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서 "선한 장보리, 악녀 연민정보다 욕먹는 현실 씁쓸해"

(서울=뉴스1스포츠) 명희숙 기자 = 배우 오연서는 자신에게 내재된 밝음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오햇님이라는 본명처럼 따스하게 때론 뜨겁게 대중 앞에 나섰던 그는 최근 인기리에 종영했던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를 통해 밝고 꿋꿋한 캐릭터 장보리를 연기했다. 선한 사람 장보리를 연기할 수 있어 즐거웠다고 말하는 오연서에게서 이제 배우의 명암(明暗)이 뚜렷해졌음이 느껴졌다.

오연서는 최근 뉴스1스포츠와 만난 자리에서 '왔다 장보리'가 종영한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드라마 종영 이후 여전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고, 함께 연기했던 배우들과도 끊임없이 연락하고 있었다. '왔다 장보리'의 끝을 믿고 싶어 하지 않는 눈치였다.

"늘 즐겁게 촬영했어요. 시청률이 높으니 현장 분위기도 좋았고, 촬영 때마다 많은 분이 구경하러 와주셨어요. 아직 '왔다 장보리'가 끝났다는 실감이 나지 않아요. 작품 끝날 때마다 아쉬운 느낌이 들지만 유독 시원섭섭하네요."

배우 오연서가 최근 뉴스1스포츠와 만나 드라마 종영 이후 진솔한 감정을 털어놨다. ⓒ 월메이드 이엔티

오연서는 극 중 장보리를 연기하며 더없이 선한 모습으로 때론 시청자들에게 답답하다는 비난까지 감수해야 했다. 악녀 연민정에게 매번 당하기만 하는 착해빠진 장보리의 통쾌한 복수를 기다렸던 시청자들에게 매번 한발 물러서는 장보리의 모습은 체증을 유발했다.

"보리가 답답하다는 댓글을 보면 가슴 아팠어요. 왜 보리처럼 착한 아이가 욕을 먹어야 하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보리가 답답할 순 있지만 제가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아요. 요즘 사람들은 극선(極善)을 극악(極惡)보다 싫어하는 것 같아 씁쓸했어요."

'왔다 장보리'는 시청률 30%를 넘으며 많은 사랑을 받았고, 주연 오연서 이외에도 이유리, 성혁, 김지영 등 많은 배우들이 주목을 받았다. 특히 지독한 악녀 연민정을 연기했던 이유리는 올해 대상 후보로까지 거론되며 많은 화제몰이를 했다.

"이유리 언니가 주목받는 게 서운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죠.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우울하기도 했죠. 하지만 이유리 언니의 연기가 시청률 올리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해요. 악행을 저지를수록 시청률이 상승하더라고요. 저 역시 포기하지 않고 보리라는 캐릭터를 열심히 연기했어요."

극선과 극악에 대칭점에 있던 두 여자는 실제로는 더없이 가까운 언니 동생 사이였다. 하지만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하면 격한 감정대립으로 촬영장을 긴장시켰다.

배우 오연서가 최근 뉴스1스포츠와 만나 동료 이유리에 대해 이야기했다. ⓒ 월메이트 이엔티

"이유리 언니는 평상시에 정말 착하고 엉뚱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연기하는 걸 보면 신기해요. 어떻게 저런 악마 같은 모습이 나오는지. 이유리 언니와 연기하면서 몸싸움하는 신이 많아 상처도 많이 나고 멍도 들었었죠. 주로 제가 맞았어요.(웃음)"

오연서는 '넝쿨째 굴러온 당신', '오자룡이 간다' 등 주말극와 일일극을 통해 대중들에게 밝고 친근한 이미지를 쌓아갔다. 20대 여배우로서 트렌디한 작품이 탐났을 법도 하지만 그는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캐릭터와 장르를 영민하게 선택했다.

"트렌디한 작품은 앞으로 많이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 연기 인생에도 순서가 있고 과정이 있다고 생각해요. 일단 연기 실력을 늘리기엔 주말극이나 일일극 같은 장편을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말숙이나 보리처럼 밝은 캐릭터를 연이어 하는 것도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싶어서고요. 무리하게 연기 변신은 하고 싶지 않아요."

대중들은 때론 오연서를 '말숙이', '나공주'로 불렀고, 이제는 자연스럽게 '장보리'라 칭했다. 이름 앞에 배역이 따라다닐수록 대중들은 그를 딸처럼, 손녀처럼 친근하게 품었다.

"식당에 가면 주방에서부터 나오셔서 저를 맞아주세요. 손을 지긋이 잡으며 힘내라고, 왜 그렇게 당하고만 있냐고 걱정해주기도 하고요. 장보리라는 캐릭터가 사랑받는 것 같아서 좋아요. 답답하다는 댓글도 많이 봤지만 실제 어르신 분들은 만나면 많이 좋아해주세요. 드라마 보며 울었다는 분들도 계시고요."

배우 오연서가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 월메이트 이엔티

'왔다 장보리'에서 오연서는 마냥 밝기만 한 장보리를 연기한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낳지 않았지만 친자식처럼 사랑했던 장비단(김지영 분)을 딸로 품으면서 애끓는 모정을 보여줬다.

"처음에는 내 자식도 아닌 비단이를 키운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하지만 점차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 몰입했던 거 같아요. 김지영양이 연기를 잘해줘서 더 감정이입이 잘 됐어요. 내리사랑이라는 말이 정말 맞더라고요. 촬영장에서 지영양을 보면 자꾸 마음이 가고 뭐든지 주고 싶어지더라고요."

잠시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 휴식을 취하고 싶다고 밝힌 오연서는 차기작으로 무겁지 않은 밝은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관상'이나 '도둑들'처럼 작은 역할이라도 기라성같은 선배님들과 연기해보고 싶어요. 무리하게 연기 변신을 하기보단 제가 잘할 수 있는 밝은 역할을 하고 싶어요."

오연서는 자신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솔직함을 꼽았다. 대중들에게 사람냄새가 나는 솔직한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고 밝힌 오연서는 연기 안에 팔딱팔딱 뛰는 날 것의 느낌을 담아내길 원했다. 여러 작품 안에서 밝고 건강한 연기를 했던 그는 어느새 빛과 그림자를 조율하는 성숙한 배우로 거듭나 있었다. 오연서의 미소가 유달리 눈부실 수밖에 없는 이유다.

reddgreen3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