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외화채 발행 가능성 커졌다…이형일 "외화 조달 다변화해야"
"외화채 등 조달 방안 다변화 필요"…해외투자 '달러 조달 툴' 하나 더
美국채 고금리 시 부담↑…현물환·스와프·외화채 중 '유리한 툴' 선택
- 이강 기자
(세종=뉴스1) 이강 기자 =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가 국민연금의 외화채권 발행 등 외화조달 수단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현물환 매입이나 외환스와프에 더해 별도의 외화조달 수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관련 법안이 이미 국회에 계류 중인 가운데 경제정책 수장 후보자까지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국민연금의 외화채 발행 논의에도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15일 이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에 따르면 그는 "국민연금의 외화조달 부담 및 외환시장의 영향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의 외화채권 발행 등 외화조달 방안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해외주식과 채권 투자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외화 수요가 발생한다. 해외자산을 사들이기 위해서는 원화를 달러 등 외화로 바꾸거나 다른 방식으로 외화를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는 것이다. 다만 국민연금처럼 거래 규모가 큰 기관이 현물환시장에서 대규모로 달러를 매입하면 시장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외환당국과 한국은행은 국민연금과 외환스와프를 운용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현물환시장에서 직접 달러를 사지 않고도 해외투자에 필요한 외화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현재 외환당국과 국민연금 간 외환스와프 한도는 650억 달러다.
외화채 발행은 여기에 또 하나의 조달 수단을 추가하는 개념이다.
국민연금이 해외 채권시장에서 달러 표시 채권을 발행하면 투자자에게서 직접 달러를 조달해 해외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현물환 매입이나 외환스와프에만 의존하지 않고 시장 상황에 따라 외화조달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환율 안정 효과도 있다. 국민연금이 해외에서 직접 달러를 빌리면 국내 현물환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이는 수요가 일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외화조달 수단을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수적인 효과에 가깝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국민연금 입장에서 외화를 어떻게 조달하는 것이 가장 유리한지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을 하나 더 만들어 놓는다는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화조달을 다변화한다는 데 재경부가 반대할 이유는 없다"며 "법 개정이나 구체적인 발행 준비는 복지부와 국민연금에서 판단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외화채 발행을 위한 국회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월 국민연금의 외화채 직접 발행을 허용하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 국민연금법은 기금의 재원에 차입이나 채권 발행을 규정하고 있지 않아 국민연금이 직접 외화채를 발행하려면 별도의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개정안은 외화표시채권 발행 외에도 외화차입과 통화스와프 등 외화조달 수단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법안은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 후보자의 답변은 현재 복지부와 국회에서 논의 중인 외화채 발행 등 조달수단 다변화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힘을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관건은 조달비용이다. 국민연금이 외화채를 발행하면 외화를 직접 조달할 수 있는 대신 채권 이자를 부담해야 하고 만기에는 원금도 상환해야 한다.
특히 미국 국채금리가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경우 달러채 발행 비용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
국민연금이 달러채를 발행할 경우 통상 미 국채금리를 기준으로 발행 주체의 신용도와 만기, 시장 상황 등에 따른 가산금리가 더해진다.
재경부 관계자는 "금리가 계속 상승하면 채권을 발행하는 것보다 보유한 원화를 환전해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이 유리할 수도 있고, 반대로 향후 저금리 상황이 오면 외화채 발행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행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 놓고 시장 상황에 따라 여러 조달수단 가운데 유리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즉 외화채 발행은 기존의 현물환 매입이나 외환스와프를 대체하는 수단이라기보다 국민연금이 활용할 수 있는 추가적인 '툴'에 가깝다.
예컨대 현물환시장에서 달러를 사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다면 기존 방식을 활용할 수 있고, 외환스와프 조건이 유리하면 스와프를 이용할 수 있다. 반대로 해외 금리가 낮아져 외화채 발행 비용이 낮아지면 해외 채권시장에서 직접 외화를 조달하는 방식도 선택할 수 있다.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환율과 금리, 해외투자 규모, 스와프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해 가장 유리한 조달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지는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외화채를 반드시 언제 발행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을 만들어 놓는 것"이라며 "시장 여건에 따라 외화채를 쓸 수도 있고, 기존처럼 원화를 환전하거나 스와프를 활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외화채 발행에는 리스크도 따른다. 외환스와프와 달리 외화채를 발행하면 국민연금이 직접 이자비용과 상환 의무를 부담한다. 시장금리가 높은 시점에 장기 외화채를 발행할 경우 높은 조달비용이 장기간 고정될 가능성도 있다.
외화로 빚을 내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만큼 자산과 부채의 만기와 통화를 어떻게 맞출지도 중요하다. 향후 외화채 만기가 돌아왔을 때 보유한 해외채권이나 주식을 매각해 상환할지, 새로운 채권을 발행해 차환할지 등도 기금운용 차원에서 함께 검토해야 한다.
결국 외화채의 실효성은 '발행할 수 있느냐'보다 '언제, 얼마를, 어떤 조건으로 발행하느냐'에 달려 있다.
외화채를 활용하면 국내 현물환시장의 달러 수요를 일부 줄일 수 있지만, 높은 금리를 감수하면서까지 외화를 조달한다면 국민 노후자금의 수익률 측면에서는 오히려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구체적인 발행 규모와 통화, 만기, 시점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관련 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라며 "발행 규모나 만기 등 구체적인 사안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현재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thisriv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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