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韓 성장률 전망 3%대…반도체 호황 쏠림은 '숙제'

ADB 23일 수정전망…반도체 호황에 2.6%서 추가 상향 주목
KDI 상향폭 0.7%p 중 0.6%p 반도체…업황 꺾이면 성장도 흔들

경기 과천시 과천국립과학관 미래상상 SF관에서 웨이퍼가 빛을 반사하고 있다. ⓒ 뉴스1 황기선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국내 주요 기관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3%대로 올라선 가운데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오는 23일 성장률 전망치를 추가로 높일지 주목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7%포인트(p) 높이는 데 반도체와 관련 파급 효과가 기여한 몫만 0.6%P에 달하고, 올해 수출 증가분의 70% 이상도 반도체에서 나왔다.

반도체가 3%대 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은 만큼 향후 업황이 꺾일 경우 우리 경제의 성장세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재정경제부 등에 따르면 ADB는 오는 23일 '9월 아시아경제전망'을 발표하고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한다.

ADB는 지난 4월 1.9%였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7월 2.6%로 0.7%P 높였다. 1분기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와 글로벌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따른 반도체 수출 증가 등을 반영했다.

지난 7월 전망 이후에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과 설비투자가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ADB의 추가 상향 가능성은 커진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7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0%로 높였고 한국은행은 지난달 3.3%, KDI는 3.2%로 각각 상향했다.

ADB 역시 지난 7월 전망에서 글로벌 AI 수요를 한국 경제의 주요 성장동력으로 평가한 만큼 최근까지 이어진 반도체 호황을 반영해 성장률 전망을 3%대로 높여 잡을지가 관심사다. 다만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망 차질 등은 상향 폭을 제한할 변수로 꼽힌다.

성장률 0.7%P 높였는데 0.6%P가 반도체 효과

올해 성장률 전망이 빠르게 높아진 배경에는 반도체 영향이 크다.

KDI는 지난달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3.2%로 0.7%P 높였다. 이 가운데 약 0.6%P가 반도체 자체와 관련 설비투자 등 파급 효과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3.2% 성장 전망에서도 KDI는 절반 이상이 반도체와 관련된 영향으로 분석했다.

수출에서도 반도체 쏠림은 뚜렷하다. 올해 1~8월 전체 수출은 6933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8% 늘었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은 2812억 달러로 169.6% 급증해 전체 수출의 40.6%를 차지했다.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 증가율은 18.0%에 그쳤고 전체 수출 증가액 가운데 약 74%가 반도체에서 발생했다.

KDI 역시 올해 경제가 글로벌 반도체 경기 호황에 주로 힘입어 3.2%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 증가세는 이달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달 1~10일 전체 수출은 350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6% 증가해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출은 165억 달러로 270.1% 급증하면서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7.1%까지 높아졌다. 전체 수출 증가액 가운데 약 76%도 반도체에서 나왔다.

반도체 업황 변화가 전체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도 커졌다.

한은은 글로벌 AI 투자 확대와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강하고 국내 업체의 생산능력 확충이 빨라질 경우 올해 성장률이 기본 전망보다 0.2%P 높아질 수 있지만 AI 투자 증가세가 크게 둔화할 경우 0.1%P 낮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2026.6.16 ⓒ 뉴스1 윤일지 기자
반도체 사이클 이후가 문제…새 먹거리·내수 복원력 키워야

반도체 의존도가 커질수록 글로벌 AI 투자와 메모리 가격 등 대외 여건 변화가 국내 성장률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반도체 호황이 꺾일 경우 이를 대신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수출 경기 변화에도 버틸 수 있는 경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호황이 식었을 때 이후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며 "AI와 빅데이터, 항공우주 등 미래 먹거리 산업 육성을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1990년대 이후 한국 경제의 경기 변동을 이끌어온 게 반도체 사이클"이라며 "올해 성장률이 3%로 조정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그만큼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커진다는 것이기 때문에 변동성 위험도 더 커진다고 볼 수 있다. 경기 변동이 심할 때 이를 잡아주는 복원력을 갖추도록 경제 체질을 구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피지컬AI 등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지만 이들 분야 역시 반도체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경기 변동성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교수는 "모두 AI와 깊은 연관을 업종인 만큼 정부는 수출 경기가 좋거나 나쁘거나 상관없이 내수가 탄탄하게 돌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며 "소득 분배 개선을 통해 내수 안정성을 키우고 복지 확대와 복지 인프라 개선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