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환율 7일째 상승…다시 고개 든 '3고', 물가도 압박

연준 금리 인상에 한미 금리차 1%p…미 국채 10년물 5% 돌파
8월엔 환율이 유가 충격 상쇄…9월에는 완충장치 사라져

18일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만남의광장 휴게소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2026.9.18 ⓒ 뉴스1 박세연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고금리와 고유가, 강달러가 동시에 나타나는 '3고(高)' 현상이 다시 한국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달러·원 환율이 7거래일 연속 오르고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가운데 미국 국채금리도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오르면서 이미 3%대로 올라선 물가에 추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한국은 국제유가 상승에 원화 약세까지 겹치면 원화로 환산한 에너지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물가 압력이 확대되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유가와 환율 상승이 물가를 다시 끌어올리고 금리 부담까지 커질 경우, 기존 '3고'에 물가 상승까지 겹친 '4고'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가 100달러·환율 7일째 상승…외환 수급도 원화 압박

21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18일 달러·원 환율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 거래일보다 1.1원 오른 1383.3원을 기록했다. 달러·원 환율은 이날까지 7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1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3.75~4.00%로 0.25%포인트(p) 올리고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진 영향이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2023년 7월 이후 3년 2개월 만이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18명 가운데 16명이 연내 한 차례 이상 추가 인상을 예상하면서 시장에서는 이번 인상을 새로운 긴축 사이클의 시작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확산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16일 장중 5%를 넘어 2007년 7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후 4.9%대로 내려왔지만 연준의 추가 인상 가능성이 남아 있는 만큼 글로벌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경계감은 이어지고 있다.

국제유가도 배럴당 100달러 선을 웃돌고 있다. 브렌트유는 지난 7월 말 배럴당 90달러 안팎에서 이달 16일 105.8달러로 올랐고, 같은 기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84.7달러에서 102.4달러로 상승했다. 이후 일부 급등분을 반납했지만 여전히 10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은 물가뿐 아니라 환율에도 부담이다.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국내 정유사의 결제용 달러 수요가 늘고, 에너지 수입액 증가로 교역조건과 경상수지 개선세가 약해질 경우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 인상과 한미 금리차 확대까지 겹쳤다. 이번 연준의 인상으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1.00%p로 다시 벌어졌다.

최근 환율 반등에는 대외 변수뿐 아니라 국내 외환 수급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앞서 원화 강세를 이끌었던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관련 자금 유입이 마무리된 데다 국민연금의 환헤지 중단으로 달러 매도 물량이 줄면서 유가와 연준발 충격에 환율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것이다.

오재영·이상범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제유가 상승과 9월 연준의 금리 인상에 이어 추가 금리 인상 기대 등이 달러 강세와 이에 따른 원화 약세로 이어졌다"며 "당분간 유가 상승과 4분기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주목하며 달러와 달러·원 환율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가 다시 확대된 점도 원화 약세 요인이다. KB증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지난 17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13조 원을 순매도했다. 현재 속도가 이어질 경우 이달 전체 순매도 규모는 25조~3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팔아 확보한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면 환율에는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고유가와 미국의 긴축에 외환 수급 악화까지 맞물리면서 원화 약세가 가팔라진 셈이다.

1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등 개장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 대비 0.60원 오른 1382.10원을 기록했다. 2026.9.18 ⓒ 뉴스1 김진환 기자
8월엔 환율이 유가 충격 상쇄…9월에는 완충장치 사라져

문제는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유가가 상승한 상황에서 원화 가치까지 하락하면 국내 경제는 달러 표시 원유가격과 원화 환산 가격 상승을 함께 부담해야 한다.

지난달에는 환율이 유가 충격을 상당 부분 상쇄했다. 8월 월평균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88.75달러로 전월보다 15.6% 올랐지만, 같은 기간 달러·원 평균 환율이 6.1% 하락하면서 원화 기준 수입물가는 전월보다 2.4% 내렸다.

그러나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하면 8월 수입물가는 여전히 15.6% 높은 수준이었다. 이달 들어 유가와 환율이 함께 오르면서 지난달 작동했던 환율 하락의 완충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수입물가 상승은 통상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에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류 가격뿐 아니라 석유화학 제품과 각종 공업제품의 생산비, 운송비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이미 3%대로 올라섰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1% 올랐다. 생활물가는 3.2%,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3.4% 상승했으며 석유류도 14.2% 뛰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7%, 내년을 2.3%로 내다봤다. 중동 상황이 장기 교착 상태로 이어질 경우에는 기본 전망보다 올해 0.1%p, 내년 0.4%p 높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유가와 환율 상승으로 물가 압력이 확대되면 한은의 통화정책에도 부담이 커진다. 공급 측 요인인 국제유가 상승 자체를 기준금리로 억제하기는 어렵지만, 비용 상승이 다른 상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확산하고 기대인플레이션까지 자극하면 추가 인상 필요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올린 데 이어 8월에도 3.00%로 인상했다.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이미 커진 상황에서도 유가와 환율 상승이 물가를 다시 끌어올리면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최근 환율 상승과 '4고' 위험이 구조적으로 고착됐다기보다는 유가·금리 충격과 외환 수급 변화가 겹친 단기 국면에 가깝다는 분석도 나온다. KB증권은 단기적으로 달러·원 환율이 1360~1440원 범위에서 등락하겠지만, 반도체 호황에 따른 무역·경상수지 흑자와 3% 이상의 성장세를 바탕으로 장기적으로는 1200~1300원대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thisriv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