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세 선우용여 "어른 대접? 어우됐어~하루하루 즐겁게!" [유튜버로 인생2막]

[단독] '순풍 선우용여' 통해 유튜버 도전한 선우용여(인터뷰)

편집자주 ...SNS는 젊은 세대의 전유물? 이들을 보면 절대 이런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뒤 이젠 '시니어'가 된 스타들 중에서도 SNS, 특히 유튜브 채널 운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시니어 스타들은 왜 유튜브 활동에 열과 성을 다할까. [유튜버로 인생2막]을 통해 그들을 직접 만나 유쾌하면서도 깊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배우 선우용여 제공
유튜브 '순풍 선우용여' 캡처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81살, 그러나 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젊은이'들의 세계인 유튜브에 '혜성'처럼 나타난 최고령 유튜버 선우용여(81). 핑크색 드레스와 모자를 쓰고 '재밌게 사세요'를 외치는 '순풍 선우용여'의 모습에 10, 20대들까지 열광하고 있다. 아침마다 호텔 조식 뷔페를 찾고, 자신과 결이 다른 젊은이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우러지며, 인생 처음 해보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나서는 80대 여성의 삶. 많은 이들은 선우용여의 삶에서 새로운 도전에 대한 용기를, 건강하고 활기찬 인생에 대한 의지를 느낀다고 말한다. 가르치지 않지만, 배움이 있는 유튜브 채널 '순풍 선우용여'는 8개월 만에 구독자 40만 명을 돌파하며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선우용여가 평소 자주 찾는 서울의 한 호텔에서 최근 그를 만났다. 자신의 삶을 보여주는 유튜브 활동에 이토록 많은 이들이 공감과 응원을 보내줄지 몰랐다며 웃었다. 그에게 나이는 무의미했다. '나이'라는 것에 갇히고 싶지 않다는 그는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우는 존재"라면서, 날마다 배우고 즐거워하면서 살고 싶다고 했다.

-유튜브 채널을 연 지 1년도 되지 않았는데 매회 높은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유튜브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이렇게 빨리 다가가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반응이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다. 여러 시청자가 아주 좋아해 주시니 나도 너무 좋고, 함께 행복해지는 기분이 든다. 삶이 활기차게 보이니 좋은 것 같다. 80세가 넘어서 늘 잘 살다 죽기를 바라는 마음인데, 내 모습이 젊은 사람들에게는 '이제부터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고, 노년층에게는 '나도 잘 먹고 잘살아야겠구나, 내 몸이 소중하구나'라는 점을 느끼게 해준 것 같아 좋다.

배우 선우용여 제공

-'좋은 어른을 만났다'라는 반응이 많다.

▶내가 좋은 어른일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이를 먹어보니 어른이라고 해서 대접받는 것도 싫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어른 대접을 받는 건 늙었다는 것 같다. 나이라는 이름만 붙인 것뿐이지, 나이 든 사람과 젊은 사람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 그저 같이 나이 먹고 있을 뿐이지. 젊은 친구들이 나를 '용여'라고 불러도 반가울 것 같다.

-자신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 부담스럽거나 고민되지 않았나.

▶고민은 없었다. 각본도 없고 그저 내가 생활해 온 그대로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고 싶었다. 내 속을 다 보여준 셈이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시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자기 삶을 보여줄 뿐, 조언하지 않는다.

▶조언은 하지 않는다. 그저 행동으로 보여줄 뿐이다. 내 자식도 내 이야기를 안 듣는데 내가 감히 누구에게 조언을 하겠나.(웃음) 만약에 이분(구독자)들이 내 삶을 보고 '저렇게 살면 좋겠다'고 생각하여 따라오면 좋은 것이고, 안 따라와도 그만이다. 그저 모범을 보이고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다른 이들을 보고 만나면서 많이 배운다. 우리가 다 배움에 있어서 상부상조하는 것이다.

배우 선우용여 제공
유튜브 '순풍 선우용여'

-그간 활동했던 영역과 다른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을 한 것인데, 성패에 대한 부담도 있었나.

▶도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해야 하는 상황이나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그냥 한다고 생각한다. 유튜브도 이런 게 있다고 하니까 시작해 봤다. (실패해도) 걱정은 하지 않는다. 이미 일어난 일인데 걱정해서 무엇 하나. 괴로움은 오늘로 끝내야 한다. 나도 실패의 경험이 있다. 돈을 잃기도 하고 일에서 좌절한 적도 있다. 그럴 때 더 (성공을) 쫓아가면 안 되더라. 실패는 그냥 실패로 받아들이고 좌절하지 말고 '다른 좋은 일이 오려나 보다' 생각하게 됐다. 한탄하고 슬퍼하면 좋은 운이 오지 않더라.

-유튜브 활동을 하면서 일상에 변화가 생겼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원래도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한다.(웃음) 그래도 볼 때마다 반가운 (김)지선이, (조)혜련이, (이)경실이, (전)원주처럼 좋아하는 이들을 만날 수 있고, 유튜브에 기록이 되니까 추억이 더 생기는 것 같다.

-젊은 세대 뿐만 아니라 노년의 구독자들에게도 영향이 컸다. '내 삶을 살아야겠다'는 댓글이 많다. 또 윤미라 전원주 등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동료들도 있다.

▶내 나이 또래의 분들이 가족의 일에만 시간을 쏟는 것이 안쓰럽고 마음이 아프다. 80세가 되니까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빨리 내려놓고 내 몸을 아끼면서 자유롭게 살았으면 좋겠다. 내가 뇌경색으로 한 번 아파보니까 더 절실히 느껴지더라. 아내들도 밖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가고 싶은 곳에 가고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외로움이란 여럿이 있어도 외롭고 혼자 있어도 외로움이 있다. 난 혼자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양평 같은 곳에 가보기도 한다. 혼자 있다 보면 일할 때는 몰랐던 것들이 보인다. 혼자 있으면 음악의 느낌도 다르고 풍경도 달리 보인다.

유튜브 '순풍 선우용여' 캡처
배우 선우용여 제공

-데뷔 60주년을 지났다. 지난날을 돌아보면 어떤가. 앞으로 해보고 싶은 도전이 있나.

▶60주년을 돌아봐서 무엇하나. 앞으로 살날을 생각하며 오늘 하루 즐거우면 됐다. 다음 도전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삶에 숙제를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숙제가 생기면) 생각이 많아지고 걱정이 커지고 그러면 잠도 제대로 못 잔다.

-유튜브 활동을 하면서 젊은 세대들과 소통이 많아졌다. 스태프, 새롭게 해본 도전을 통해 만난 이들이 있었을 텐데, 어떤 생각이 들었나.

▶참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할 일을 딱 해내고 간섭하지 않는다. 내가 만난 요즘 친구들은 입으로만 시키지 않더라. 권위적이지 않고 수평적인 친구들이 많았다. 랄랄을 보고는 외모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겠다는 걸 배웠다. 처음에는 꾸민 모습이 좀 낯설었는데 나중에 보니 정말 예쁘더라. 또 최근에 만난 친구(시각장애인 유튜버 김한솔)를 보고는 밝게 사는 모습이 기억에 남았고, 나 역시 더 밝게 지내야겠다고 다짐했다.

-하루하루가 배움이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우는 것이다. 배움에는 끝이 없다. 연기할 때 엄마 역할을 계속 맡더라도 그 인물들이 다 제각각이듯, 인생도 다양한 삶이 있다. 내 삶만 잘났다고 해서는 안 된다. 각자가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다.

ich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