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초점]① '남주의 매력'...'알함브라' 현빈, '까칠 재벌'의 진화

tvN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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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이달 초 베일을 벗은 tvN 주말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극본 송재정/연출 안길호) 남주인공 유진우(현빈 분)는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다. 무일푼으로 시작해 10년 만에 IT 업계 최대 투자사의 대표가 된 '젊은 기업가'이자, 친구와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점점 시니컬하게 변한 인물이다. 가시 돋친 말과 행동으로 무장한 그는 한 마디로 말해 '까칠한 재벌'이다. 미니시리즈에 나오고, 주말극과 아침드라마에도 자주 등장하는 바로 그 부류다.

그렇기에 어떤 연기자가 유진우를 소화하든 연기를 할 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뛰어난 연기력과 매력으로 차별화된 역할을 만드는 게 드라마를 살리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현빈의 캐스팅 소식이 들렸을 때 많은 이들이 기대를 표한 건 그가 맡은 배역의 맛을 잘 살리는 배우였던 덕이다. 유진우 역시 현빈이 매력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설정의 캐릭터였다.

물론 리스크도 존재했다. 과거 현빈은 몇몇 작품에서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한 적이 있다. MBC '내 이름은 김삼순', SBS '시크릿 가든'에서도 보여준 '안하무인 재벌'이 또다시 시청자들에 통할지는 미지수였다. 까칠한 재벌은 그가 가장 잘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지만 그게 오히려 진부함이라는 독이 될 수도 있던 터. 이에 현빈은 기시감을 지우고 매력과 신선함을 입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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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 속에 드라마가 시작됐으나, 역시 베테랑은 베테랑이었다. 현빈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 사업 앞에서는 냉철하지만 상처 앞에서는 유치한 유진우를 제대로 표현했다. 능청스러움과 진지한 연기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현빈의 연기는 작품 몰입도를 높이기 충분했다.

특히 지난 2일 방송된 2회에서는 그의 활약이 더 돋보였다. 유진우가 집주인 정희주(박신혜 분)에게 도를 넘게 화를 낼 때는 현빈 특유의 '재수 없는' 연기가 빛을 발했고, 매 순간 사업 성공만을 위해 열을 올리던 그가 과거 헤어진 전 부인을 만난 뒤 아프게 표현한 눈빛은 캐릭터의 서사를 함축적으로 보여줬다. 드라마의 중요한 포인트인 액션 연기 역시 흠잡을 데가 없다.

특히나 현빈이 높이 평가받는 건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유진우는 '내 이름은 김삼순' 현진헌도, '시크릿가든' 김주원도 아니어서다. 똑같이 '싸가지 없는 재벌'이지만 유진우는 이기적인 현진헌, 순정 있는 김주원과는 또 달랐다. 현진헌과 김주원이 날 때부터 재벌로 오만방자했다면, 유진우는 따뜻하고 결단력 있던 리더에서 냉소적으로 변한 입체적인 인물. 현빈은 그 캐릭터 사이 간극이 잘 보이게 연기해 진부함, 유사함이라는 비판을 피했다. 오히려 같은 결의 캐릭터를 진화시켰다는 호평을 얻고 있다.

까칠한 캐릭터 연기에 강점을 갖고 있는 현빈은 이제 그 안에서 나름의 영역을 만들고 있다. 모든 배역을 똑같은 모양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매력을 찾아 부각시키고, 드라마의 서사와 연결해 특유의 개성을 만들어내는 것. 그 결과물로 만들어진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속 유진우가 그의 '인생캐'를 경신시킬 수 있을지 기대된다.

breeze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