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대군' 주상욱 "명분 있는 악역 만들려 노력, '인생캐' 칭찬 감사"
-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지난 6일 종영한 TV조선 주말드라마 '대군-사랑을 그리다'(극본 조현경, 연출 김정민, 이하 '대군')에는 두 왕자가 등장한다. 누구나 왕의 재목으로 꼽는 은성대군(이휘, 윤시윤 분)과 왕좌에 야망을 드러내는 진양대군(이강, 주상욱 분). 은성대군이 끊임없이 스스로 왕의 재목이 아님을 보여주려 했다면, 진양대군은 계속해서 왕위에 도전하는 야망 가득한 인물이었다. 두 남자의 치열한 대결은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힘이었다.
'대군' 속 이강은 갈등을 조장하는 인물이었지만, 단순한 악인은 아니었다. 세자위는 형에게, 부모님의 사랑은 동생에게 우선으로 준 채 '만년 2인자'였던 그에겐 질투의 감정이 생겼고, 이는 분노로 변했다. 결국 이강은 왕위를 탐하기 이른다. 못된 짓을 하지만 이유가 있어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캐릭터. 악역 이강이 어느 정도 공감을 얻을 수 있었던 데에는 대본과 더불어 배우 주상욱의 힘이 컸다. 주상욱은 다양한 결의 연기로 이강을 평면적이지 않게 빚어냈다. 덕분에 이강은 분노와 짠함을 동시에 유발하며 극 마지막까지 여운을 남겼다.
주상욱 본인에게도 '대군'은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 감정의 진폭이 큰 연기부터 액션신까지 다양한 연기를 마음껏 할 수 있었거니와, 시청자들에게도 '인생캐'라는 칭찬을 얻은 덕분. 더군다나 드라마 성적까지 좋아 작품을 하면서 정말 행복했다고. 자신의 필모그래피 중 '대군'이 다섯 손가락 안에 들 것이라며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듬뿍 쏟아내던 주상욱을 최근 뉴스1이 만났다.
Q. '대군'이 호평 속에 종영했다. 시청률 5%가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나.
"5%를 넘을 줄은 진짜 몰랐다. 사실 말도 안 되는 수치라고 생각했다. 요즘은 지상파에서도 시청률이 잘 나오는 게 쉽지 않으니까… 그래서 크게 기대 안 했는데 마지막회가 5%를 넘어서 깜짝 놀랐다. 처음에 자신감 넘치게 말했지만 그게 말로만 그런 거다. 4% 대를 생각했는데 이렇게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시청률 공약을 이행한 것도 처음이다. 너무 감사하다."
Q. 시청률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그럼에도 '대군'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
"캐릭터 때문이다. 이강이 나중에 왕이 될 거라고 해서 끌린 것도 있고.(웃음) 이휘와 이강을 놓고 봤을 때 내겐 강이 더 신선하게 느껴지더라. 기존 사극에서 왕이라고 하면 느껴지는 이미지가 있는데, 강은 악역이어서 신선했다. 처음에 감독님, 작가님께 '단순한 악역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명분 있는 악역을 만들려고 노력했는데 어느 정도 성공한 듯하다."
Q. '대군' 이강이 배우 주상욱의 '인생캐'라는 평가가 많다.
"그런 평가는 너무 기분 좋고 감사하다. 사실 '자이언트' 조민우도 나쁜 짓을 많이 하는 악역이었는데, 그때는 조필연의 악행에 워낙 포커스가 맞춰지다 보니까 약간 감춰진 게 있다. 조민우의 멜로도 있었고. '대군'에서는 눈에 띄게 나쁜 짓을 하는 악역이라서 더 주목받은 것 같다."
Q. 아내 차예련은 '대군'을 보고 뭐라고 하던가.
"재미있게 보더라. 스케줄이 맞아서 몇 회 빼고는 '대군'을 같이 봤는데 드라마를 몰입해서 본다. 나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는 것 같고, 주관적으로 또 시청자의 입장에서 조언을 많이 해줬다. 아내가 응원을 많이 해줬다."
Q. '대군'에서도 비록 짝사랑이었지만 로맨스가 있었다. 성자현을 짝사랑하고 집착하는 역할이었는데.
"짝사랑하는 역할이 처음이었다. 상대를 뺏겨도 어느 정도 연애를 하다가 다른 사람에게 갔는데, 이번에는 정말 혼자 바라보기만 했다. 내겐 신선했는데 시청자들도 그렇지 않았을까. 불쌍해 보여서 어느 정도 동정표를 얻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으로는 집착하는 사랑을 해본 적이 없어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이강을 연기하는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갔다. 집착과 짝사랑 사이 경계를 고민하면서 연기했다.
Q. 실제로는 아내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지 않나. 현실과 연기 사이 괴리감은 없었나.
"나는 현실과 연기를 정확하게 구분 짓는 스타일이다. '컷' 하면 후유증 없이 현실로 돌아왔다."
Q. '대군' 이강은 항상 자신을 증명하려고 했던 인물이다. 배우 주상욱에게도 그런 시기가 있었을까.
"그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쪽 일을 하면서 꼭 연기할 때가 아니더라도 '내가 어떤 사람이다'라는 걸 계속 어필한다. 인터뷰를 할 때도, 예능을 할 때도 늘 솔직하려고 한다. 나를 더 알아봐 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
Q. 어쨌든 이강은 시청자들에게 악역이지 않나. 그가 미쳐버릴 수밖에 없는 이유를 강의 입장에서 대변한다면.
"내가 얘기하면 정말 비겁한 변명이 될 수 있지만 각자 입장이 있으니까. 강은 '왜 내게만 사랑을 주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컸다. 어릴 때부터 외면받은 것에서부터 시작된 분노였던 것 같다. 부모님의 사랑을 받지 못할 때 사랑을 받는 동생을 보면서 질투와 분노가 생기지 않았을까. 그런데 너무한 부분은 있다. 실제 나라면 그렇게까지는 안 했을 거다. 어느 정도 드라마틱한 요소가 가미되긴 했다."
Q. 본인은 실제로 다른 사람을 질투한 적이 없나.
"나도 사람인지라… 당연히 있었다. 한창 그랬던 시기가 있었는데 나이가 들수록 그런 감정들이 내게 마이너스인 것 같더라.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듯하다. 지금이 좋다."
Q. '대군'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액션신을 하면서 체력적인 부담은 없었나.
"일단 마음에 드는 장면은 많다. 초반에 말을 타고 사냥을 하는 장면은 촬영을 하면서 너무 재밌었고, 화면으로 볼 때 성취감도 들었다. 또 후반부에 이강이 거의 미쳐갈 때 찍은 모든 장면들도 기억에 난다.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판을 잘 깔아주셔서 미친놈처럼 소리를 지르고 연기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액션신은 크게 힘들지 않았다."
Q. '대군'을 하면서 아쉬운 점도 있었을까.
"드라마에 대한 아쉬움이 아닌 개인적인 아쉬움은 있었다. 내가 이강이라는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있어 생긴 아쉬움이 아닐까 한다. 지나고 보니 '왜 저렇게 연기했을까,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드는 거다. 이런 '과정에 대한 아쉬움'이 아닐까 싶다."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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