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공책]'파일:4022일의 사육', 설정만큼 전개도 기괴했더라면

'파일:4022일의 사육' 리뷰

(서울=뉴스1스타) 유수경 기자 = 지난 해 일본 열도를 뒤흔든 사건이 있다. 한 중년 남성이 초등학생 여자아이를 납치해 감금한 뒤 '인간 사육'을 시도한 것. 그는 경찰조사에서 "소녀를 내 취향대로 키워 결혼을 하고 싶었다"고 밝혀 주변을 경악케 했다. 이러한 현실판이 아니더라도, 그간 다양한 작품에서 '인간 사육' 소재는 다뤄져왔다.

개봉을 앞둔 영화 '파일:4022일의 사육'(감독 박용집) 또한 제목과 포스터 이미지에서 인간 사육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왜, 누가 소녀를 납치했으며 이 여인이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명확하게 표현돼야만 영화가 정당화될 수 있다.

'파일'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 News1star/ '파일' 포스터

극중 사회부 기자가 된 수경(강별 분)은 11년 전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친구 미수(하연주 분)와 우연한 기회에 재회한다. 실종 신고를 하고 애타게 찾아헤맸던 친구가 눈앞에 나타나자 수경은 믿을 수 없이 감격한다. 하지만 미수는 예전의 활달한 모습을 완전히 지운 채 소심하고 조심스럽게 변해있다. 그리고 그녀 곁엔 연인 한동민 박사(이종혁 분)가 있다.

여기에서 영화가 타작품들과 차별성을 두려 노력한 점을 읽을 수 있다. 보통은 성적이고 변태적인 욕구에 의해 이런 극악무도한 짓을 벌인다면, '파일:4022일의 사육' 속 남주인공은 연구를 위해 사람을 사육한다는 점이 조금 다르다. 과학의 맹신이 낳은 폐해에 대해서도 건드리고 있는 것이다.

한동민 박사는 미수를 11년간 감금해놓고 후천적인 자극과 환경의 변화에 따라 사람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관찰한다. 미수의 행동에 따라 당근과 채찍 요법을 번갈아 사용하고, 자신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불안감을 주입시킨다. 뿐만 아니라 미수가 머무는 특수한 공간은 외부의 자극이 차단돼 그의 얼굴에서는 세월의 흔적을 읽을 수 없다. 이는 수경이 미수를 향해 "하나도 늙지 않았다"고 놀라워하는 장면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쉽지 않은 설정 속에서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이야기를 끌어나간 것은 참신했다. 그러나 스토리 자체의 논리가 빈약한 때문인지, 편집 과정의 문제인지 중반 이후 엉성한 전개로 빈틈을 많이 노출해 아쉬움이 남는다. 자신을 구해주길 바라는 미수가 후반부 극단적으로 심리가 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되지 못했고, 친구의 연인으로 믿고 있는 한동민 박사와 난데없이 애정 행각을 펼치는 수경의 마음도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힘들다.

한동민 박사의 극악무도한 모습이 좀 더 강조됐다면, 미수가 이 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좀 더 확실하게 표현됐을 듯 하다. 충격적인 설정에 비해 영화 곳곳에 심어진 장치들이 그다지 잔인하거나 기괴하지 않았다는 점도 오히려 극의 힘을 빠지게 하는 요소였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다. 이종혁은 '아빠 어디가' 속 다정한 아빠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피도 눈물도 없는 연구원으로 완벽 변신해 남다른 연기력을 뽐낸다. 강별 또한 자연스러운 연기로 사회부 기자 역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가장 큰 수확은 하연주다. 그간 사랑스럽고 발랄한 이미지를 보여왔던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180도 다른 분위기의 연기에 도전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겁에 질린 여인의 초점 없는 눈동자나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아리송한 모습이 캐릭터와 잘 맞아 떨어졌다.

독특한 설정과 반전, 배우들의 변신이 주는 재미가 있다. 오는 10일 개봉.

uu8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