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 재돌파에 정부 가격안정 총력…최고가격제·유류세 연장 검토

중동전쟁 장기화·사우디 송유관 피격에 WTI 102달러…한 달 새 20% 급등
비축유 스와프 지속…사우디 송유관 정상화 지연 땐 대체 원유 확보 지원 확대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 뉴스1 이종수 기자

(세종=뉴스1) 김승준 기자 =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 원유 공급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의 호르무즈 우회 송유관까지 피격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넘어섰다. 이에 정부도 국내 석유제품 가격 안정과 원유 수급 관리 강화에 나섰다.

정부는 비축유 스와프를 이어가는 한편 현재 운영 중인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지속하고, 이달 말 종료되는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의 연장도 검토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국제유가 급등에도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은 안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동발 공급 불안이 국내 석유제품 가격과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정부의 대응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국제유가 한 달 새 20% 급등…WTI 100달러 재돌파

15일 업계에 따르면 14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102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지난달 14일 81~82달러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약 20% 급등한 것이다.

국제유가 상승세에는 중동 정세 불안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이달 10일 사우디아라비아 동부 유전 지역에서 홍해 연안 얀부항으로 원유를 운송하는 핵심 송유관이 피격되면서 공급 차질 우려가 커졌다.

이 송유관은 원유를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고 홍해 쪽으로 운송할 수 있는 대체 수송로 역할을 해왔다. 송유관 가동이 장기간 중단될 경우 중동산 원유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국제유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은 송유관 가동 재개가 수일 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전 세계 원유 공급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국민 여러분께서는 유가에 관한 한 전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며 "휘발유, 경유 등 정제유 가격은 계속 안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원유와 국제 정제유 가격은 폭등 중이지만 국내 정제유는 최고가격제와 수출 물량 통제로 무리 없이 안정적 가격과 공급 물량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부, 원유 수급 긴급 점검…비축유 스와프 지속

산업통상부도 국제유가 급등에 대응해 원유 수급 관리에 나섰다.

산업부는 14일 문신학 차관 주재로 '원유 수급 상황 긴급 점검 회의'를 열고 국제유가 동향과 국내 원유 수급 상황,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의 시한 이후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하기 시작한 지난달 24일부터 비축유 스와프 제도 운용을 재개한 상태다.

비축유 스와프는 정부가 보유한 원유를 정유사에 먼저 빌려주고, 정유사가 해외에서 확보한 대체 원유가 국내에 도착하면 같은 물량을 정부 비축기지에 돌려받는 한시적 맞교환 제도다.

이 제도는 중동 정세 불안이 본격화된 지난 3월 31일 처음 시행돼 6월까지 운영됐다가 국제유가 상승세가 다시 나타나면서 재개됐다.

양기욱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스와프 재개 후 현재는 수요가 많지 않지만 사우디 송유관이 정상화되는 기간에 따라서는 계속해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의 원유 수급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하다. 올해 상반기 국내 원유 수입량 가운데 사우디산 비중은 30.5%에 달했다. 송유관 정상화가 지연될 경우 국내 원유 수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산업부에 따르면 오는 9~10월 원유 확보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수입량의 약 90% 수준이다.

양 실장은 "단기 수급은 확보됐으나 송유관이 정상화되는 시기를 예측할 수 없어 면밀히 관리해야 하는 단계"라며 "대체 확보 원유에 대한 운임 차액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는 정유사가 대체 원유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운임 부담도 지원하고 있다. 기존에는 25% 지원 장기계약분 400만 배럴 이상을 대상으로 했지만, 올해 2분기에는 한시적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해 단기 현물계약 물량 200만 배럴 이상에 대해서는 운임 차액을 전액 지원하는 특례를 적용했다.

문신학 산업통상부 차관이 지난 7월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회의실에서 원유 수급상황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7.13 ⓒ 뉴스1
최고가격제 연장 가닥…유류세 인하도 연장 검토

국내 석유제품 가격 안정을 위한 최고가격제도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지난 3월 13일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도입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국내 정유사의 가격 인상 요인이 커지더라도 정부가 정한 상한 가격을 넘지 않도록 관리하고, 가격 통제에 따른 정유사의 손실을 보전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당초 6개월 운영을 전제로 약 4조 2000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일각에서는 이 예산이 6개월분으로 편성된 만큼 최고가격제가 이달 종료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그러나 산업부는 현재 중동 정세를 고려하면 제도를 종료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양 실장은 "예산이 6개월분으로 잡혀 있어서 일각에서 종료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사실과 다르다"며 "현재 중동 상황상 종료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연장에 대비해 2027년도 정부 예산안에도 1조 5497억 원을 편성한 상태다.

이달 30일 종료 예정인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의 연장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재 휘발유에는 15%,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에는 25%의 유류세 인하율이 적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적용되는 세액은 휘발유가 리터(L)당 698원, 경유 436원, LPG·부탄 152원 수준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현재 물가 관리 측면에서도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넘어선 상황에서 정부로서는 국내 석유제품 가격 안정을 유지하면서도 원유 수급 차질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우디 송유관의 복구 시점과 중동 정세가 향후 정부의 가격·수급 정책 방향을 좌우할 전망이다.

seungjun24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