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규, 흔들림 끝에 만난 인생작 '참교육'과 '좋은 어른' 김무열 [N인터뷰]

배우 이승규 / 제이지엔터테인먼트
배우 이승규 / 제이지엔터테인먼트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배우 이승규와 만남은 2023년 드라마 '우리 연애 시뮬레이션' 인터뷰 이후 3년 만이었다. 당시 신선한 마스크와 매력의 신예로 주목받았지만, 오히려 그는 연기가 나의 길이 아닌지 고심하며 '바닥'을 쳐본 시기이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이승규는 지난 3년이 힘들지만, 배우로서 더 단단해진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승규는 글로벌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극본 이남규/연출 홍종찬)의 포문을 여는 1화의 빌런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그는 유력 정치인의 아들이자 학교를 폭력으로 지배하는 '학폭' 가해자 류준형 역할을 맡아 시청자들의 분노지수를 끌어올렸다.

큰 규모의 작품과 큰 비중, 시청자들의 감정을 뒤흔들어야 하는 역할을 맡은 부담감이 컸다. 이승규는 '참교육' 속 배우들과 틈만 나면 만나서 호흡을 맞췄다. 자연스럽게, 마치 실재하는 인물인 듯 보여야 한다는 생각으로 서로를 믿고 연기했다.

'참교육'의 인기와 함께 그를 향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승규는 기쁘고, 감사하면서도 차분한 마음으로 지금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당장의 목표보다,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면서, 더욱 단단한 마음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했다.

-3년 만의 인터뷰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참교육' 공개 후 평소보다 스케줄이 늘었다. 인터뷰도 하고 바쁘게 지내고 있다. 그동안 여러 작품을 했는데 배우로서 성숙해지고 단단해지는 시기였던 것 같다.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때는 열정과 의지가 넘쳤다. 어느 순간 내 의지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벽을 마주한 것 같았다. 힘들고 자책하는 시간도 있었다. 나는 연기를 너무 좋아하는데 나와 맞지 않는 길을 가려고 하는 걸까 흔들렸다. 주변에서 많이 붙잡아줬고, 스스로도 마음을 다잡으려고 했다.

배우 이승규 / 제이지엔터테인먼트

-힘든 시기를 어떻게 버텼나.

▶'버티는 사람'의 대단함을 느꼈다. 동료들, 오래 연기한 선배님들을 보면서 어떻게 하셨을까 대단하게 느껴지더라. 결국 연기를 정말 사랑해야 할 수 있는 것인 것 같다. 요즘 작품 수도 많이 줄고 기회가 많이 줄어서 그런지 연기를 그만두는 친구들도 있다. 그럴 때 나도 같이 힘들더라. 내가 왜 연기를 하는지 돌아봤다. 처음으로 돌아갔다. 결국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하는 것이었다. 역할을 만나고 내가 그 인물로 살아가며 그를 이해해야 하니까, 나부터 바로 서고 바르게 살아야 하더라. 이 일만큼 나를 바르게 살게 하는 직업이 없다는 걸 느꼈다.

-그렇게 '버텨서' 좋은 작품을 만났다.

▶돌아보면 단련이 된 좋은 시간이었다. 만약 좋은 기회만 만났다면 이런 배움은 없었을 것이다. 힘든 시간을 겪으면서 한없이 가라앉은 시간도 경험해 봤다. 덕분에 지금 작품을 만나서 많은 사랑을 받으니 더욱 큰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참교육'에는 어떻게 합류했나.

▶오디션을 봤다. 세 번 정도 오디션을 봤는데 감독님이 내 역할뿐만 아니라 내 삶 자체에 대해 궁금해하셨다. 이승규라는 사람 자체를 보려고 하시는 마음이 너무 감사했다. 당시 자책을 많이 하던 때였는데 그냥 내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드렸다. 그런 모습을 좋게 봐주시지 않았나 싶다.

-배역 준형을 어떻게 이해했나.

▶준형이라는 인물이 가진 결핍이 끌렸다. 인물의 정서가 나와 정반대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준형은 어릴 때부터 부모님에게 학대받았고 늘 무서워하던 인물이라고 봤다. 거기서 오는 분노, 억울함, 결핍이 잘못된 방식으로 표현됐다고 생각했다. 준형이는 어린 시절에 멈춰있는 아이다. 자기가 봐왔던 아버지의 모습처럼 굴려고 하고 폭력으로 사람들을 휘두르려고 한다.

배우 이승규 인스타그램

-연기하기 어렵지 않았나.

▶함께 연기하는 형들과 정말 자주 만나서 연습했다. '오늘 아르바이트 끝나고 모이자'라면서 자주 만났다. 연습하면서 형들이 '이런 표정이 좋을 것 같다' '어떻게 해야 더 세게 보일까' 그런 피드백을 서로 주고받았다. 뭔가 억지로 표현하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반응하고 싶었다. 함께 하는 연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연습하면서 쌓은 믿음을 바탕으로 안전하고 편하게 촬영할 수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했나.

▶오디션 보면서 꾸준히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인테리어도 하고 여러 가지 일을 해봤다. 배우이니까 여러 인물을 많이 만나보고 여러 인생 경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더 열심히 했다. 이런 경험들이 연기에도 도움이 되더라.

-분량도 많고 첫 에피소드에 출연한다는 점에서 부담감은 없었나.

▶이 드라마의 시작을 알리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이다 보니 거기서 오는 부담감이 있었다. 감독님께서 1화를 정말 많이 신경 쓰셨다. 배우들과 자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고 우리가 정말 실재하는, 다큐 같은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배우 이승규 인스타그램

-많이 공들였던 장면은 무엇인가.

▶ 불을 지르는 신이다. 그 장면은 준형이가 지금까지와 다르게 처절하게 무너지고 속의 알맹이가 드러나는 신이라고 생각했다. 겉으로 강해 보이고 권력으로 남을 휘두르고 싶어 하는 준형이 사실은 어린 시절에 멈춰있는 아이일 뿐이다. 대본에도 '아이처럼 운다'고 쓰여있었다. 초반과 정반대의 모습이니까 더 잘 표현하고 싶어서 욕심이 났고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다. 김무열 선배가 열심히 해보자고 격려해 주셨다. 하루 종일 찍었는데 체력적으로도 정말 힘들었다. 불이 내 앞을 가로막는데 정말 지옥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더라. 화진이 '대석이는 그래도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고 할 때 모든 게 끝난 걸 직감하고 처절하게 눈물을 흘렸다.

-준형이의 미래는 어떻게 되었을까. 시즌2가 나온다면 준형이 나올 수도 있을까.

▶그 이후는 달라졌길 바란다. 참교육을 받았으니까, 나중에는 자기와 같은 애들을 만나면 나서서 교육하길 바란다. 시즌2가 나오면 다른 이들을 참교육하는 준형이었으면 좋겠다. (웃음)

-'참교육'이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해온 역할 중에 분량이 제일 크고 1화에 나오는 것이어서 부담감이 컸다. 드라마가 공개될 때 못 봤다. 가족들이 먼저 보고 '괜찮다'고 해줬다. 동생이 원래도 엄청 객관적인 편이라 동생이 재미있다는 말에 안심하고 봤다. (웃음) 친척들에게 연락을 정말 많이 받았고 해외 시청자분들도 DM(쪽지)을 많이 보내주신다. 정말 사랑을 많이 받는 작품이구나 느낀다.

배우 이승규 / 제이지엔터테인먼트

-김무열과 호흡은 어땠나.

▶ 작품 들어가기 전부터 여러 차례 만나서 회의했다. 선배님이 준형과 저라는 사람에 대해 궁금해하시더라. 현장에서 먼저 인사해 주시고 챙겨주셨다. 인간적으로 정말 좋은 분을 만났다고 생각했다. 종방연 때도 선배님이 '승규야, 이번에 편집본 봤는데 너 너무 잘했다, 너도 알지?'라면서 격려해 주셨다. '힘들고 지치는 시기가 올 수도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말고 버텨라'고 이야기를 해주셨다.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여서 그 말이 더 크게 와닿았다. 김무열이라는 사람, 좋은 어른을 만났다. 나도 선배님을 통해 인간적으로 참교육을 받은 것 같다. 참 감사했다.

-학교폭력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룬 작품이다. 어떤 마음으로 봤나. 작품 이후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을 위해 후원을 한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학창 시절에 친구들을 괴롭히거나 놀리는 친구들이 있었다. 어린 시절의 나도 상처가 되었던 경험들이 있다. 나이가 들어서 생각해 보니 (학폭) 피해자분들의 마음이 어떨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그런 아픔을 겪는 친구들이 있다면 내가 직접 도와줄 수는 없어도 전문적으로 도와주는 단체에 후원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학교폭력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극 중에서는 가해자 역할이지만, 드라마 후에도 그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했다.

-'참교육'이 배우 활동에 어떤 의미로 남을까. 앞으로의 목표는.

▶ 나의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다. 힘든 시기에 만난 작품이어서 더 크게 다가온다. 이승규라는 배우를 떠올릴 때 '연기도 잘하고 좋은 사람'이고 싶다. 좋은 사람이 되면, 좋은 배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ich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