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③] 김아중 "열애설 없는 이유? 연애 정말 안 해"
- 장아름 기자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인터뷰②에 이어서.
배우 김아중은 tvN 드라마 '명불허전'을 떠나보내며 "허임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줬다"고 말했다. 그 고백만큼 작품과 캐릭터에 끝까지 애정을 갖고 '명불허전'과 4개월이라는 시간을 함께 해왔을 것이라 짐작됐다. 김아중이 '명불허전'에서 맡은 역할은 신혜병원 흉부외과 의사 최연경 역이었다. 최연경은 의사로서 실력은 출중하나 차가운 외면 속에 마음의 상처와 비밀을 품은 인물. 우연하게 클럽 앞에서 조선에서 온 한의사 허임(김남길 분)을 만나게 되고, 그와 점차 같은 의사로서 동료의식을 나누게 된다. 동료로서의 애틋한 감정은 어느새 연인으로서의 사랑으로 변해갔고, 그 과정에서 최연경은 과거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환자를 진정으로 아끼는 의사로서도 성장하게 된다.
김아중이 '장르퀸'이라는 수식어를 얻게 된 계기는, 드라마 '싸인'과 '펀치' '원티드'를 거치면서부터였다. 이번에도 '명불허전'의 메디컬, 멜로, 판타지 등 복합장르를 소화하면서 장르퀸의 진가를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싸인'의 법의학자, '펀치'의 검사를 연기할 당시에도 그랬듯 실제로 의사들을 만나본 후 캐릭터에 임했고 그 과정은 의사로서 최연경이라는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남기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분들이 삶에서 어떤 마음으로 일을 하고, 실제 어떻게 일을 하는지 배우로서 양심상 직접 관찰해봐야 하는 것 같다"는 말은 연기에 대한 진정성이 얼만큼 중요한지 실감하게 했다. "14년차 배우임에도 여전히 카메라 울렁증이 있다"는 의외의 고백도 매번 쉽지 않은 과정을 넘어 지금의 수식어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 헤아리게 했다.
Q. 김아중은 휴식 기간을 어떻게 보내는 편인가.
A.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나 역시도 평범하게 보낸다. 사실 일 외에는 열심히 하는 게 하나도 없다. 일에 대한 애정이 너무 높다.
Q. 연애도 꾸준히 해왔는지.
A. 연애? (웃음) 저는 정말 안 했다. 사실 못한 거다. 일 때문이냐고? 연애를 일 한다고 못하나. 그냥 못했다. (웃음) 열애설이 하나도 없어서 신기하다고 하시는데 연애를 한 적이 없으니까 스캔들이 없었다. 떳떳하고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다.
Q. 지난 2004년에 데뷔해서 올해 벌써 13~14년차 배우가 됐다. 본인의 배우 생활을 돌아봤을 때 어떻게 자평하나.
A. 그간 출연해온 작품들을 보면 그 어느 하나 내 선택이 아닌 것이 없었다. 누구의 추천으로 라기 보다는 오로지 다 내 선택으로 출연한 작품들이었다. 결과가 안 좋았을 때도 좋았을 때도 내 스스로가 선택했기 때문에 성장도 할 수 있었고, 스스로 선택해서 결과에 대한 깨달음도 더 컸다. 나답게 내 길을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활동 기간에 비해 작품 수가 많지 않고 여러 작품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지만 그건 성격 탓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설사 결과가 좋지 않아도 방향이 잘못된 것 같진 않다.
Q. 작품을 고를 때 매우 신중한 편인가보다.
A. 사실 그렇지도 않다. 되게 신중할 것 같지만 사실 출연 이유는 굉장히 심플하다. '작품이 하고자 하는 얘기를 잘 하고 있나' 그게 보이면 고(Go)다. 전신성형녀부터 애엄마까지, 멜로도 없는 캐릭터도 해봤는데 모두 여배우들이 쉽게 선택하는 캐릭터는 아니었다. 그래서 저는 여러가지를 보진 않고 그저 '재미있나?'를 보는 것인데 다른 분들이 보시기엔 많이 신중해 보이나보더라.
Q. '명불허전'에 출연하면서 '드라마가 오락적으로만 소비돼서 아무 것도 남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전 필모그래피를 보면 사회적인 메시지가 강했던 작품에도 많이 출연했는데, 메시지가 꼭 강한 작품을 선호하는 편인 것인가.
A. 이전 작품에 출연했을 때 사회적인 메시지가 강해서 출연한 것은 아니었다. 스릴러나 장르물에서는 사회적인 시선이나 의식을 작가 입장에서 더 담을 수밖에 없는 특성이 있다. 하고자 하는 얘기와 주제의식이 명확해야 작품이 흔들리지 않는다. 그래야 이걸 만들어가면서, 만들어가는 사람도 흔들리지 않는 거다. 그게 없으면 우리 모두 어디로 갈지 모른다. 사실 코미디를 위한 코미디는 없다. '내가 웃길거야'라고 작정하고 연기하면 진정성은 없어지고 웃기려는 행위만 남을 뿐이다. 특정 행위를 하면서 웃기는 게 덤이 돼야지, 배우는 웃기는 게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 무조건 주제의식을 무겁게 갖고 갈 필요는 없지만 시청자들과 관객들이 적어도 뭘 봤는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닌가. '재미있었는데 내가 뭘 봤지?'라고 할 때가 종종 있는데 그때마다 너무 허무하더라.
Q. 배우로서 뚜렷한 신념과 생각은 어디에서 얻게 되나.
A. 사실 책을 많이 읽진 못하지만 늘 읽으려고 노력한다. 이전에 영화 '미녀는 괴로워'를 통해 너무 과한 사랑을 받았는데 그 이후 받는 사랑에 책임을 다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책임져야 할 부분은 많아지는데 연기는 미숙하고 작품 선택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멘붕의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공부를 했었다. 그 이후에 '내가 과연 선택을 똑바로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당시에는 회사도 누구도 내게 먼저 작품을 권하는 사람이 없었다. 들어오는 작품은 많은데 하라는 사람이 없었던 거다. 실패하면 책임져야 하니까. 그래서 그때 나 혼자 '작가들이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쓸까' 싶어서 좋은 텍스트를 많이 읽어보려 했다.
Q. 지금 현 연예계에서 어떤 여성 배우의 길을 가고 싶나.
A. 사실 롤모델이 특별히 없다. 너무 좋아하는 배우는 줄리안 무어다. 메릴 스트립은 누구나 좋아한다. 나문희 선배님 같은 배우가 되면 너무 좋겠다. 어떤 나이 대든 내가 어떤 역할이든 잘할 수 있는 배우가 되면 좋겠다 싶다.
Q. 데뷔 당시의 목표와 지금의 목표가 크게 다른 편인가.
A. 그때도 좋은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었다. 다만 지금은, 그때보다 표현을 좀 더 구체적으로 할 수 있다. 좋은 배우가 포괄적인 의미니까. 이제는 좀 더 사람들한테 믿음을 줄 수 있고 대중들이 내 작품을 볼만하다고 했으면 좋겠다. 70~80세가 돼도 제 몫을 다하는,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배우가 되고 싶다.
Q. 그런 목표에 얼만큼 온 것 같나. 새로운 연기에 계속 도전하는 원동력은.
A. 아직도 출발점에서 못 벗어난 것 같다. 그냥 계속 어떤 시작 과정 중에 있는 것 같다.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같은 건 정말 잘 하고 싶은 마음 그거 하나인 것 같다. 작품 안에서 존재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건 목표나 계획이 아니라 그냥 본능 같은 거다. 배고픈 거랑 똑같은 거다.
Q. 여자 배우로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고충이 있나. 배우가 된 것을 후회한 적은 없었는지.
A. 배우가 된 걸 후회한 적은 없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은 있었다. 나는 정말 순수하게 배우가 되고 싶었는데 그러기엔 책임져야 할 것이 많았고 짊어지고 가야 할 것들이 많구나 싶었던 적이 있었다.
여자 배우로서도 한계를 느낄 때도 있었다. '명불허전' 전에 하고자 했던 영화가 두 세작품이 있었다. 그런데 여자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은 흥행하기 어렵다고 하더라. 투자가 여의치 않았다. 계속 기다리다가 '명불허전'을 만나게 됐다. 시간과 마음을 들였던 작품들이 여자가 주인공이라는 이유로 제작 진행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 건 분명 한계인 것 같다. '내러티브가 약하다, 참신한 기획을 더 붙여라'는 등의 구체적인 솔루션을 주면 좋겠는데 '단순히 여자 작품은 지금은 시기가 아니다, 투자하기 어렵다'고 하니까 정말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Q. 끝으로 '명불허전'을 사랑해준 시청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A. '명불허전'에 애정을 갖고 시청해주셔서 배우로서도 너무 좋고 감사드린다. 드라마 전체에 대한 평도 그렇고 배우 각자 개인에 대한 평도 나쁜 것이 없었다. 물론 아쉽거나 허술한 지점이 있었겠지만 그마저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또 감독님께도 감사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홍종찬 감독님이 정말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정말 좋은 연출을 보여주셨다. 좋은 사람이 연출하는 좋은 연출을 보여주셔서 너무 좋았다. 전작인 '디어 마이 프렌즈'도 좋았고 '명불허전'도 너무 좋았지만 앞으로의 작품이 더 좋을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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