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리 "연민정의 유일한 지지자, 바로 나"(인터뷰①)
- 명희숙 기자
(서울=뉴스1스포츠) 명희숙 기자 = 살아온 삶부터 가치관까지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을 표현하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누구의 동정도 받지 못할 극악(極惡)을 연기하는 건 더더욱 그러하다. 배우 이유리는 최근 인기리에 종영했던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에서 성공을 위해 부모와 자식, 사랑도 저버리는 여자 연민정을 연기하며 '국민 악녀'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와 많은 것이 달랐던 연민정의 삶을 그려내는 일은 단 한 순간도 쉽지 않았다.
이유리는 최근 뉴스1스포츠와 만난 자리에서 '왔다 장보리' 종영 이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많은 이들이 연민정을 마음에서 내려놓지 못해 덩달아 '왔다 장보리'의 종영이 실감 나지 않는다고 했다.
"드라마가 끝났는데도 여전히 연민정을 기억해주시더라고요. 만나는 분마다 연민정 대사를 해달라고 하거나, 특정 장면을 연기해달라고 하세요. 드라마 등장인물에 불과한 연민정이 많은 분들의 사랑 속에 하나의 캐릭터화 된 것 같아서 기뻐요."
시청률 30%를 훌쩍 넘으며 간만에 대박 드라마의 탄생을 알렸던 '왔다 장보리'에서도 이유리는 유독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극 중 이유리가 악행을 저지를수록 시청률이 뛴다는 농담까지 있을 정도였다.
"처음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는 캐릭터 파악이 잘 안 됐어요. 대본을 받고 연기를 해나가면서 점차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됐죠. 자기가 낳은 자식도 버리고, 천륜을 져버리는 사람이잖아요. 인간이길 포기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저도 연민정의 악행이 이해가 안 될 때가 많았죠."
극악에 가까운 캐릭터를 구현해내는 건 감정적으로나 체력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유리는 연민정으로 사는 동안 마음속에 독기를 품고 버텼다.
"긴장되는 신들이 많다 보니 쳐질 수가 없었어요. 연민정이라는 인물은 누군가에게 밀려서도 안 되고 늘 이겨야하는 싸움을 하는 사람이니까요. 매 순간 지면 끝난다고 생각하면서 버텼어요. 절벽 끝에 서 있는 것처럼. 주어진 캐릭터가 그렇다 보니 남들보다 좀 더 긴장하고 지냈을 뿐이에요. 그렇게 거창하게 연기한 건 아니라 좀 쑥스러워요."
누군가는 더러 연민정이라는 캐릭터가 짠했다고 동정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의 악행에 비난의 돌을 던졌다. 또 많은 시청자들은 연민정이 악행을 멈추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길 바랐다.
"저는 연민정의 유일한 옹호자이자 지지자예요. 아마 유일하게 연민정을 사랑했던 시청자가 아닐까요. 저는 민정이가 짠하고 가슴 아프고 그래요. '왔다 장보리' 동료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면 다들 말도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몰입을 많이 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인터뷰도 조심스러워요. 나쁜 짓을 많이 했던 사람이라 쉽게 편들어서도 안 되니까요."
'왔다 장보리' 속 이유리의 말로는 비참했다. 자신이 가졌던 모든 것을 잃고 결국 엄마 황영희의 품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다녔던 연민정이 좀 더 처참한 최후를 맞길 바랐고, 그 때문에 결말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전 개인적으로 '왔다 장보리' 결말이 마음에 들었어요. 시청자분들은 연민정이 어떻게 망하는지 지켜보겠다는 마음이 크셔서 실망할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저는 다른 드라마들과 다른 결말이 마치 반전처럼 느껴져서 색달랐어요. 덕분에 연민정이라는 캐릭터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어 좋았고요."
이유리는 어느덧 15년 차 배우 경력을 자랑한다. 그는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통해 긴 공백없이 지속적으로 대중들과 소통하며 사랑받아 왔다. 그럼에도 요즘은 '왔다 장보리'를 통해 제2의 전성기가 온 것이 아니냐고 할 만큼 뜨거운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지금 이 시기가 너무 요란하지 않게 지나갔으면 좋겠어요. 그저 연기로 꾸준히 대중들과 만나고 싶어요. 반짝하기 보다는 좋아하는 연기를 오래 했으면 하고 바랄 뿐이에요. 인기라는 건 원래 한순간이잖아요."
이유리는 오늘의 달콤한 인기에 취하기보다 내일을 위한 한 발자국을 준비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배우로 살아왔음에 스타라는 칭호가 어색하고 무거웠다. 화려한 꽃길이 아니더라도 묵묵히 자신의 연기 인생을 헤쳐가고 있는 이유리, 배우로서의 생(生)을 지나가고 있다.
reddgreen3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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