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가요제③]축제의 잔해, '무도빠'가 '무도충'이 되는 순간
- 장아름 기자
(서울=뉴스1스포츠) 장아름 기자 = '무도빠'가 '무도충'으로 추락하는 건 한 순간이다. '무한도전'을 너무 사랑해서 '무도빠'라고 불리는 집단은 때때로 프로그램에 대한 과도한 애정 행각 때문에 '무도충'이라는, '무한도전'과 벌레충(蟲)자를 조합한 단어로 불리기도 하는데 종종 비하되는 표현으로 쓰여져 왔다. 이들은 유독 온라인 공론의 장에서 자신들만의 연대를 강조하면서도 '무한도전'에 대한 비판을 가하는 다른 집단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곤 한다. 자신들이 만든 그릇된 도덕적 잣대는 옳고, 다른 이들의 도덕적 잣대는 다른 것이 아닌 틀리다고 주장한다.
지난 13일 저녁 8시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알펜시아 리조트 스키 점프대에서 열린 MBC '무한도전'의 '영동 고속도로 가요제'에 참석한 이들은 열성 넘치는 '무한도전'의 팬들이 대다수였다. 오로지 2시간 가량 진행되는 공연을 보기 위해 폭염에도 불구하고 텐트를 치며 순번을 기다리는 열정을 발휘하는 집단이다. 가요제 전 그런 열정을 발휘하는 이들에게 "유난스럽다"고 말하기도 하고 "대단하다"고 보는 시선도 있었지만,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이 만든 팬심이 참 단단하다고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공연 시작 2시간 전만 해도 질서정연하게 공연장에 들어서는 관객들을 보며 가요제의 10년 넘는 역사만큼이나 국민 축제의 문화적 수준도 함께 향상됐구나 싶었다. 곳곳에 배치된 스태프들을 따라 일제히 줄을 선 채로 차례대로 자리에 배치됐고, 별다른 잡음 없이 공연이 시작될 것 같았지만 자리를 조금씩 당겨 앉거나 이동하는 과정에서 곳곳에 널린 쓰레기들이 눈에 띄고 말았다. 공연 시작 전이기도 했고, 질서 있게 입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끝난 직후 주변 정리 정도는 할 것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
하지만 마지막 공연 순서인 5대천왕(정형돈, 밴드 혁오)의 무대가 미처 끝나기도 전에 관객들은 썰물 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공연 종료 직후 빚어질 교통 대란을 우려했는지 미리부터 빠져나가는 모습이었다.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주변 정리는커녕,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성급하게 자리를 뜨는 모습이 종종 포착되기도 했다. 5대천왕 무대가 끝난 직후 유재석의 클로징 멘트가 이어졌지만 1층 스탠딩석의 절반 이상이 빠져나간 뒤였다. 결국 눈에 더 잘 들어온 것은 빠져 나간 인파가 남긴 쓰레기들이었다.
'무한도전'의 팬 문화는 그 사랑만큼이나 문화 의식이 성숙하진 않은 것 같다. 어쩌면 그 과도한 사랑마저 지나치게 왜곡된 것처럼 비쳐진다. 출연진의 도덕적 결함에 대한 지나친 감싸기로 일부 집단들의 몰매를 맞아왔지만 결여된 문화 의식에 대한 비판 역시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무한도전' 가요제는 최상의 무대와 최고의 무대로 가장 찬란하게 빛났지만 그만큼 성숙하지 못한 팬 의식으로 얼룩진 가요제였다는 결론으로 귀결되는 모양새다.
물론 이 같은 비판이 성급한 일반화일 수 있다. '무한도전'의 골수팬들이 아닐지라도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도 참석했을 것이지만, 그간 '무한도전' 출연진에 들이댔던 엄격한 도덕적 기준을 곱씹어 본다면 '영동 고속도로 가요제'에 함께 했던 이들은 모두 반성의 대상이다. 자신이 즐기고 간 시간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지지 못하면서 출연진에게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진 않았는지, 자신이 '무도빠'까진 아니라고 규정하는 모든 이들이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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