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쓰레기' 정우 "'응사', 분기점 같은 작품"

"행동·말투 개구진 모습, '쓰레기'와 비슷해"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응답하라 1994'로 큰 인기를 얻은 배우 정우가 최근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가졌다.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유기림 기자 = 자그마치 12년이다. 배우 정우(33)가 대중에게 응답받기까지 걸린 시간이. 2001년 영화 '7인의 새벽' 단역으로 출발한 정우는 2010년 영화 '바람'으로 대종상 신인상을 받았으나 공익근무로 활동을 잠시 쉬어야 했다. 이윽고 지난해 그의 잠재력이 폭발했다. KBS 2TV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에 이어 2012년 찍은 영화 '붉은 가족', 그리고 tvN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와 각종 광고, 화보 촬영까지 정우는 달리고 또 달렸다.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우는 몸살에 걸려 피곤해하면서도 내내 웃으며 인터뷰를 이어갔다. "연기할 때도, 작품 외적으로 사람을 만날 때도 최선을 다해서 진심으로 하려 노력한다는" 정우의 사람 좋은 '쓰레기' 연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응사' 이후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 많이 바쁠 것 같다. 힘들진 않나?

▶'최고다 이순신'에서 바로 '응사'로 넘어가면서 쉴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다. 드라마 중반 이후 광고와 화보 촬영으로 거의 쉬지 못했다. 지난 가을부터 1년 가까이 쉬지 못한 셈이다. 그래도 무척 고마워서 투정도 못하겠다. 찾아주는 데가 많아서 감사하고 정말 좋다. 어딜 가나 (사람들이) 웃으면서 반겨주시니 고맙다. (이 마음을) 설명드릴 방법이 없어서 답답하다.

-'응사'의 '쓰레기' 역으로 캐스팅된 것도, 출연한 것도 신의 한수였다. 어떻게 '응사'에 출연하게 됐나?

▶'응사'는 분기점 같은 작품이다. 지난 1년은 내 자신이 궁지에 몰린 시간이었다. 하고 싶은 작품과 남들이 원하는 캐릭터와 온도가 달랐기 때문이다. 당장 일이 없다고 해서 상업적으로 작품에 다가가는 건 그들에게도, 자신에게도 안 좋은 것 같아서 작품을 기다리고 있었다. '드라마 스페셜-칠성호', '최고다 이순신', '붉은 가족'을 촬영하며 내실을 쌓는 데 중점을 뒀다. '응사'는 내 마음과 제작진의 마음이 맞았던 작품이다. 캐스팅 전 신원호 감독님과 스태프 분들을 만났을 때도 보통은 5분에서 10분 동안 얘기하는데 1시간 동안 재밌게 얘기했다. 전작인 '응답하라 1997'도 매력적이어서 '응사'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무뚝뚝하면서도 귀엽고, 한심하다가도 멋진 '쓰레기' 역할을 선사한 신 PD에게 남다른 마음을 갖고 있을 것 같다. 신 PD는 정우에게 어떤 사람인가?

▶CJ E&M 제작진 분들에게도 감사하지만 배우로서든 나 개인으로서든 신 감독님은 내게 은인이다. 무한 신뢰를 줬던 것을 평생 생각하고 지내야 할 것 같다. 거의 5~6개월 가까이 함께 지내면서 배우인 내게든 인간인 내게든 얼마나 애착이 차 있는지 느껴졌다. 사람 대 사람으로서 선을 그어놓고 대하지 않았다. 감사하다. 호흡도 잘 맞았다. 감독님은 배우에게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라고 하고 궁금한 점에도 알아듣기 쉽게 얘기해줬다. 배우들에게 놀이터를 만들어주고 그 안을 벗어나지 않도록 하면서 방목한다. 멋대로 연기했다. 감독님은 아마 어떤 배우와도 호흡이 잘 맞을 것이다.

얼마전 종영된 드라마 '응답하라 1994'로 큰 인기를 얻은 배우 정우가 최근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가졌다.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신 PD는 지난해 '응사'가 시작되기 전 기자간담회에서 "정우의 자연스러운 '쓰레기' 같은 느낌이 캐릭터와 잘 어울려서 캐스팅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쓰레기'와 본인의 모습이 얼마만큼 닮았나?

▶'쓰레기'의 멋진 부분은 잘 모르겠지만 망가지는 모습은 비슷하다. 그렇다고 '쓰레기'처럼 지저분한 옷을 즐겨 입진 않는다. (웃음) 행동이나 말투가 개구진 모습은 비슷하다. '쓰레기'는 무뚝뚝한 편인데 드라마 속에서 가끔 이일화 선배께 서글서글하게 군다. 그런 모습처럼 실제로 어머니께는 애교가 많은 편이다. 연기하면서 롤모델은 없었다. 내가 '쓰레기'면 어떻게 했을지 이해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하고 서로 웃으면서 촬영했던 것들이 쌓이면서 연기하는 데 힘이 됐다.

-'바람'에서도 발가락으로 휴대전화를 들어올리는 모습을 보며 폭소를 터뜨렸었는데 '응사'에서도 침대에서 퍼질러 자는 모습, TV 앞에서 '양반다리'를 한 채 신나서 다리를 파닥거리는 모습 등 실감나는 생활연기가 또 한 번 빛을 발했다. 생활 연기의 비법이 따로 있나?

▶어렸을 때나 지금 하고 있는 실제 행위를 애드리브로 하거나 개인적인 친구만 알 수 있는 대사를 하면서 즐기면 시청자 분들도 같이 즐거워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 다른 기교보다는 뚝심있게 진심으로 연기하는 '돌직구'가 제일 좋은 것 같다.

-'응사'에서 '쓰레기'로 분한 연기력뿐만 아니라 틈틈이 선보인 근육질 상반신으로 대중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바람'의 고등학생 역할부터 '응사'의 대학생 연기까지 무난하게 소화하면서도 매력적으로 승화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바람'과 '응사'로 대중에게 강력한 눈도장을 찍었으나 이전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코미디가 주를 이루는 것을 제외하고 뚜렷한 색을 찾기 힘들다. 앞으로 어떤 작품들로 이력을 쌓고 싶은가?

▶연기생활 초반에는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연기를 어떻게 해야 잘하는 건지를 몰랐다. 오디션 볼 때 검사받는 느낌이 들어 긴장을 했었다. 긴장하지 않으면 집에서 연습한 걸 보여줄 수 있는데 긴장을 해서 너무 싫었다. 두근거림을 없애려고 오디션을 더 봤다. 그 후 캐스팅되면 작품에 들어갔다. 그러다가 내가 작품을 소화할 자신이 없어서 불편한 건지, 건들거리는 역할이 반복되면서 불편한 건지 헷갈렸다. 그런 갈등을 많이 했는데 서른이 넘어가면서 부딪치고 보자는 방향으로 어느 정도 생각을 정리했다. 앞으로 좋은 대본, 제작진과 함께라면 어떤 장르든 해보고 싶다.

현재 주류, 휴대전화, 피자, 가공식품, 화장품, 의류 등 각종 광고를 휩쓸고 있는 정우는 조만간 차기작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에 정우는 "아무래도 영화쪽이지 않을까"라고 귀띔했다. 그 전에 정우는 오는 2월15일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리는 '응답하라 1994 드라마 콘서트'에 출연한다. 그는 "'응사'와 관련해 팬 분들에게 얼굴을 한 번이라도 비칠 수 있으면 (나간다)"며 팬들의 사랑에 최대한 응답하려는 의지를 밝혔다.

"어떤 배우가 되겠다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정해놓고 가진 않아요. 제가 가수, 개그맨, 배우를 하든 소신을 갖고 일을 하면 차곡차곡 쌓여서 대중이 어떻게 생각해주시는 것 같아요. 내가 어떤 배우라고 얘기하는 건 대중의 몫이겠죠. 사람 정우든 배우 정우든 물 흐르는 대로 지내면서 소신있게 행동하려 합니다."

gir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