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韓, 알래스카 LNG 투자" 일방 발표…팩트시트엔 '추가 검토'(종합)

韓 정부 확정하지 않은 알래스카 LNG·원전 투자 일방 발표
美 11월 중간선거 앞두고 정치적 배경 분석…협의 진통 우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집무실)에서 한국의 대미투자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2026.09.30 ⓒ AFP=뉴스1

(세종·워싱턴=뉴스1) 이정현 기자 이훈철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2000억 달러 규모 대미 전략투자 사업에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와 원전 8기 건설이 포함됐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한미 양국이 공개한 공동 팩트시트에는 알래스카 LNG가 확정된 투자사업이라는 내용이 담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정부가 알래스카 LNG를 여전히 상업적 합리성과 국내법적 요건을 따져 추진 여부를 검토해야 할 사업으로 분류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인 투자액과 사업 일정까지 제시하면서 향후 사업 추진 과정에서 양국 간 투자 조건과 사업 확정 여부 등을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런 '일방 발표'의 배경에는 미국 중간선거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경제적 성과를 강조하는 가운데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대미 투자 패키지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고 보도했다. 알래스카 LNG 사업은 오랜 기간 추진돼 온 지역 숙원사업으로,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내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상징성이 큰 사업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원전 8기·알래스카 LNG 포함"…한국 정부 발표와 차이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한국의 대미 투자계획을 직접 발표하며 "한국 정부가 최대 2000억 달러를 들여 텍사스에 6기가와트(GW)급 발전 시설 등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대형 원자력 발전소 8기와 알래스카 LNG 파이프라인도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도 한국이 미국 에너지 인프라에 2000억 달러에 조금 못 미치는 자금을 투자한다며 원전 8기에 1200억 달러, 알래스카 LNG에 500억 달러 이상, 텍사스 가스발전소에 220억 달러 이상이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발언은 한국 정부가 설명해 온 사업의 확정 수준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한국 정부가 공개한 추진계획에서 대미 전략투자 1호 사업으로 확정한 것은 총 223억 달러 규모의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다. 6472메가와트(MW) 규모로 2029년 1단계 상업운전을 시작해 2032년 전체 가동을 목표로 한다.

반면 원전은 한국형 APR1400 2기와 AP1000 6기 등 총 8기 건설을 위한 협력 프레임워크(기본 틀)를 마련한 단계다. 전체 투자 규모는 최대 1200억 달러지만 개별 원전의 부지와 사업구조, 상업적 조건 등을 확정한 것은 아니다.

알래스카 LNG는 더욱 차이가 크다. 한국 정부는 알래스카 북부의 천연가스를 남부 LNG 수출터미널로 운송하는 사업에 대해 상업적 합리성과 국내법상 조건을 충족하는지를 검토한 뒤 최종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도 미국 측은 알래스카 LNG에 500억 달러가 넘는 투자가 이뤄지는 것처럼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와 한국 정부의 실제 사업 추진 절차 사이에 간극이 발생한 셈이다.

공동 팩트시트는 '3개 프로젝트' 제시…확정 수준은 제각각

한미 양국이 공개한 공동 추진계획(조인트 팩트시트)을 보면 2000억 달러 전략투자는 크게 '프로젝트 스타(Project Star)', '프로젝트 파워(Project Power)', '프로젝트 노스(Project North)' 등 3개 사업으로 구성된다.

프로젝트 스타는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사업으로, 223억 달러를 투입해 6472MW 규모 발전시설을 건설한다. 인근 AI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고 2029년 1단계 상업운전을 시작하는 등 사업 규모와 일정, 투자구조가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정부도 상업적 합리성을 충족한 사업으로 판단해 전략투자 1호 사업으로 '확정'했다.

프로젝트 파워는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를 건설하기 위한 한미 원전 협력 프레임워크다. 한국형 APR1400 2기와 AP1000 6기 건설을 추진하며 최대 1200억 달러가 투입된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이날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이 "가장 큰 규모는 1200억 달러(약 162조 원) 규모의 초대형 원자력 발전소 8기를 건설하는 것"이라며 "오하이오, 테네시, 사우스캐롤라이나, 켄터키 등 미 전역에 원전이 건설될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이는 공동 팩트시트에는 명시되지 않은 내용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내 원전 건설과 투자 확대 성과를 부각하려는 정치적 메시지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러트닉 장관이 한국의 대미 투자 성과를 설명하면서 주별 건설 지역까지 구체적으로 거론한 만큼, 아직 개별 사업의 최종 조건이 확정되지 않은 단계에서 미국 내 유권자들에게 투자와 일자리 창출 효과를 강조하려는 의도가 담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는 러트닉 장관의 발언 배경에 대한 해석인 만큼, 실제 개별 원전 사업의 확정 여부는 향후 부지·일정·상업적 조건과 국내법적 요건 등을 충족한 뒤 내려질 최종 결정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프로젝트 노스인 알래스카 LNG는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사업이다. 약 1300㎞의 가스관과 LNG 수출터미널을 건설하는 구상이지만, 한국 정부는 상업적 합리성과 국내법상 요건이 충족되는 경우 추진 여부를 판단한다는 조건을 유지하고 있다.

사업이 실제 추진될 경우 미국 측은 한국 기업의 참여 여건을 조성하고 장기 LNG 구매계약과 한국의 우선적 접근권 등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는 사업 추진을 전제로 한 지원책일 뿐, 한국의 최종 투자 결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이번 발표의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정치·경제적 성과 차원에서 2000억 달러 투자 패키지를 크게 부각한 반면, 한미 공동 팩트시트와 한국 정부의 설명에서는 사업별로 확정 단계가 명확히 구분돼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 정부가 아직 경제성을 따져야 한다고 밝힌 알래스카 LNG까지 미국 측이 사실상 확정된 투자사업처럼 발표하면서 향후 실제 사업 추진 과정에서 투자 조건과 경제성, 국내 절차를 둘러싼 한미 간 조율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