떠올리며 절대 악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그리고 배우의 연기를 통해 상황을 유추해낼 수 있도록, 자칫 불친절해 보일 수 있는 영화의 여백을 메꾸는 연기를 보여주려 노력했다.

"성철이라는 캐릭터 때문에 여러 케이스의 연쇄살인범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 그 케이스도 정말 천차만별이더라고요. 이 역할 때문에 그런 걸 찾아보는 것조차 기분이 나빠서 짜증이 났어요. 그냥 참고만 하자고 결론을 내렸죠. 중간에 성철이 이렇게 된 데는 과거의 특정 트라우마 때문이라는 것을 암시하긴 하는데 저는 어떠한 트라우마를 가졌던 간에 연민조차 느끼지 않길 바랐어요. 그냥 추악하게 보였으면 했거든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악의 끝에 있는 성철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함정'에서는 박성철이 보여주는 닭 손질 과정이나 그가 대접한 지네주, 김민희(지안 분)가 만지는 동물 눈알과 내장 등 시종일관 관객들을 경악케 하는 이미지가 나열된다. 마동석은 "20년 된 닭백숙 집 사장도 매일 닭을 잡아도 매번 기묘한 느낌이 든다더라"면서 "실제로 닭을 잡는 것과 손으로 하는 척만 하는 건 정말 차이가 있다. 미국 북부 거주 당시 사냥을 많이 다녔던 게 그나마 도움이 됐다"고 했다.

배우 마동석이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영화 '함정'에서 직접 닭을 손질했던 경험을 고백했다. ⓒ News1 star / 권현진 기자

"사실 진짜 닭을 잡을 필요는 없어요. 다만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던 게 닭 잡기를 비롯해 멧돼지 사냥, 지네주 등 전부 날 것의 있는 그대로의 그림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그게 현실감의 미묘한 차이거든요. 영화마다 장르적인 연기나 이미지가 필요한데 우리 영화에서는 그런 현실성 있는 커트들은 반드시 필요했다고 봐요. 기획 단계에서부터 그렇게 염두하기도 했고요."

마동석은 달변가인 것 같다는 취재진의 감탄에 "하도 인터뷰를 많이 해서"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연기에 대한 진중한 자세와 확고한 주관, 이를 설명하는 유려하고도 재치있는 말솜씨까지 마동석의 감춰진 반전 매력이 그가 왜 작품 안팎에서 대중에게 사랑받는 배우인지를 새삼 알게 했다. 그런 그는 자신을 어떻게든 작품으로 더 보여줄 생각이다. '마요미' 혹은 '마블리' 이미지와 멀어진다 할지라도 자신은 어떠한 배역이든 피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대중이 좋아하는 이미지가 퇴색될까 걱정하진 않아요. 배우는 어떻게든 작품으로 보여줘야 하는 직업이거든요. 실제로 형사나 건달 역할만 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60편 중 10편 정도 밖에 맡은 적이 없어요. 그런데도 형사나 건달 이미지로 많이 각인 돼 있죠. 작품을 통해 얼마든지 배우가 갖고 있는 이미지는 바뀔 수 있어요. 앞으로도 어떤 작품의 배역이든 굳이 피하진 않을 거에요. 마요미든, 형사든, 건달이든 계속 연기하고 싶어요."

배우 마동석이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마블리', '마요미' 이미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 News1 star / 권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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