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이정은 "'택시' 천만에 '미스터 션사인'까지…복 받은 2017년"

배우 이정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뉴스1 본사를 찾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12.6/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배우 이정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뉴스1 본사를 찾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12.6/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변두리의 한 미용실, 갱년기 여인들의 솔직한 성적 담론이 펼쳐진다. 미용 경력 20년의 베테랑 성원장을 비롯해 세 명의 여인들은 내숭 없이 솔직하고 직설적인 입담을 주고받다 함께 삶의 유쾌한 순간을 맞이하기도 하고, 마냥 외면하고 싶었던 사회적 편견 그리고 비극적인 현실과도 점차 마주하게 되기도 한다. 각 여성들이 연대하는 과정부터 성원장과 그의 아들 예쁜이가 각각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게 되는 변화까지, 무대에서 90분간 그려지는 삶의 희로애락의 중심에는 배우 이정은이 있다.

연극 '에덴 미용실'(연출 추민주)의 주연 이정은이 연기한 성원장은 그가 30년 가까이 쌓아온 필모그래피에서도 사뭇 다른 결의 캐릭터다. 성원장은 '엄마=모성애'로 성립되는 전형적인 캐릭터가 아닌 데다 여성으로서, 그리고 엄마로서의 역할과 정체성을 찾아가기까지의 서사를 보여주는 캐릭터로 묘사된다. 좀처럼 짐작하기 쉽지 않은, 낯선 엄마로 무대에 오른 이정은은 연극이 초연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겪고 있지만, 여성 중심의 창작극을 선보이고 있다는 성취감 만큼은 남다르다.

이번 연극무대에 오르기까지, 이정은은 2017년 그 어떤 배우보다 바빴지만 "운이 좋았던 한 해였던 것 같다"고 지난 시간을 돌이켰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부터 '도둑놈 도둑님'까지 쉴 틈 없이 네 편의 드라마 촬영을 이어갔고 대부분의 출연작이 좋은 성과를 거뒀다. 또 지난해 촬영했던 영화 '택시운전사'가 올해 유일하게 1000만 영화가 된 데 이어, 영화 '옥자'도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하면서 배우로서 더욱 의미있는 필모그래피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정은은 "연기를 더 잘하기 위해 계속 도전하는 것"이라면서 내년에도 더욱 활발해질 활약을 예고했다.

배우 이정은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뉴스1 본사를 찾아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12.6/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서.

Q. 지난 1991년 연극 '한여름밤의 꿈'으로 데뷔해 30년 가까이 배우로서 한 길만 걸어왔다. 지금까지 꾸준히 연기를 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A. 부족한 연기력이 원동력이었다. 연기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안 되더라. 학창시절 공부는 잘 하는 편에 속했는데 연기는 공부만큼 잘 한다는 생각이 안 드니까 늘 더 잘하고 싶었고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지금까지 오게 한 것 같다. '에덴 미용실'로 오랜만에 무대에 섰을 때 너무 무섭기도 했었다. 무대를 1시간 40분간 끌고갈 힘이 없더라. 그날 결국 무대에서 (연기하다) 가위를 잘못 잡아서 손에 상처가 났다. 카메라 앞에 섰을 때와 달리 연극은 NG를 못 낸다는 불안함이 결국 사고로 이어졌다. 그때 '오 나의 귀신님' 감독님께서 오셔서 무대를 보셨는데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구나'라면서 '그런데 누나가 그걸 인정해서 너무 좋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그날도 '실수했으니까 다음날 더 연습해서 잘해야지' 싶더라. 연기를 매번 원하는 만큼 못하니까 지금까지 계속하는 게 아닌가 싶다.

Q. 그렇다면 연기를 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A. 연기를 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관객을 만나는 데 있어 배우로서 책임감과 의무감이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야기 속에 있는 걸 좋아해서가 아닐까 싶다. 배우들은 대부분 어딘가 몰입하고 싶어하는 속성이 있는 것 같다. 내 스스로가 연기할 때 한 대상에 몰입하고, 그 과정으로 인해서 다른 관객들에게도 몰입감을 줄 수 있다는 것, 그 상호 교감하는 과정에서 시너지를 느끼게 된다. 그 과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것 같다.

Q. 30년 가까이 연기해오면서 배우로서 쉽지 않았던 과정도 있었을까.

A. 배우는 선택을 받아야 하고 기다림이 있는 직업이다. 내가 무엇을 하고 싶다고 해서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여성 캐릭터가 많이 나오는 영화는 관객이 들지 않아 많이 제작되지 않는 반면 무대에서는 여성 배우들에게 다양한 역할들이 오기도 한다. '에덴 미용실'에서처럼 갱년기 엄마 역할도 할 수 있고 이외에도 다양한 역할에도 도전해볼 수 있다. 계속 이렇게 젊은 친구들과 작업하고 연극을 무대에 올릴 수 있다는 게 행복하기 때문에 때때로 지속되는 기다림도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다.

Q. 올해 유일하게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택시운전사'부터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봉준호 감독의 '옥자' 그리고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역도요정 김복주' '도둑놈, 도둑님' '쌈, 마이웨이'까지 대부분의 출연작이 좋은 성과를 거뒀다. 2017년이 특별한 한 해였을 것 같다.

A. 배우로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다. 이 작품들이 다 잘될 것이라고 생각은 못했다. 다만 존경하는 선배님들이 출연하시는 영화였으니까 불러주셨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고 즐겁게 연기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말 행복했다. 게다가 결과까지 좋았으니 정말 복을 받은 것 같다.

Q. 특히 칸 영화제에서 '옥자'의 목소리 주인공이 배우 이정은이라는 사실을 봉준호 감독이 직접 이야기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옥자' 목소리 연기가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텐데, 봉준호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A. '옥자'는 감독님께서 직접 요청해주셔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감독님과 영화 '마더'로 함께 작업한 인연이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뮤지컬 '빨래'를 보시고 '재미있게 봤다'고 하시면서 그 이후 오랜만에 갑자기 연락을 주셨다. '옥자'라는 영화에서 돼지 소리와 변종 동물의 소리가 섞인 목소리를 연기했으면 한다고 말씀해주셨는데 되게 어렵겠다 싶었다. 디테일한 감정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영화 '괴물'에서 오달수 오빠가 연기하는 장면을 보여주시기도 하셨다. '옥자' 목소리를 위해서 농장 아르바이트도 했었다. 당시 연기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게 많았다. 준비하는 동안에 개인적인 재미를 많이 느꼈고 봉준호 감독님, 음향 감독님과도 소리를 함께 만들어가면서 즐겁게 작업했다.

Q. 그간의 필모그래피에서 특별히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A. 뮤지컬 '빨래'에 애착이 간다. 오랜 시간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고 60만 관객이라는 엄청난 관객을 모으기도 했다. 드라마 중에는 '오 나의 귀신님'이 특별하다. 감독님께서 역할에 많은 애정을 쏟아주셨는데 배우로서 그 역할을 구현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영화 '변호인'은 배우로서 영화를 계속 할 수 있도록 해준 작품이다. 인생작이라고 꼽을 수 있을 작품들은 앞으로 더 많아지지 않을까. (웃음) 이 세 작품이 지금도 돌아보면 배우로서 성취감이 컸던 작품들이다.

Q. 차기작 계획은.

A. 현재 김은숙 작가님의 드라마 '미스터 션사인'을 촬영하고 있다. 극 중 애신 아씨(김태리 분)를 모시는 유모이자 몸종으로 나온다. 민초들에게는 정말 중요했던 시기인 1900년대 초를 배경으로 한 작품에 한 번 쯤은 꼭 참여하고 싶었는데 운이 좋게도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쁘고 찾아주셔서 감사하다.

Q. 앞으로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지.

A. '홍반장'처럼 주인공을 언제나 도와줄 것 같은, 친근한 배우의 이미지를 갖는다는 건 정말 좋은 것 같다. 그래서 저를 좋아해주시는 어머님들이 많다는 게 감사하다. 비록 그런 역할을 계속 할 수 없을지라도, 혹여 누군가를 괴롭히는 악역으로 등장하더라도 애정을 갖고 봐주셨으면 좋겠다. (웃음) 또 배우로서도 도전적인 작품을 많이 해보고 싶다. 항상 어렸을 땐 나이가 빨리 들고 싶었는데 지금이 저로서, 그리고 배우로서는 더 도전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은 시기인 것 같다.

aluemch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