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의 시선] 진짜 '현실 멜로'…왜 안판석 '예쁜 누나'는 특별할까

JTBC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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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시청자가 드라마의 공기를 느끼는 것만으로는 연출자가 누구인지 단번에 파악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감독이 개인의 예술적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영화와 달리, '작가놀음'이라는 드라마는 대개 관습적인 문법으로 연출되기 때문에 PD의 개인적인 색깔이 비교적 도드라지지 않는 영역으로 분류된다. 그래서 대사 톤이나 화면의 느낌만으로 연출자를 단번에 알아채는 경우가 드문데, 안판석 PD는 예외적이다. 절제된 사운드에 조명을 최소화 한 장면들까지, 비단 화면에 드러나는 감독 개인의 미적 스타일이 뚜렷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연출 스타일을 만드는 어떤 기조가 안판석 PD의 드라마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보편성'과 '리얼리티'로 통용되는 그 기조는 대중의 큰 사랑을 받는, 분명 한국 드라마계에서 유일한 단 하나의 '현실 멜로'를 성공시켰다. 그리고 안판석 PD는 다시 한 번 '작가주의 PD'로서 진가를 새삼 인정받게 됐다.

종영까지 3회 만을 남겨두고 있는 JTBC 금토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극본 김은 / 연출 안판석 / 이하 예쁜 누나)는 남녀주인공의 리얼한 연애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전무후무한 '현실 멜로물'이다. '예쁜 누나'는 윤진아(손예진 분)와 서준희(정해인 분)의 연애 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간의 관계와 갈등까지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호평받았고 6회와 9회가 6.2%(닐슨코리아, 전국유료방송가구 기준)의 자체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 최고 시청률은 6%대이지만 체감하는 화제성은 남다르다. 주인공인 배우 정해인은 광고주들이 탐내는 대세 스타 반열에 올라섰다. 드라마의 제목을 인용한 유행어들이 나왔고 패러디 개그와 예능도 잇따라 인기를 끌었다. 방송 초반 '예쁜 누나'의 로그라인만 보고 드라마가 다소 심심할 수 있겠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이 같은 화제성은 기대 이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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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도 '예쁜 누나'의 남다른 화제성과 작품성에 대한 호평은 안판석 PD 연출 덕분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주인공 윤진아 역의 손예진은 최근 기자간담회 당시, 그간 자신이 숱하게 멜로 장르의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했지만 '예쁜 누나'가 더 특별할 수 있는 이유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내용'이 있기 때문이고 이를 연출한 안판석 PD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정해인과 연애 부분에서도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실제 연애를 훔쳐 보는 것 같다고 해주시는 것도 감독님의 연출 덕인 것 같다. 배우로서 연기로 최대한 사랑을 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비롯해 현실 연애까지 보여드린다"면서 "이는 다른 작품에서도 나오기도 하는데 감독님이 어떤 포인트에서 보여주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고 밝힌 것.

이에 안판석 PD에게 연출 노하우와 관련한 질문이 이어졌지만 안PD는 '인간의 보편성'에 기대어 연출했을 뿐이라며 특별한 노하우는 전혀 없다는 겸손한 답을 전했다. 그는 "드라마를 만들 때 '요즘 뭐가 먹히지? 요즘 뭐를 좋아하지?'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면서 "나 또한 하나의 방식으로 인생을 살아오면서 내가 관심을 갖고 재밌어 하는 게 무엇인가 생각하며 메모를 할 때가 있다. 그걸 하나씩 꺼내서 작품에 녹여낸다"고 말했고, "인간은 다 똑같은 것 같다. 내 생각과 고민, 과거의 매력적인 기억들 모두 보편성이 있다는 믿음이 있다. 인간이 보편적이라고 생각하고 그 보편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드라마를 연출한다. 그게 유효했고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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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티도 그의 연출 색깔을 대표한다. 대표작인 '하얀거탑'부터 '아내의 자격' '밀회' '풍문으로 들었소'까지, 드라마는 각 인물들의 세밀한 감정선으로 치밀하게 설득력을 갖춘다. 사건과 에피소드로 빼곡한 서사를 갖추기 보다 감정선으로 여백을 메우고 시청자들에게 현실적인 체험을 선사하는 방식이다. 안판석 PD의 드라마 속 리얼리티는 그렇게 각 인물들의 디테일한 감정선을 바탕으로 획득된다. 그래서 감정선을 그리는 배우들의 연기 또한 중요해진다. PD가 던진 상황에서 자유롭게 연기를 하는 방식도 여타 드라마 현장과는 다른 방식이기도 하다. '예쁜 누나' 역시도 '밀회' '풍문으로 들었소'와 같이 드라마틱한 컷을 최대한 배제한, 인물간의 대화와 호흡만으로 긴장감이 감도는 롱테이크 신으로 채워졌고 이에 몰입도는 더욱 높아졌다.

손예진 역시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안판석 PD의 현장이 이전 드라마 현장과 확실히 달랐다고 했다. 그는 "보통 멜로 드라마나 영화를 찍을 때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생각하는 신에서 만들어지는 연기를 하곤 했다. 이를 테면 예쁜 장소에서 이런 대사를 하고 이런 눈빛으로 쳐다보는 연기를 하지 않나. 키스신도 '무슨 키스'라고 정형화돼 있곤 하는데 '예쁜 누나'는 예쁘게 꾸미는 것이 아니라 날 것 그대로의 대사와 현실적인 연애에서 하는 행동들을 보여주는 것 같다"며 "감독님은 배우들이 몸을 많이 써서 공간을 활용하라 하셨다. 다큐멘터리인지 드라마인지 모르는 리얼함을 추구하신 것 같다. 이전에는 어느 정도 짜여진 틀에서 연기했다면 지금은 정말 마음껏 자유롭게 연기하고 제약이 없어서 즐겁다"고 털어놨다.

장소연, 오만석, 길해연, 오륭, 주민경, 이화룡, 김종태 등 기존 드라마에서 익숙지 않은 얼굴과 생활 연기가 뛰어난 배우를 기용한다는 점도 여타 드라마와는 차별화 되는 부분. 하지만 결과적으로 안판석 PD의 드라마에 매료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보편성과 리얼리티에 최대한 다가가려는 노력에 있었다. '예쁜 누나'가 드라마틱한 타 작품에 비해 지나치게 일상적이지만 현실적인 드라마에 목말랐던 시청자들의 갈증을 채울 수 있었던 이유다. 안판석 PD는 "이 작품에 별다른 사건이 없는데 흥미로울 수 있을까라는 우려도 있지만 이 우린 사실 전화 한 통에도 하루종일 마음을 졸이며 살 때가 많다"며 "등장인물에게 시청자가 공감하면 성공하는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실패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실성에 기반한 각 인물이 시청자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예쁜 누나'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셈. "드라마를 끝까지 보고나면 시청자들이 진짜 제대로 된 연애를 한번 한 것처럼 영혼이 뒤흔들렸으면 좋겠다"는 안PD의 바람은 일찍이, 그리고 반드시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

aluemch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