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10달러·美국채 5% 육박…반도체 믿던 韓 '복합충격' 경고등

고유가에 AI 투자 둔화 겹칠라...한은 "중복시 단순 합계보다 큰 충격"
회사채 '227조' 쏟아낸 빅테크들, 높은 금리에 투자 줄이면 韓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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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연 5%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고유가와 고금리 파장이 서로 맞물리는 '복합충격' 경고등이 들어왔다.

한국 경제는 글로벌 인공지능(AI) 붐에 따른 반도체 초호황으로 올해 3.3%, 내년 2.9%의 강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에너지 비용 상승과 금융 여건 긴축이 겹쳐 충격이 번질 경우 성장률 눈높이는 올해 3% 내외, 내년 2% 초반대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중동 지역의 3대 전선이 동시에 격화한 최근 열흘 새 배럴당 90.49달러에서 107.63달러로 18.9% 치솟았다.

여기에 미 국채금리 급등이 주요 빅테크 기업의 투자 여력을 제한한다면 AI 붐에 힘입어 고공행진 해온 한국 반도체 수출도 둔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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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공룡들이 찍어낸 '227조'…투자 거두면 韓 수출 먹구름

한국은행이 지난 10일 발간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아마존·MS·구글·메타·오라클 등 AI 하이퍼스케일러 '빅5'의 올해 상반기 회사채 발행 규모는 1691억 5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화로 약 227조 원, 월평균 38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다.

AI 개발에 필수적인 데이터센터·서버 투자가 급격히 불어나면서 빅테크들은 부족한 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상반기 빅5의 설비투자액 대비 회사채 발행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 11.7%에서 올해 상반기 51.3%로 4.4배 뛰었다.

외부 자금 의존도가 커진 만큼 신규 조달·차환 비용 상승은 투자 계획에 더욱 무거운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에 한은은 "향후 AI 투자 흐름이 금융 여건 변화에 더 민감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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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국제 자본시장 긴축으로 AI 투자 속도 조절이 시작되면, 글로벌 반도체 수요와 한국 수출은 당초 기대보다 둔화할 공산이 크다.

한은은 지난달 전망에서 '반도체 비관' 시나리오에 따라 AI 수익화 지연, 차입 비용 확대로 인한 빅테크 투자 둔화를 가정할 때 국내 성장률은 기본 시나리오 대비 올해 0.1%포인트(p), 내년 0.4%p 낮아진다고 밝혔다. 동일한 전제 아래 내년 반도체 수출 물량 증가율은 기본 전망인 10%대 초중반에서 10% 내외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유가, 지금보다 20% 낮게 유지돼야 8월 전망의 '기본 전제'

브렌트유 평균 가격이 하반기 95달러, 내년 85달러를 기록하는 '유가 비관' 시나리오에서는 내년 성장률이 기본 전망보다 0.3%p 낮아지고 물가 상승률은 0.4%p 높아질 것이라고 한은은 밝혔다. 같은 전제로 올해 성장률은 기본 시나리오 대비 0.1%p 하락, 물가 상승률은 0.1%p 상승할 것으로 봤다.

7~8월 추이를 볼 때 9~12월 유가는 평균 99달러로 내려와도 한은의 비관 시나리오 전제(하반기 평균 95달러)를 충족한다. 이는 10일 종가보다 8% 정도 낮은 유가가 연말까지 계속되는 상황과 같다. 지금처럼 100달러 이상에서 유가가 출렁이면 비관 시나리오 진입 가능성도 커진다.

반대로 기본 시나리오의 전제인 하반기 평균 84달러를 맞추려면 9~12월 평균 유가는 대략 82달러까지 내려와야 한다. 이는 10일 종가 대비 20% 이상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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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땐 내년 성장률 0.7%p 넘게↓…"유가·금리 연동 주의"

유가·반도체 두 비관 시나리오의 성장률 하락 폭을 더하면 올해 0.2%p, 내년 0.7%p가 나온다. 이를 기본 성장률 전망치에서 단순 차감하면 올해 3.1%, 내년 2.2%가 된다.

그러나 한은은 두 충격이 동시에 발생할 때 "금융 여건, 소비 심리, 기업 투자 등을 통한 상호작용으로 파급 효과가 개별 충격의 단순 합산보다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복합충격에 따른 조정 폭을 따로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두 악재의 상호작용을 고려하면 성장 경로는 올해 3.3%에서 3% 내외로, 내년에는 2.9%에서 2% 초반까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고유가·고금리로 인한 물가 상승, 통화 긴축 압력뿐 아니라 내년 성장 경로의 하방 위험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요국 장기국채 금리 (출처 : 한국은행 ECOS)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환율 하락이 유가 상승을 상쇄하고 있지만 미국-이란 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적어도 11월 중간선거까지는 이란이 미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당분간 중동 상황과 국제유가 변화에 따른 국채금리 변동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를 둘러싼 원유 수송 차질이 길어지면 유가 상승과 인플레 우려가 이어질 수 있다"며 미 국채금리에 대해서도 "오는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후로 상방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icef08@news1.kr