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그저 위로 받는 글이길" 소재원 작가의 의미있는 10주년
- 장아름 기자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소재원 작가는 올해 작가 데뷔 10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10년간 소재원 작가는 그 누구보다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작가이기도 했다. 데뷔작인 '나는 텐프로였다'는 윤종빈 감독이 연출을 맡아 '비스티 보이즈'로 영화화됐고 그가 쓴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 영화 '소원'과 '터널'은 각각 271만 관객과 712만 관객을 동원하는 등 흥행에 성공, 평단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소재원 작가는 자신의 소설이 영화 시장에서 선택되고 영화화되는 데 성공한 이유에 대해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제게 있는 가장 큰 능력은 공감 능력"이라면서 "비록 책에 기발한 상상력은 없지만 대중들이 그저 위로 받을 수 있는 글을 쓰려고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간 소재원 작가는 대중 앞에 서는 작가로서 고민을 꾸준히 해왔다. 그런 그가 더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어 선택한 것은 다름 아닌 드라마 집필이었다. 작가로서 글로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고민하다 최근 종영한 MBC 토요드라마 '이별이 떠났다'를 직접 집필하게 됐다. '이별이 떠났다'는 남편의 외도로 상처를 입은 50대 여성 서영희와 아들의 아이를 임신한 20대 정효를 만나 상처를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된다는 내용의 드라마다. 한 여성이 아이를 갖게 되고 엄마가 되기까지 변화를 섬세하게 풀어내며 공감과 호평을 모두 다잡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시청자들에게 위로를 선물했던 시간, 소재원 작가의 10주년은 의미있는 시간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Q. '이별이 떠났다' 집필을 마친 소감은.
A. 대본, 연출과 연기는 굉장히 만족하는데 시청률이 다소 아쉽다. 솔직히 15%를 기대했는데. (웃음) 모두가 15%를 꿈의 시청률이라 하긴 하지만 꿈을 크게 갖고 싶었다. 여성들의 이야기로는 처음 시도되는 작품이라 생각했고, 모든 여성들이 아니라 특정 엄마들을 공략했다고 생각해서 엄마들이 많이 봐주실 거라 기대했었다. 임신을 했던 엄마들이라면 공감을 하지 않을까 했다. (웃음)
Q. '이별이 떠났다'에 대한 호평이 많았다. 호평을 어떻게 실감했는지.
A. 사실 작품이 좋다는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대중이 좋아해주고 공감했다는 게 더 좋다. 어떻게 보면 그게 시청률이기도 하다. 인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대중이 재미있게 봤으면 한다. 대중 앞에 서는 작가라면 예술적인 건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게 더 행복한 게 아닐까.
Q.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게 더 행복하다고 했는데 데뷔작인 '나는 텐프로였다'부터 '이별이 떠났다'까지, 많은 작품이 영화화되기도 했었고 드라마화에도 성공했다. 그런 의미에서 소재원 작가는 꾸준히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작가였다.
A. 저도 사실 되게 많이 망했다. (웃음) '균'과 같은 작품은 거의 책이 안 나갔다. 아무래도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고 무겁고 어두운 내용이라 책이 많이 나가지 않았다. 물론 필요한 내용이다. 글쟁이들은 기록을 남겨줘야 하는데 돈만 벌고 인기만 얻으려고 쓰는 글만 있어선 안 되지 않나. 책을 쓰기 전에는 흥행이 안 될 것다고 예상되는 작품도 있지만 흥행이 안 된다고 집필 과정에서부터 의욕이 떨어지진 않는다. 다만 이 글만큼은 내가 최초로 썼다는 자부심을 갖게 되기도 한다.
Q. '이별이 떠났다'로 직접 드라마 집필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
A. 올해 제가 작가가 된지 딱 10주년이다. 책은 독자에게 책값을 요구하고 영화는 관객에게 티켓값을 요구한다. 내가 작가로서, 글로 뭔가 할 수 있는게 없을까 하다가 드라마는 TV만 있어도 무료로 볼 수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전기 요금만 있다면 모두가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다. 소설과 영화, 드라마를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다 섭렵한 작가라는 타이틀은 최초라고 알고 있다. 그 타이틀도 욕심이 났다. (웃음) 글쟁이는 다 돼야 한다. 드라마 작가도 작가고 소설 작가도 작가인데 융합이 안 되는 건 용납이 안 되더라. 작가라면 그걸 다 보여줄 수 있어야 하고 그래야 대중 앞에서 작가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지 않나 싶다.
Q. '이별이 떠났다'는 남성 작가가 글을 썼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게 담아내 호평을 받았다.
A. 모든 작가들이 갖고 있는 징크스 중 하나가 남자 글, 여자 글이 확연하게 나뉜다는 건데 그게 너무 싫었다. 여자는 여자 위주로, 남자는 남자 위주로 쓰는데 '이별이 떠났다'는 누가 썼는지가 보이지 않았으면 했다. 실제로 아내가 임신했을 때 본 것들, 여성이 얼마나 아이를 힘겹게 낳는지, 모든 것을 여성의 입장에서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집필하면서 스스로가 남자라는 생각만 지운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시청자들에게 남자 작가라는 걸 숨길 수 있지 않았나 싶었다.
Q. 소설을 드라마화하는 과정에서 집필의 어려움을 느낀 순간이 있었나.
A. 소설을 드라마화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없었다. 너무나 행복한 작업이었다. 하지만 배우와 함께 하는 게 처음엔 큰 부담감이 있었다. 소설은 혼자 집필하다 보니 호흡이 필요없는데 드라마는 사람을 상대해야 하는 게 스트레스로 다가오더라. 다행히도 좋은 분들만 만났고 약했던 글이 배우들 덕분에 더 힘을 받지 않았나 싶다.
Q. 타 현장은 쪽대본 고충이 큰데 '이별이 떠났다'는 쪽대본이 나온 적이 없다고 하더라.
A. 대본을 미리미리 내드렸다. 쪽대본은 작가가 반성을 해야 하는 부분이다. 작가 하나로 인해서 100명 넘는 스태프들이 고생을 해선 안 된다. 어떻게 보면 작가로서의 책임감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도 미리미리 스케줄을 잡을 수 있게 제때 작품을 내놓는 게 작가로서 첫 번째 예술이지 않나 싶다. 내 예술로 하여금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게 할 순 없다.
Q. 매일 집필은 어떻게 하고 있나.
A. 집필 시간은 하루에 4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아이와 시간을 함께 보내기 위해서는 4시간 안에 치열하게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Q. 왜 소설가가 되려 했나.
A. 엄마를 찾고 싶었다. 엄마를 찾기 위해 유명해지고 싶었다. 그런 생각이 나를 소설가로 만들었다. 문학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고 문예창작과를 나온 것도 아니었다. 국문과 출신 충에 유명 작가가 많지 않더라. 누군가로부터 글을 배우게 되면 창조자와 비슷한 사람이 되고 작품은 아류작 밖에 되지 않는다. 나만의 글을 쓰기 위해 아름답게 쓰기 보다 간단하게, 무조건 끊어서 글을 쓰려고 했다.
Q. 소재원 작가의 글이 영화화가 많이 되는 이유는 뭘까.
A. 저는 글을 굉장히 잘 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보다 잘 쓰는 분들이 많다. 저한테 가장 큰 능력은 공감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엄청 높은 사람 얘길 쓰지도 않고 그저 우리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쓴다. 기발한 상상력은 없다. 그저 위로 받을 수 있는 작품을 쓰려고 한다.
Q. 소재원 작가의 글은 치우침이 없이 장르와 소재가 정말 다양하다.
A. 관심사가 두루 많기도 한데 작가는 한곳에 치우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럼 발전이 없다. SF도 쓸 줄 알아야 하고 판타지, 로맨스, 사회적 문제, 르포 등 다 쓸 수 있어야 작가라는 칭호가 어울리지 않을까. 어느 한 곳에 치우치면 대중과 융합을 못한다. 언젠가 그 소재는 대중과 멀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는 어느 소재, 어느 장르에서든 유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10주년을 통해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것은.
A. 비현실적인데 20주년이 되기 전에 노벨문학상을 한 번 타보고 싶다. (웃음) 엄청난 작품들이 가는 곳이라 안 된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목표를 높게 잡고 싶다. 사실 태어나서 상을 타본 적이 없다. 신문학 작가도, 장르문학 작가도 아니라 어중간해서 상이란 걸 받아본 적이 없더라. 상을 한 번이라도 크게 타보는 게 목표라면 목표다. (웃음)
[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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