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시그널'②]이제훈, 이제 오므라이스에 케첩 뿌려먹어요

(서울=뉴스1스타) 명희숙 기자 = '시그널'에 짠내 안 나는 캐릭터가 있을까. 모두가 애달픈 사연을 가슴에 품고 있지만 이제훈의 그려내는 박해영의 서사는 유독 가슴 아프다.

박해영은 어린 시절 형 선우(찬희 분)의 자살을 지켜볼 수밖에 없던 상처를 품고 있다. 선우가 인주사건의 주동자로 몰렸고, 돈과 든든한 뒷배경이 없었기 때문에 모함받고 법정에 서기까지 박해영은 억울함조차 제대로 호소하지 못했다.

배우 이제훈이 '시그널'에 출연 중이다. ⓒ News1star/ tvN '시그널' 캡처

이로 인해 박해영은 경찰에 대한 불신과 증오를 가지고 됐고, 또 힘을 가지기 위해 경찰이자 프로파일러가 됐다. 이후 이재한(조진웅 분)과 무전을 하면서 미제사건을 해결했고, 점차 인주 여고생 성폭행 사건의 진실에까지 다가설 수 있었다.

박해영이 과거 인주사건을 수사하다 죽음을 맞이한 이재한과 무전을 하게 된 것은 필연이자 운명. 이재한은 선우의 무죄를 주장했지만 권력 앞에 가로막혀 진실을 해명할 수 없었고, 어린 박해영을 몰래 뒤에서 지켜봐야만 했다.

이재한은 박해영이 좋아하는 오므라이스라도 실컷 먹을 수 있도록 식당에 몰래 부탁을 했고, 그렇게 박해영은 죽은 이재한이 사준 오므라이스를 먹으면서 지금의 박해영으로 자랐다. 식당 오므라이스에는 따뜻한 온기가 있었지만 케첩까지 신경 쓸 만큼의 배려는 없다.

이제훈이 그려냈던 박해영은 그렇게 자랐기 때문에 누구보다 사건에 감정적으로 몰입하고 해결에 망설임 없이 몸을 던지는 프로파일러로 자랐다.

작은 소품 하나로 인물의 서사를 그려내고, 그 안에 담긴 감정까지도 미루어 짐작하게 하는 게 '시그널'이 추구했던 디테일의 힘이다. 박해영이 바뀐 과거-이어지는 현재를 통해 따뜻하고 케첩까지 가득 뿌려진 오므라이스를 먹으며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

reddgreen3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