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로그아웃①]왔다 연민정, 그리고 반갑다 갓지상

(서울=뉴스1스포츠) 장아름 기자 = ‘왔다 장보리’로 웃고 울며 분노했던 7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분명 연민정(이유리 분)은 희대의 패륜아였고, 문지상(성혁 분)은 세상 어디에도 없던 슈퍼맨이었다. 드라마는 장보리(오연서 분)의 성장기와 가족을 찾는 과정을 그리고는 있지만, 극 후반부터 연민정과 문지상의 활약상으로 더 큰 기대를 모은 것도 사실이었다. ‘왔다 장보리’는 연민정에 대한 애증과 문지상에 대한 애정으로 승승장구했던 드라마였던 셈이다.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극본 김순옥 / 연출 백호민)가 지난 12일 52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왔다 장보리’는 친딸과 양딸의 뒤바뀐 신분 탓에 극도의 갈등 상황에 놓이게 되는 두 딸과 두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드라마 ‘아내의 유혹’, ‘천사의 유혹’, ‘웃어요, 엄마’, ‘다섯 손가락’ 등으로 시청자들의 인기를 끌었던 김순옥 작가가 대본 집필을 맡았다. ‘보석비빔밥’, ‘욕망의 불꽃’, ‘메이퀸’의 백호민 PD가 연출했다.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가 12일 종영했다. '왔다 장보리'는 배우 이유리와 성혁의 활약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 MBC '왔다 장보리' 캡처

연민정이 악에 받친 인물이 된 이유는 오로지 ‘가난’ 때문이었다. 연민정은 어릴 적 가난이 지긋지긋해 고아로 가장한 후 장수봉(안내상 분)과 인화(김혜옥 분)의 양딸로 들어가게 된다. 부와 명예를 누리기 위해서라면 친엄마를 외면하는 패륜도 서슴지 않는 인물인 것. 대학시절 만나 함께 동거까지 했던 문지상의 아이를 일부러 유산시키려 찜질방에서 땀을 뺐다. 땀을 빼고 배가 고파 밥을 먹다 이내 일부러 토하기까지 하며 비인간적인 악녀의 모습을 톡톡히 보여줬다.

연민정은 선악의 경계선에 모호하게 걸쳐 있는 인물이 아니다. 단순 ‘악인’이다. 때문에 악행을 저지르고 악행이 탄로 날 위기에 처하는 순간은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상승시키는 순간이었다. 장보리가 친부모를 찾는 순간보다 더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위기의 순간을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연민정의 순발력은 시청자들의 분노를 키웠다. 무엇보다 자신을 “땡땡땡”이라고 부르는 친딸 장비단(김지영 분)에게 머리를 쥐어박는 속 좁은 어른의 모습을 보이는 연민정은 단연 밉상이었다.

연민정의 실감나는 캐릭터는 이유리의 확실한 표정 연기가 한몫했다. 제 분을 못 이겨내며 악을 쓰거나 장보리(오연서 분)에게 깐족거리며 썩은 미소를 짓는 얄미운 표정 연기가 일품이다. 극 초반은 가증스러운 표정으로 일관하더니 남편 이재희(오창석 분)가 자신의 악행을 모두 알게 된 후부터는 눈에 눈물을 가득 머금고는 불쌍하고 억울한 척했다. 경찰 조사에서는 모든 것이 짜증난다는 듯 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헝클어뜨리는 모습은 단연 압권이었다.

연민정의 계략을 차단하는 문지상의 활약도 ‘왔다 장보리’의 관전 포인트였다. 문지상은 연민정에게 처참하게 버림받았지만, 이재희의 측근이 되고부터 연민정의 목을 죄는 위협적인 인물로 본격 거듭났다. 그는 연민정보다 한 발 앞서 계획을 추진하고, 장보리를 몰래 돕는 모습으로 일명 ‘갓지상’이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연민정의 계략에 휘말려 목숨까지 위협받는 상황에도 위기를 타개하는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 문지상의 단호한 복수혈전이 드라마의 재미를 더하기도 했다.

12일 마지막 전파를 탄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가 배우 이유리와 성혁의 재발견이라는 큰 수확을 거뒀다. ⓒ MBC ´왔다 장보리´ 캡처

그런 그가 자신의 딸 장비단을 향한 애틋한 부성애를 드러내면서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도 함께 얻었다. 연민정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일 때는 냉정한 면모를 드러내다가도 장비단만 보면 따뜻한 아빠 미소를 짓는 모습이 훈훈함으로 다가왔다. 연민정에게 버림받은 데다가 친딸에게 아빠라고 밝힐 수 없는 문지상의 비극적 상황은 시청자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가중시켰다.

‘왔다 장보리’는 이유리의 연기력을 새삼 재발견하게 하고, 모래 속에 감춰져 있던 성혁이라는 진주를 발굴한 작품이다. 이유리와 성혁의 진가가 빛났던 이유는 이들의 탄탄한 연기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두 배우의 열연이 시청자들에게 큰 즐거움을 안겨줬던 만큼 이들의 다음 행보가 시청자들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aluem_cha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